극에 달한 건설노조 채용 빌미 준법투쟁


건설노조, 채용 빌미 준법투쟁…공사장은 '신음'

서울 곳곳 '노조원 고용촉구 집회'
업체들 "공사 차질 빚을라" 쉬쉬

개정 '채용절차법' 유명무실

    건설노조의 노조원 채용 압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에도 서울에서만 네 곳의 공사현장에 건설노조원들이 몰려가 소속 노조원 우선 고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채용을 강요하거나 압력 등을 행사할 수 없도록 석 달 전에 개정한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무색해지고 있다. 노조는 ‘준법투쟁’을 내걸고 사실상 채용을 요구하지만 건설업체들은 공사에 차질을 빚을까 봐 신고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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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투쟁’으로 법망 피해
이날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채용절차법이 개정된 이후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관련 신고 건수는 6건에 그쳤다. 하지만 개정 채용절차법 시행 첫 2주간 서울에서 신고된 ‘자노조원 고용 촉구 집회’만 64건에 이르는 등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에도 서울 용신동·대방동·한강로동·문정동 등에서 ‘자노조원 고용 촉구 집회’가 신고됐다.

현행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누구든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채용 요구를 직접적으로 하기 어렵게 되자 건설현장에선 ‘준법투쟁’이 대세가 됐다. 해당 공사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지를 확인하거나, 건설현장을 드나드는 건설장비에 환경시설물 등을 부착했는지를 일일이 점검해 공사를 방해하는 식이다.

서울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 관계자는 “노조원들을 고용해주는 임금단체협상을 하고 나서야 노조 측이 태업을 끝낸다”며 “안전 준수 확인 등은 노조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해 공사 속도가 늦어져도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건설노조는 법망의 허점을 노리기도 한다. 채용 요구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노조탄압 규탄집회’ ‘산업안전보건법 시정 촉구대회’ ‘불법 외국인 고용 규탄 집회’ 등으로 신고된 집회 이름을 바꾸는 식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집회 자체는 경찰에서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사현장 마비될까 봐 신고도 못해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채용 요구 집회를 신고하더라도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채용을 위해 ‘압력’이나 ‘강요’를 행사했다는 게 드러나야 한다. 형법상 폭행 및 폭언을 하는 경우로 규정된 강요죄와 달리 ‘압력’은 채용에 관해 부당한 요구를 해당하는 경우로 명시된 데다 판례도 없다. 구체적으로 어느 선에서부터 채용 압력으로 볼지가 모호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채용압력을 행사했다는 걸 알기 위해선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집회 현장을 찍거나 녹음하려 해도 (촬영 장비를) 내려놓으라고 겁박하고 찍지 말라고 하니 채증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업계로선 신고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신고한 해당 공사현장은 물론 다른 현장까지 공사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한 곳에서 신고하는 순간 현장이 마비된다”며 “다른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까지 노조의 반발이 거세져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채용 요구를 들어주고 공사를 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채용 압력을 느꼈다고 본인(건설업체)들이 진술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법원으로 사안이 넘어갔을 때 건설현장이 문제가 될까 봐 건설사도 진술을 거부한다”며 “오는 11월까지 건설업체와 노조 간 간담회를 통해 채용절차법 위반을 막기 위한 계도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현/배태웅 기자 deep@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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