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텃밭 '철도 건설' 넘보는 금융사들/ 포스코건설, KB국민과 '2.3조원 규모' 신안산선 금융약정
저금리 장기화에…건설사 텃밭 '철도 건설' 넘보는 은행들
GTX 등 철도 인프라 사업에 컨소시엄 주도해 참여
민자 사업으로 가닥이 잡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등 향후 진행을 앞두고 있는 철도 인프라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은행권이 물밑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갈수록 낮아지는 금리에 예대마진이 한계에 부딪히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가능한 인프라 투자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건설사의 ‘텃밭’이었던 철도 인프라 사업의 주도권이 금융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사끼리만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온 철도 인프라 사업이 최근 건설사 대 금융사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오는 11월 기술 및 가격평가를 앞둔 1조5000억원짜리 ‘위례신사간 경전철 건설사업(위례신사선)’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건설투자자(CI) 주도 컨소시엄 2곳, 재무투자자(FI) 주도 컨소시엄 3곳 등 총 5개 컨소시엄이 위례신사선 건설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이 경전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건설 사업에 주도적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의정부 경전철./이윤정 기자
FI 주도 컨소시엄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시중은행이 포함돼 있다.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의 경우 IBK투자증권과 같은 그룹인 IBK기업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NH아문디자산운용 컨소시엄의 경우 FI는 NH아문디하나로인프라펀드지만, 펀드 출자 운용은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등이 맡고 있어 이들이 실질적 FI 역할을 맡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전까지 철도 인프라 사업을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을 보면, 건설사가 주도하고 해당 건설사의 구미에 맞는 금융회사가 선정됐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은행이 아예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건설사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은행이 먼저 판을 짜면 이후에 건설사가 들어가는 모양새인 데다, 건설사 텃밭을 금융권에 점차 뺏기는 것 같아 업계 내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철도 인프라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GTX-A노선 수주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도화엔지니어링, 신우이엔지,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이들은 건설 전통 강자인 범현대가 건설사로 구성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사업을 따냈다. GTX-A노선 사업은 3조3600억원 규모로, 신한은행은 연 4~5% 수준의 사업 운영 수익을 비롯해 금융주선 수수료, 대출이자 등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내년에 본격 추진될 GTX-C노선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물밑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GTX-C노선은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해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종 민자 여부 결정은 사업기본계획(RFP) 고시때 나오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민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TX-C노선 역시 GTX-A노선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권과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이 철도 인프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라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철도 인프라 사업의 경우 사업비 규모가 조(兆) 단위인 데다, 공사 기간도 길어 중장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가능하다"며 "게다가 한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엔 다른 은행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업계 불문율이라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에 여러 은행이 함께 들어가는 것보단 훨씬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직접 컨소시엄을 주도할 경우 비용 측면에서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각종 금융 기법을 활용할 수 있어 건설사보다 훨씬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며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사업성도 확대되기 때문에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