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부실 시공
[단독] 천억 원짜리 '심해수조' 부실 시공 은폐 의혹
YTN은 오늘부터 이틀간 세금 먹는 엉터리 국책사업을 고발합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심 3천m 바닷속을 구현하겠다던 초대형 심해 공학 수조의 준공이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습니다.
수조 벽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스며드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데, 해당 부처는 문제를 덮고 준공식을 강행하려 했습니다.
[기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건설하는 심해공학수조.
농구장 12개 크기에, 깊이는 최장 50m에 이르는 초대형 실험시설입니다.
2013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수심 3천m 바닷속 환경을 구현하겠다며 추진했습니다.
예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이 나눠서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를 찾지 못해 공사 시작부터 늦어지더니, 준공 예정일이던 올해 2월에도 완공하지 못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지난 2월) : 물 채우고 이러는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려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지난 2월) : 엄청 넓은 건 아시죠? 완공은 됐고요. 장비들 테스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준공식은 6월쯤에 할 예정이라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지난 7월로 다시 잡힌 준공식마저 결국 열리지 못했습니다. 심해수조는 아직도 굳게 닫힌 문 안에서 공사 중입니다.
YTN 취재 결과 수조 곳곳에서 발생한 심각한 부실이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기껏 물을 채우고 보니 벽에선 물이 샜습니다.
물 수십만 톤의 압력을 못 이겨 수조 옆면 전체도 부풀었습니다.
[참여 기관 관계자 : 물 채워 넣고 시범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물 새는 게 발견돼서 하자를 진행하고 있어서요.]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습니다.
YTN 입수한 수조 바닥 사진을 보면 물을 채우기도 전인데 젖어있습니다.
연약한 지반에서 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공사 업체 관계자 A : 지하 30m에 물이 유입됐어요. 어떻게 해야 하지 않느냐 했더니 관계없다, 그냥 해라.]
자칫 지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연구소는 각종 실험장비 설치를 강행했습니다.
[공사 업체 관계자 B : 이게 호스거든요. 호스로 계속 물을 퍼냈어요. 이게 물이 들어온다는 거예요. 위에서 수압을 누르면 거꾸로 나간단 말이에요.]
연구소는 그대로 준공식까지 밀어붙이려다 아예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자 보수 공사를 위해 물을 다시 빼고 있습니다.
부실투성이 수조에 들어간 예산은 천억 원에 육박합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단독]동양건설, ‘세종 파라곤’ 부실시공 뒤 숨은 공사대금 ‘후려치기’ 논란
설계도면과 다른 자재 사용, 3만 9000여건 하자발생
협력업체에게 하자처리 독려해 공사대금 ‘후려치기’
하도급 갑질 논란, 미지급 공사대금 규모 60~70억 원
동양건설산업(대표 우승헌)과 라인건설(대표 강영식)이 4만여 건의 하자로 세종시 동양 파라곤 아파트 입주민들을 울리고도 모자라 이제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협력업체마저 울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 1-1생활권 L1블록에 들어선 ‘세종 동양 파라곤’(총 998가구)은 동양건설산업의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로 1-1생활권 내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다. 이 아파트는 2016년 10월 분양을 시작해 2019년 1월 입주예정이었다. 시공사는 동양건설산업의 대주주인 라인건설로 동양건설산업과 공사를 진행하며 세종시의 고급스런 지역 랜드마크를 지향했지만 입주자의 기대는 준공심사 부터 산산조각났다.
(사진출처=동양산업건설)
지난 1월 3만 9000여개라는 초유의 부실시공이 발견되면서 세종시로부터 준공심사가 거부된 것이다. 이것은 세대 당 평균 4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다른 아파트의 세대 당 평균 20건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게다가 시공사는 설계도면과 다른 층간소음재를 사용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태까지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측은 당초 EVA(2중구조 고무재질)로 설계됐던 200여 세대의 층간소음재를 EPS(스티로폼재질)로 하향 시공하여 시로부터 감리단은 벌점을 받았다. 또한 실내공사에 사용된 천연 대리석에서 ‘라돈’ 검출 의혹까지 제기 돼 입주민들의 원성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나머지 784세대 역시 설계도면에 명시된 2중구조 고무재질이 아닌 1중구조 고무로 하향 시공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시공사 측은 기준치 이상의 제품을 사용해 법적문제는 없다는 주장이지만 교묘하게 법적 틈새를 넘는 파렴치한 행태로 입주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은 지난 3월 문제가 된 하자보수 처리를 겨우 해결하고 턱걸이로 세종시로부터 준공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에 준공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협력업체에게 무리하게 하자처리를 독려하면서 문제가 터지고 만 것이다. 이 문제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시공사의 한 협력업체 대표이자 청원인인 A 씨에 따르면 “하자보수 처리를 하기 위해 동양건설산업 및 라인건설 임직원 등이 현장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여 협력업체를 감시했고 준공이 나면 공사대금을 지급할 테니 금전적인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하자보수처리에 온 힘을 다하라고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공사의 닦달에 협력업체는 평균임금보다 웃돈을 주고 기술자와 작업자들을 투입해 하자공사를 겨우 마무리했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되고 준공승인을 받자 시공사는 말을 바꿨다.
A 씨는 “동양건설산업에서 협력업체공사대금 정산을 미루기 시작했다. 왜 안주는지 물었더니 라인건설에서 정산을 안 해준다는 것이다”며 “갑자기 라인건설이 정산에 뛰어들면서 동양건설산업과 협의된 공사대금을 부정하며 원가계산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측은 공사대금을 6억에서 4억으로, 4억이 2억으로 소위 건설업계에서 자행되는 ‘후려치기’로 공사대금을 깎는 상황도 발생했으며 정산을 4개월까지 지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양건설산업측은 협력업체가 부당한 시공사의 갑질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자 "민사소송을 해도 소용없다. 우리 법무팀이 상고하면 돈 받는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협박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협력업체에게 미지급된 비용이 대략 60억~70억 정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A 씨는 "이렇게 시공사측의 공사대금이 지연되는 사이에 협력업체 중 몇몇은 임금지급을 못해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임금체불로 검찰고발 명단에 올라간 상태"라고 전하며 "무책임하고 뻔뻔한 시공사측의 갑질로 말미암아 많은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돈을 못 받는 것도 억울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당하면서도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건설업계가 좁아서 동양건설산업 및 라인건설과 거래를 완전히 끊지도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본지 기자 메일주소로 호소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라인건설과 자회사인 동양건설의 하도급 갑질을 낱낱이 보도해달라고 부탁한 내용이었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시공사 라인건설은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45위를 기록하며 도급순위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2015년 라인건설의 자회사인 EG건설이 동양건설산업을 인수했다가 2017년 피인수 기업인 동양건설산업이 업력이 더 오래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좋다는 점에서 EG건설을 흡수합병했다. 합병회사의 대표는 우승헌 동양건설산업 대표이사가 맡으며 기존 ‘파라곤’ 브랜드와 EG건설과 라인 건설이 전략적으로 제휴해 공동 런칭한 ‘이지더원(EG the1)’으로 건설업계에 입지를 굳혔다.
합병이 완료된 후 동양건설산업의 최대주주는 현재 (주)동양이지이노텍(44.08%)과 (주)동양건축사무소(22.87%)이다. 두 회사는 모두 라인건설의 자회사로 사실상 라인건설이 동양건설의 최대주주인 된 셈이다.
합병 후 라인건설은 100여 곳에 이르는 자회사와 특수관계사(이하 계열사)를 거느리고 전국 택지지구를 누비며 주택 분양사업을 펼쳤다. 자회사가 시행사로 나서 택지를 확보해 주택을 분양하면 라인건설이 시공을 맡아 매출을 일으켰다. 세종시 L1블록도 자체 분양사업을 펼치면서 분양수익이 유입됐다. 라인건설은 2018년 매출 4806억 원, 영업이익 301억 원, 순이익 115억 원을 기록했다.
라인건설은 합병 후 무명의 지방 건설사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건설업계에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은 근절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대기업 건설사의 갑질은 협력업체의 부실과 도산을 조장하고 있으며 건설업계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 씨와 같은 피해가 근절되도록 건설사의 부당한 협력업체에 대한 관행도 철저히 조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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