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나도 끄떡없다·...집마다 수소발전기 돌리는 일본 VIDEO;純水素燃料電池の家庭用が実証実験に入った!
지진이 나도 끄떡없다...집마다 수소발전기 돌리는 일본
일본 도쿄에 인접한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거주 중인 사토 노부유키(佐藤宣行) 도쿄도 환경공사 주임은 2년 전부터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난방 등을 공급하는 가정용 연료전지발전 ‘에너팜’을 가족 4명과 쓰고 있다. 동료인 히로세 치즈(廣瀬千鶴) 계장도 1년 반 전에 에너팜을 들였다. 이들은 에너지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엔 발전소에서 전기가 오면 송전선에서 전력손실이 발생한다.
석탄 등 1차 에너지원이 100%라면 각 가정에 도달하는 전기 손실률은 59%나 된다. 그러나 에너팜을 쓰면 가스회사가 액화석유가스(LNG)를 가정으로 바로 공급하기 때문에 전기와 열 이용이 모두 가능해져 손실률이 3%로 줄어든다는 게 도쿄가스의 설명이다. 히로세 계장은 “연료전지 효율이 높다 보니 설치 전보다 전기요금이 20~30%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세계 수소경제 현장을 가다
지진으로 전기 끊겨도 자체 발전
일반 전기 비해 열손실 59→3%
안전 자신감, 도쿄타워 옆 충전소
“2030년 수소차 80만대 예상”
도쿄가스의 에너팜 [서유진 기자]
일본 정부는 현재 27만6000여대인 에너팜을 2030년까지 530만 대 보급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일본 가정의 10%는 에너팜을 쓰게 된다. 가격도 내리는 추세다. 도쿄가스 홍보실 관계자는 "처음(2009년) 출시됐을 때 에너팜 가격은 1대당 330만엔이었는데 2017년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히로세 계장은 “설치비에 100만엔(약 1000만원)이 들었는데 10~20만엔은 정부 보조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요네다 카즈키(米田和樹) 도쿄가스 주임은 “친환경이며 실시간 전력사용 체크가 가능한 점도 강점이다"고 말했다. 에너팜은 연소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바로 꺼내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기종에 따라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돼 앱으로 조작할 수 있다. 귀가에 맞춰 난방을 켤 수 있고 가스·전기 사용량의 실시간 체크도 된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수소경제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소차 개발 기술 수준은 양국이 비슷하지만, 다른 수소경제의 기초적인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한발 앞서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넘어야 할 것은 넘어야 우리의 수소경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은 세계 최초로 수소 관료 회의를 구성했다. 13개 민간기업이 수소협의회를 조직했는데 지난해 11월 기준 참여기업은 53개로 늘었다. 국제 수소 공급망도 갖춰가고 있다. 호주에서는 남아 버려지는 갈탄을 이용해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 액화 수소로 만들어 일본으로 수송하는 식이다. 후쿠시마에 연내 완공을 목표로 수소 공장을 건설하는 등 지자체 부흥과도 연결하고 있다. 여기서 제조한 수소를 운송해 내년 도쿄올림픽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이슈 하라 신에너지개발기구(NEDO) 수소연료전지 기술국장은 “많은 이들이 수소 차와 연료전지를 써야 코스트(비용)가 낮아지고 수소 경제가 실현된다”며 “한국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가 전통 자동차 산업에선 경쟁자일지 모르나 수소 경제에선 함께 파이를 키워야 할 협력대상”이라고 말했다.
수소차와 연결해 충전이 가능한 장치 [서유진 기자]
일본은 편의점·병원·미용실·호텔·식당·유치원 등에도 수소경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스이데루(スイデル)'라는 산업용 에너팜이 나왔다. 도쿄 인근 치바(千葉)에서는 2017년부터 미니스톱에 수소 연료전지가 시범 설치됐다. 냉장고·온수 등이 24시간 필요한 편의점 특성에 맞게 개발됐다.
일본 정부는 택시·버스 등 탈 것에도 수소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자는 도쿄 긴자 4쵸메(丁目)에서 도쿄역 마루노우치까지 수소 버스로 이동했다. 최근 보급된 '소라(SORA·일본어로 '하늘', Sky-Ocean-River-Air의 약자)' 버스를 탔다. 수소버스는 1번 충전(15~20분)하면 200㎞가량 주행한다. 도요타 쇼룸 운영자인 오오시마 씨는 “출퇴근 시 자주 이용하는데 물만 나오는 버스라 매연이 없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차체 흔들림도 적었다.
일반 주유소와 함께 설치되어 있는 수소 충전소. 들어가는 입구가 나뉘어 있다.[서유진 기자]
도쿄도는 내년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등을 겨냥해 진동이 거의 없는 수소 버스 사용을 늘릴 방침이다. 일반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엔진 특유의 진동이나 기어 바꿈에 의한 충격이 없어 승차감이 좋다.
수소차 보급(2030년 80만대 목표)도 확대 중이다. 그러자면 수소 충전소가 필수다. 도쿄의 경우 2025년 80곳, 2030년 150곳(일본 전역 900곳)에 충전소가 설치된다. 80곳이 설치되면 도로 주행 평균속도로 달릴 경우 10분 안에 충전이 가능해진다. 일본은 향후 수소 발전소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일본 문부과학성은 2050년 세계적으로 승용차 4억대, 트럭 2000만대, 버스 500만대가 수소를 동력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열수요의 10%, 제철(제강)생산의 10%가 수소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일본이 특히 수소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진 때문이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전기가 끊겨도 일정 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전이라도 에너팜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TV 시청·난방·목욕까지 된다. 에너팜 소개서에는 "500W면 정전이 되어도 최장 8일(192시간) 사용 가능하다"고 적시돼 있다. 최대용량인 700W면 11일 쓸 수 있다. 도요타 홈은 ‘정전되어도 안전한 집’을 광고 카피로 내세웠다.
이 배경에는 수소차 '미라이(未來)'가 있다. 미라이의 연료전지를 연결해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홋카이도 지진 때 도요타 수소 차량에 연결해 이웃과 휴대폰 충전을 함께 한 사례가 있다. 수소 버스도 고출력·고용량 발전으로 체육관에 2~3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일부 편의점도 재해 시 연료전지를 이용해 귀가 곤란자를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소 연료전지로 이동하는 '수소 버스' [게이힌 급행버스 제공]
일본은 수소경제를 통해 자국 기업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시오타 도모오(塩田智夫) JXTG 수소 사업 추진부장은 "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각종 설비는 미쓰비시 화공·고베 제강·히타치 등 일본산이 주로 쓰인다"고 소개했다. JXTG는 일본 내 108개 수소 충전소 중 약 40%를 운영 중인 회사다.
일본 특유의 '안전제일 주의'가 수소 사회에도 녹아 있다. 유럽·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다 보니 인력 1명 이상 상주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일본 충전소는 '셀프'여도 '무인'은 아니다. 도움을 줄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들지만 '수소 산업 일자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자신감 덕에 도쿄 한복판 도쿄타워 바로 아래 수소 충전소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최근 노르웨이에서 수소폭발사고가 발생하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한층 높아졌다.
도쿄 타워 바로 근처에 위치한 수소 충전소 [서유진 기자]
내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 수소 사회의 분기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끝나도 도요스(豊洲)에 자리잡은 올림픽 선수촌(하루미 플래그)은 ‘수소 타운’으로 변신한다. 주거단지가 수천 세대 입주하는 것은 물론 상업시설에도 수소가 활용될 전망이다. 시오타 부장은 "올림픽이 끝나도 수소 타운이란 ‘유산(레거시)’이 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본)=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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