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학영재들 일냈다 / 수레시 난양공대(NTU) 총장 "작은나라의 젊은 대학, 협력만이 살 길" VIDEO: NTU Singapore walk
韓과학영재들 일냈다…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올림피아드 1위 첫 싹쓸이
한국 대표단이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대표단 전원 금메달을 수상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까지 휩쓸며 한국은 올해 열린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 4개 올림피아드에서 대표단 모두가 금메달을 따고 종합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 13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IESO)에서 한국 대표단이 금메달 4개를 수상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국대표단이 대구에서 열린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왼쪽부터 정동민(낙생고 2), 남호성(대구일과학고 3), 김지훈(경남과학고 3), 최민우(경기과학고 3) 군.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총 43개국 179명 학생이 참가한 이번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대표팀은 일본과 공동으로 국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한국대표단이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2015년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 이후 4년 만에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지금까지 열린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은 총 6번 1위를 차지했다.
김지훈 군(경남과학고 3)은 개인 종합 순위 1위로 금메달을 받았다. 김지훈 군은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와 팀 활동을 통해 각국의 지구과학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대회는 지구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지구 환경과 인간의 삶, 인류 문명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림피아드 각국 대표단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18세 미만의 학생 4인 이내로 구성된다. 한국대표단은 김지훈 군을 비롯해 남호성 군(대구일과고 3)과 정동민 군(낙생고 2), 최민우 군(경기과학고 3)으로 구성됐다.
대회 기간에 학생들은 경시 외에도 다국적 팀을 이뤄 공동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를 구두 발표하는 다국적팀공동연구과제(ITFI)와 환경문제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포스터 발표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지구시스템연구과제(ESP)와 같은 과학탐구 활동을 함께 수행했다.
한국대표단은 비경쟁 부문인 ITFI에서 남호성 군과 이재윤 군(서울과학고 3)이 금상을, 장총현 군(동원고 3)이 은상을, 김영연 군(제주과학고 2)이 동상을 수상했다. ESP에서는 최민우 군이 금상을, 정동민 군이 은상을, 남호성 군과 장총현 군이 동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2007년 대구에서 제1회 IESO가 열린 이후 한국에서 다시 열린 대회다. 대회 위원장을 맡은 김찬종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초대 개최국의 경험을 살려 이전 대회의 운영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개선안을 도출하고 활발한 국제 홍보활동을 통해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레시 난양공대(NTU) 총장 "작은나라의 젊은 대학, 협력만이 살 길"
난양공대(NTU) 아시아의 MIT
“싱가포르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보다도 작은 국가지만 난양공대(NTU)는 고유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캠퍼스에 상주하는 200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전공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다학제간 연구’도 가능합니다.”
서브라 수레시 난양공대 총장은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를 방문한 기자들과 만나 학교의 성장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비록 인구는 한국의 약 9분의 1에 머무는 작은 나라지만 대학 캠퍼스에 다양한 나라의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고, 전 세계 학생들과 다양한 연구자들을 모아 함께 연구하는 협력 모델이 학교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8월 27일,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기자들을 만난 서브라 수레시 총장이 난양공대의 성장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수빈 기자
수레시 총장은 인도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시아인 최초로 2007~2010년 미국 MIT 학장, 2010~2013년 미국과학재단(NSF) 총재를, 2013~2017년 미국 카네기멜론대 총장을 지냈다. 2018년 1월 난양공대 제4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난양공대는1955년 사립 난양대학으로 시작했으나 1991년 싱가포르 정부가 한국의 KAIST 등을 모델 삼아 국립교육학교와 합병한 뒤 현재의 국립 종합대학인 ‘난양공대’로 승격했다. 난양공대는 28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젊은 대학임에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공개한 ‘세계대학평가2020’에서 세계 11위, 아시아 1위를 차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레시 총장에 따르면 난양공대는 캠퍼스 내에 입주한 다양한 기업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7개의 조인트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 ‘알리바바’, 스웨덴 기업 ‘볼보 버스’, 독일 기업 ‘BMW’, 프랑스 기업 ‘블루SG’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레시 총장은 “영국 기업 롤스 로이스는 전세계 29개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지만 난양공대에 가장 큰 공동 연구실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기업 HP도 난양공대에 가장 큰 공동 연구실을 열었다”고 말했다.
난양공대는 실력 있는 다국적 기업 연구소들을 캠퍼스에 유치한 것처럼 국적을 불문하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수레시 총장은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지리적으로 글로벌 허브의 위치에 있고, 초․중등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 때문에 아주 작은 나라지만 북미나 유럽, 중국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양공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해가고 있다. 7~10년 동안 ‘난양 어시스턴트 프로페서 프로그램’를 통해 젊은 과학자들을 채용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작년부터는 12명 정도의 소수 정예 박사후연구원을 직접 고용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NTU 프레지덴셜 포스닥 펠로우십’을 도입했다. 보통은 연구 실적이 좋은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박사후연구원들이 경쟁을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고용된 박사후연구원들을 얻기 위해 교수들 간에 경쟁을 해야 하는 식이다. 수레시 총장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박사후연구원들은 다른 전공의 교수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한 명 이상의 교수를 선택할 수도 있어서 융합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레시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교육을 강조했다. 수레시 총장은 “올해 ‘인류를 위한 과학기술’라는 기관을 설립하고 윤리, 정책, 거버넌스 등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브라 수레시 총장과의 일문일답.
Q. 난양공대의 성장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여 년 전, 난양공대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싱가포르 정부는 전세계의 다양한 생산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주변국인 인도와 중국이 성장했고, 싱가포르는 더 이상 저비용 생산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 아마 이런 역사는 한국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싱가포르 정부는 5년 단위의 R&D 예산 ‘RIE(Research Innovation and Entrepreneurs)’를 짜기 시작했다. 지금은 2016~2020년에 해당하는 RIE2020가 투자되고 있는데 5년 간 약 196억 싱가포르 달러(17조878억 원) 규모다. 정부의 이런 지원은 어린 난양공대에게 큰 도움이 됐다.
Q. 기초과학 연구 역량은 어떻게 키우고 있나?
좋은 질문이다. 질 높은 기초과학 없이는 혁신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초과학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한 일은 정부 연구기관인 ‘에이스타(ASTAR·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와 연구비 지원 기관인 연구재단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공정한 동료 간 리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싱가포르는 매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연구비 제안서를 보고 어떤 것에 투자할 지 결정하기 위해 국외의 전문가를 섭외하는 시스템이다.
난양공대 NTU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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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양공대는 대학이 할 일을 하고 있다. 지난 7~10년 동안 NTU는 ‘난양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조교수로 영입해 왔다. 또 국가 연구 기관에 있던 젊은 과학자를 영입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재단(NRF)펠로십’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기존에 교수가 박사후연구원을 고르는 시스템과 반대로 능력 있는 포닥이 교수를 선택할 수 있는 ‘NTU 프레지덴셜 포닥 펠로우십’이다. 매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온 12명 정도의 유능한 포닥에게 직접 월급을 주고 연구비도 준다. 그럼 대학 내에 있던 교수들은 이 포닥을 잡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 만약 포닥이 원한다면 하나 이상의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학제간 연구를 할 수도 있다.
Q. 전세계적으로 과학 인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중국이 성장하면서 과학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젊은 국가도 위협받을 것 같은데, 계속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싱가포르는 주변국인 중국, 인도, 심지어 인도네시아보다도 작은 국가지만 다른 대학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난양공대에는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HP, 대만의 델타 일렉트로닉스 등 대학 연구실과 협력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지리적으로 글로벌 허브이고, 초중등 교육 시스템과 큰 항구, 큰 공항 등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북미나 유럽,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 만한 전략으로 작용한다.
Q. 대학에 많은 기업이 들어와 있는 것이 어떤 장점으로 작용하나.
현재 캠퍼스에 200개가 넘는 기업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7개의 조인트랩(공동연구실)이 있고 수많은 공동 연구 시설을 갖고 있다. 대학 연구자들은 이런 기업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 기업인 롤스 로이스도 전세계 29개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과 가장 큰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HP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생들은 대학과 협력하는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Q. 난양공대에서는 교수 간 경쟁이 심하다고 들었다. 이를 위해 평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 또 안정성 때문에 근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교수들도 있던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교수진의 1년 간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퍼포먼스, 급여를 고려하는 평가는 우리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모든 대학에서 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대학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지난 18개월 동안 총장으로 지내면서 198명의 패컬티를 채용했다. 거의 200명에 달한다. 일부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난양공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데려올 수 있다. 이들은 대학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고, 그러면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Q. 설립 당시 모델로 한 KAIST나 포스텍을 앞섰다고 평가하나.
두 대학을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QS랭킹과 같은 대학 평가들도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KAIST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데, KAIST가 난양공대보다 뛰어난 연구 역량을 자랑하는 분야도 있고, 난양공대가 앞서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대학 자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studyabroad.shiks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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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교 비전은 무엇인가?
난양공대는 아주 큰 캠퍼스를 갖고 있다. 여기서 큰 캠퍼스라는 건 물리적으로 넓은 지역을 뜻한다. 지역에 모두 235개의 빌딩이 있고, 약 4만 명이 캠퍼스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하면 캠퍼스를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볼보 버스가 올해 초, 전기 버스를 싱가포르 정부에 한 대, 난양공대에 한 대를 공급했다.난양공대에서는 연구자들이 이 버스를 레벨4 자율운행이 가능한 버스로 개조해 시험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원자력 에너지국과는 컴퓨터나 와이어, 휴대 전화와 같은 전자제품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갈 계획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과 사람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올해 ‘인류를 위한 과학기술’라는 기관도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윤리, 정책, 거버넌스 등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 미디어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수빈 기자sbshi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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