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건설경기 충격 가능성 고조


건설투자 5분기째 마이너스인데…분양가 상한제 괜찮을까


   건설경기가 갈수록 침체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과 신규 분양사업을 중단 혹은 지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도라 건설경기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3.5% 줄어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한은이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조정하면서 2000년부터 관련 자료 비교가 가능한데, 부동산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2010년 2분기부터 2012년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이후 최장이다. 건설투자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6%포인트(P) 끌어 내렸는데, 성장 기여도 역시 5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 /오종찬 기자


건설투자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으로 나뉘는데, 비중이 큰 민간 부문 투자가 특히 위축됐다. 전기 대비로 보면 1.4% 늘어 한 분기만에 반등했지만 토목 등 정부 부문이 떠받친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주거용 건물 실적이 부진한 까닭에 2분기 민간 건설투자는 전기나 전년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건설 선행지표도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5월까지 주택 인허가 누계 실적은 19만154가구로 전년보다 7.3% 줄었으며 직전 최저치인 2014년(1~5월, 17만7536가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건설수주 역시 지난 5월에는 주택, 관공서 등 건축(-31.8%)과 기계설치 등 토목(-48.8%)에서 모두 줄면서 전년 동월보다 36.6% 감소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이런 흐름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현재 공공택지에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용 지역과 시행시기 등을 조율 중이다. 상한제는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로 상한제가 적용되면 신규 분양가는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한 토지 가격에 정부가 정한 표준 건축비 등을 더해 책정된다. 


 

자료=한국은행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으로 얻는 개발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만큼 건설사나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 사업주체가 사업을 연기하거나 잠정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 상한제가 시행됐을 때는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물량이 크게 줄었다. 2007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민간택지에서 상한제가 시행됐는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8년 5만6397가구에서 2010년 3만6026가구, 2012년 2만101가구, 2014년 3만7447가구 등으로 시행 전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은 일반분양이 조합원 수익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상한제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일부 재건축 조합은 위헌소송을 진행하며 분양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달 15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보고서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분 물량이 시세 대비 20~30% 낮아진 분양가로 분양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 감소에 따른 사업성 추락과 조합원의 부담 증가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상한제가 서울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된다고 해도, 언제든 대상 지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조성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임대 포함한 총가구수 기준, 2019~2020년은 예정물량 포함. /자료=부동산114


한은은 건설투자 부문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5.4% 감소하고 하반기에는 -1.3%로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은 -1.6%로 올해(-3.3%)보다 감소폭이 낮아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이런 수치에 적지 않은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투자는 정부 SOC보다는 민간 건축 비중이  7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상한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결정들이 경기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수요가 있는 지역의 주택공급이 위축돼 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고 이 또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세종=김수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6/20190726019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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