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정비사업에 왜 직접 안나서고 자회사를
'소규모 정비사업'에 자회사 앞세우는 GS건설, 왜
중저가 수주 도맡은 '자이S&D'
모회사 평판 유지하며 시장 확대
공신력 확보위해 10월 상장 추진
GS건설이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S&D·Service & Development)를 통해 중소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소규모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에 손을 뻗는다. 해외건설 발주 물량 감소, 서울 재건축·재개발시장 위축으로 일감이 줄어든 대형건설사들의 소규모 시장 진출이 늘어난 가운데, GS건설이 자회사까지 만들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건설워커
소규모 시장까지 진출하는 GS건설
주택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91.1%의 지분을 보유한 자이S&D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별내자이엘라’(296실)를 공급하며 주택 업계에 첫 명함을 냈다. 올 들어 4월 서초구 서초동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아파트 67가구 규모)을 따내고, 이 여세를 몰아 6월 마포구 용강동 ‘우석연립 소규모 재건축 수주에도 나섰지만 코오롱글로벌에 고배를 마셨다. 조합 한 관계자는 “사업 추진력이나 공사비, 대출 지원 등의 여러 조건에서 자이에스엔디가 경쟁사에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이S&D는 자본 증자를 통해 주택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후발주자 건설사인 만큼 상장을 통해 공신력을 확보하고 향후 주택 사업을 추진할 때 금융권 자금 조달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현재는 8월 말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예정대로라면 9월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공모가격 검토를 마치면 10월 코스피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S&D는 지난 2000년 4월 아파트 내 인터넷 등 통신 인프라 구축 공사를 하기 위해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한 ‘이지빌’이 전신이다. 2005년 GS그룹 계열에 편입했다. 2014년부터는 건축공사 및 임대관리업까지 뛰어들었고, 2016년 6월 아파트 하자보수를 주력하는 GS건설의 완전 자회사 ‘자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2월에는 기존 이지빌에서 개발을 뜻하는 현재의 자이S&D로 사명도 변경했다.
내부적으로는 모회사인 GS건설은 대규모 주택 사업을, 자이S&D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만 맡기로 업역을 나눴다. 아파트 브랜드는 GS건설의 오피스텔 브랜드 ‘자이엘라’를 자이에스앤디가 쓰기로 했다. 아파트, 오피스텔 구분 없이 자이에스앤디가 공급하는 단지엔 ‘자이’(Xi)가 아닌 ‘자이엘라’가 붙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2018년 기준) 상위 5위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큰 GS건설이 자회사인 자이S&D의 사세를 확장하는 이유는 ‘주택 사업 이원화’ 전략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00~200가구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은 대규모 단지에 비해 원가 책정이 달라 단가가 안 맞기 때문에 대형사들이 수주를 안하는 편”이라며 “자회사를 통해서는 중저가 수주가 가능하고, 모회사 주택 브랜드 평판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이S&D 상장 추진…업황 등 변수
다만 아직은 내부 거래 의존도가 큰 편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126억9600만원으로 이중 국내 계열사간 매출액이 46%(988억7000만원)에 달한다. 자이S&D가 이번 코스피 상장을 통해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이S&D는 부동산 운영관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기업으로, 디벨로퍼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며 “유상증자와 상장은 개발 사업 관련 투자확대를 위한 사업비 조달 차원”이라고 말했다.
자이에스앤디 최근 4년간 매출액.(제공=자이에스앤디)
대형사들이 직접 또는 계열 분리를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진출하는 데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또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주택건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부동산관리서비스 업체 HDC아이서비스가 지난해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 실적이 저조해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DC아이서비스는 유지관리, 조경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 위주여서 기관투자자들이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한 반면 자이 S&D는 소규모 재건축을 대상으로 해 사업성이 좋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업황이나 증시 상황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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