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한수원 퇴직자 해외 취업 위해 원전 자료 2300여건 유출 의혹

한수원 퇴직자 해외 취업 위해 원전 자료 2300여건 유출 의혹

    한국수력원자력의 전직 직원이 해외 재취업을 목적으로 신고리 3·4호기 등 원전 관련 내부자료가 포함된 내부자료 2300여건을 무단 복사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19명은 무단으로 USB 등 미등록 휴대용 저장매체를 사용해 수천에서 수만건의 업무용 자료를 복사해 반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경주시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경주=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에 참석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산업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실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 9월 새울원자력본부 제1건설소 최모 전 기전실장에게 미등록 휴대용저장매체 사용 등 정보보안관리지침 위반 혐의로 견책 징계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은 2017년 4월부터 3개월에 걸쳐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매체제어관리시스템에서102만3885건의 파일 전송 로그기록과 4828건의 매체제어 정책 해제·변경 신청서를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 실지 감사에 나섰다.

자료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2017년 1월 상급자 승인 없이 업무용PC에 적용된 보안정책을 해제해 회사 내부자료 2374건을 자신 소유의 미등록 외장 하드로 무단 복사했다. 최 전 실장은 원전 기계·배관전기·계측공사 분야 등 건설 기전공사 총괄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으로, 2013년에는 APR1400(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 경험정리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퇴직한 상태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해외 재취업을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UAE 아부다비지사 소속 조사 대상자 59명 중 19명이 미등록 휴대용 저장장치를 무단으로 발전소로 반입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지사는 UAE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해외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으로 근무 직원들은 UAE 법과 UAE CICPA(국가 주요시설 및 해양 보안 국가기관)의 규정 등에 따라 USB와 외장하드 등의 휴대용 저장매체를 반입할 수 없다. 그러나 직원들은 4000∼1만6000여개의 파일을 무단 복사해서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UAE 근무자들이 휴대용 저장매체를 숨겨서 CICPA 군인이 보안 점검하는 발전소 출입 게이트를 출입한 것은 UAE에서 추방될 수 있는 심각한 불법 행위가 분명하다”고 감사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민감한 자료가 유출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수원은 무단 복사한 파일의 제목조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중 단 한 건이라도 원전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고 그것이 외부로 유출됐다면, 한수원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설명자료를 내고 “최 전 실장이 사용한 미등록 휴대용 저장매체뿐 아니라 개인 노트북 등을 즉시 압수·폐기했고 복사한 회사자료를 전량 회수·삭제 조치했으며 감사결과 무단 복사한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원전 기술 유출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합동조사단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외부유출 가능성을 포함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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