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발파 작업으로 蘭 고사…시공사 책임 70%"


울산지법, "진동에 취약"


    산업단지 조성사업 토목공사 중 발파 작업으로 인근 농원에서 재배하던 난(蘭) 1만여촉이 고사하거나 생육이 저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법원은 시공사에 7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울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정효채 부장판사)는 5월 9일 정 모씨 등 울산 남구 두왕동에 있는 농원에서 난을 재배 · 판매하는 15명이 "난 고사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공동시행사인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시공사인 K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합20479)에서 K건설의 책임을 70% 인정, "K건설은 원고에게 21억 8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참고자료] 발파작업 현장모습. 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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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은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울산 남구 두왕동 일원에서 시행하는 산업단지 조성사업 중 토목공사 부분을 도급받아, 2015년 3월 12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총 264일 동안 정씨 등이 난을 재배 · 판매하는 농원 인근에서 하루 최대 5회 정도 에멀전, ANFO 폭약을 사용해 발파 작업을 했다. 이 발파 작업 기간 중 정씨 등이 재배하던 난 549촉이 고사하고 1만 3714촉이 생육이 저하되는 피해가 발생하자 정씨 등이 31억 1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난은 화분 속 자갈에 심겨진 상태에서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서 뿌리털이 나와 자갈에 착생하여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뿌리털의 길이는 2㎜ 정도, 굵기는 0.02㎜ 정도이므로 진동으로 화분이 흔들리면 미세한 뿌리털과 뿌리의 끝 부분에 있는 연약한 생장점이 자갈 사이에서 끊기거나 짓이겨 질 수 있고, 일반 식물과 달리 평소에 양분과 수분을 저장하고 있다가 중심주에 공급하는 벨라민 층은 한 번 손상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농원에서 원고들은 철제 테이블 위에 철사로 만든 화분걸이를 두고 화분에 식재된 난을 거치하여 재배하였는데, 화분상품으로만 판매유통이 가능한 난의 경우 이와 같은 고설식이 일반적인 재배방법이고, 동일한 진동이라도 바닥에서 측정한 진동수치보다 테이블 위에서 측정한 진동수치가 더 큰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와 같이 고설식으로 재배하는 경우는 토양에 직접 식재하는 경우보다 진동에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난에 대한 소음 · 진동 규제기준은 없으나, 난의 식물학적 특성, 농원의 재배환경 등을 고려하면,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정한 소음 · 진동 규제기준 중 생물과 관계되는 항목인 인체, 가축류에 대한 기준(소음도 허용치는 낮 65dB(A), 진동도 허용치는 주간 65dB(V), 진동속도 허용치는 인체, 가축류에 대한 0.1㎝/sec)을 적용할 수 있고, 그 기준에 의하면, 발파작업일보에 기재된 (K건설의) 발파 작업은 소음도 허용치를 초과하여 84일, 진동도 허용치를 초과하여 103일, 진동속도 허용치를 초과하여 198일 동안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피고 K건설이 과실로 발파 작업을 진행하여 원고들에게 재배하는 난이 고사하고 생장을 멈추는 피해를 입혔고, 발파 작업과 원고들이 재배하는 난이 고사하고 생장을 멈춘 피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K건설은 발파 공사로 소음 · 진동 피해를 발생시킨 불법행위자로서 소음 · 진동 피해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난은 진동에 취약하고, 특히 고설식으로 재배하는 경우 토양에 직접 식재하는 경우보다 진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특징이 있는 점, 아직 난에 대한 소음 · 진동 규제기준이 없고, 피고는 현행 문화재 및 예민 구조물에 적용되는 소음 · 진동 규제기준은 준수하여 발파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농원과 공사현장 사이의 거리(최대 736.5m, 최소 81.5m)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K건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울산도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대해서는, "피고 울산도시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파 작업과 관련하여 피고 K건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 · 감독을 하거나 법령에 어긋나는 지시를 하는 등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리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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