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볼보 굴착기(Volvo Excavator)는 여기서 출시된다 VIDEO: Volvo Construction Equipment korea Changwon factory
볼보 창원 공장
R&D, 테스트, 생산의 삼위일체
150억 들여 첨단센터 건설
50㎞ 반경에 협력업체 다 있어
‘상황실 B, Conference Room B, Konferenzraum B, 状况室 B.’
5월 30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이하 볼보) 창원 공장 2층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4개 국어로 된 표지판이었다. 볼보건설기계 그룹(이하 건설기계 그룹) 본사(스웨덴)가 있는 스웨덴어가 아닌 독일어로 표기한 이유를 묻자 볼보 관계자는 "독일에서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 그룹의 중장비 생산 공장은 전 세계에 15곳이 있다. 이 중 굴착기를 만드는 공장은 8곳(창원·러시아·인도·독일·프랑스·브라질 각각 1곳, 중국 2곳). 118만8000㎡(약 35만 평) 규모의 볼보 창원 공장은 건설기계 그룹에서 가장 큰 굴착기 공장이다. 여기다 창원 공장은 건설기계 그룹의 굴착기 관련 연구·개발(R&D)과 제품 디자인, 생산, 마케팅을 총괄하는 관제센터 역할을 한다. 전 세계 굴착기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품질을 개선하는 작업은 창원 공장 손을 거친다. 심지어 제조업 강국인 독일 공장의 기술자가 창원을 찾아 생산·물류 관리 방법 등을 배워간다.
42개의 모델 생산라인 갖춰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굴착기가 줄지어 서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 공장이 1년간 만들 수 있는 굴착기는 1만8000대. 건설기계 그룹의 연간 굴착기 판매 대수의 50%, 매출액의 60%를 차지한다. 창원 공장은 건설기계 그룹의 굴착기 생산 공장 중에서 유일하게 50t 이상의 초대형 굴착기를 생산할 수 있다.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굴착기의 90%는 해외로 수출된다. 이날도 공장 정문 앞에는 굴착기를 실어나르는 화물 트레일러가 쉼 없이 오갔다.
최종원 볼보 생산부문총괄 부사장은 "2000년대 초 독일 공장에서 굴착기 1대를 생산할 때 창원 공장보다 1.8배의 시간이 걸렸다"며 "창원 공장의 임직원이 독일로 파견되거나, 3~6개월간 머무르며 창원 공장 생산 시스템을 독일 공장에 이식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역으로 독일 공장에서 창원을 찾아 공장 운영 방식을 배우기도 했다. 결국 독일 공장은 250억원을 투자해 기존 생산 시스템을 걷어내고 창원 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독일 공장 정문에는 독일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독일 외에도 인도, 중국의 볼보 공장 직원이 창원 공장에 생산 시스템을 배우려고 찾아온다. 최 부사장은 "인도·중국 공장 사람이 2년 동안 창원 공장에서 연수하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150억원짜리 첨단기술개발센터에서 제품 개발부터 완성까지
이날 오후 4시, 창원 공장의 가상현실(VR) 체험 시스템실에서 굴착기를 조종해 봤다. 실물과 똑같은 굴착기 의자에 앉아 조종장치를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자, 굴착기를 360도로 둘러싼 화면 속에서 흙이 퍼 올려졌다. 그때마다 의자도 조금씩 흔들렸다. 볼보 관계자는 "땅이 딱딱한 정도, 작업 날씨 등에 따라 화면 속 상황이 바뀌고 의자 흔들림의 강도도 달라진다"며 "굴착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VR 체험 시스템을 이용해 볼보 굴착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따져본다"고 말했다.
볼보건설기계 창원공장/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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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체험 시스템실은 생산 공장과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첨단기술개발센터(이하 첨단센터)에 있다. 볼보는 2006년 10월, 창원 공장의 연구·개발 단지 내에 첨단센터를 설립했다. 첨단센터는 2737㎡(약 828평) 규모의 지상 2층 건물이다. 얼핏 보기에는 바로 옆 생산 공장을 축소해 놓은 모습이다. 하지만 첨단센터 안에는 VR 체험 시스템 외에 90t급 굴착기의 제어 장치를 점검할 수 있는 대형 시험실, 영하 30도부터 영상 80도에서도 굴착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환경 시험실 등이 있다. 볼보는 첨단센터를 짓는 데 1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300명이 넘는 R&D 인력이 이곳에서 일한다. R&D 인력과 굴착기 테스트 설비는 물론 생산 공장이 함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크다. 정대승 볼보 연구개발부문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 볼보 공장에서 만드는 모든 굴착기는 창원에서 개발한 것"이라며 "우리는 기술력이 있다"고 말했다.
창원 제조업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볼보는 예외다. ‘이코노미조선’이 창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2~3년 전부터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볼보 매출은 2015년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에 1조595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8년에 2조475억원으로 늘었다. 생산량 역시 같은 기간 1만487대에서 1만5313대로 증가했다. 실제로 창원 공장의 조립부는 쉼 없이 돌아가는 중이다. 생산 공장 2층에 있는 사무실에서도 1층 조립부의 볼트 죄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창원 공장의 수출 비중은 매출액 기준 90%, 생산량 기준 85%이다. 회사 측은 "전 세계에 고르게 굴착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 힘이 된다"면서 "미국 수출량이 줄어들었을 때는 유럽 수출량이 증가하는 등 국제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경기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것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 생산라인/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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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건설기계코리아, 볼보건설기계, 볼보 그룹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볼보건설기계 그룹의 한국 지사이면서, 굴착기 부문에서는 그룹 내 핵심 거점이다. 굴착기 개발·생산·판매를 전부 담당한다. 볼보건설기계 그룹은 1929년 설립된 스웨덴 볼보 그룹의 한 부분이다. 볼보 그룹이 처음 시작한 사업이 자동차였지만, 현재 볼보 그룹은 트럭·버스 등을 생산한다. 안전의 대명사로 유명했던 볼보 승용차 부문은 1999년 포드에 매각됐고, 2010년 중국 지리 자동차에 재매각됐다. 현재 볼보는 건설기계, 트럭, 버스, 해양용 보트엔진, 방산, 금융 서비스 등 6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건설기계와 트럭 사업만 한다. 볼보트럭코리아는 트럭을 수입·판매하며 국내에 공장은 없다. 볼보트럭은 국내 대형 수입 트럭 판매 1위다.
[Interview] 정대승·최종원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부사장
"창원 최대 강점, 부품 조달 1시간에 OK"
정대승연구개발부문총괄 부사장(왼쪽) / 최종원 생산부문총괄 부사장(오른쪽)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이하 볼보)는 볼보 그룹이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창원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이끄는 최종원 생산부문총괄 부사장과 정대승 연구개발부문총괄 부사장은 삼성중공업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볼보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멜커 얀베리 볼보건설기계 그룹 회장은 "창원 공장은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과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며 "볼보는 볼보 그룹 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라고 말했다. 볼보가 삼성중공업을 인수한 1998년에 37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8년에 2조475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창원에 공장이 있어서 좋은 점은.
"협력업체가 모두 인근에 있어서 좋다. 공장으로부터 반경 50㎞ 안에 20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있다. 필요한 부품을 늦어도 1시간 안에 조달할 수 있다. 독일 공장은 주요 협력업체가 폴란드에 있어서, 부품 운반 트럭의 편도 운행 거리가 800㎞를 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인건비는 볼보의 다른 굴착기 공장이 있는 중국·인도보다 높다. 그런데도 창원에서 공장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창원에는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인력과 생산 시설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이것은 중국·인도 공장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도 공장의 인건비는 창원보다 낮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한 돈으로는 창원의 기술력을 살 수 없다. 창원 공장은 21년 동안 기술력을 쌓아왔다. 인건비와 기술력의 시너지효과를 따져볼 때 창원 공장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볼보 창원 공장이 지역에 이바지한 부분은.
"창원 공장 임직원 1200명, 사내 협력 직원 800명 등 총 2000명이 공장에서 일한다. 사외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약 2만 명에게 일자리를 줬다."
창원=정미하 이코노미조선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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