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런 지하철역이...


미술관으로 변신한 녹사평역, 

독립운동 기념 안국역 가보니


   ‘지하철’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출퇴근 시간에 숨조차 쉴 수 없는 소위 ‘지옥철’이 단번에 떠오릅니다. 그러나 지하철은 수많은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죠. 늘 사람이 붐비고 답답하던 공간에 숲이 들어서고 감상할만한 예술작품이 걸려있다면 지하철 이용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서울은 미술관’ 녹사평역 프로젝트


녹사평역 개찰구에서 본 작품들.


지난 3월, 녹사평역이 그야말로 신선한 갤러리로 탈바꿈했습니다.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꾸며진 녹사평역은 예술로 시민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닌, 예술을 통해 시민을 만나고 공감을 바탕으로 장소적 맥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야말로 아트센터를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이 아닌, 일상에서 삶의 한 부분으로 예술을 접하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하나의 의미있는 장소가 탄생한 것이죠. 직접 찾아가본 녹사평역은 역사라기보다 마치 식물원 같은 느낌이 강한 이색공간이었습니다. 


승강장 스크린도어에서 만나는 ‘깊이의 동굴-순간의 연대기’.


6호선 녹사평역 스크린도어가 열리자마자 만나게 되는 작품입니다. 추상화처럼 구불구불 띠를 형성하고 있는 저 그림이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작품해설을 보니 삶의 순간순간이 쌓여온 지층을 표현하고 있다고 하네요.


지나간 순간의 부재가 무(無)로 회귀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무심코 지나가지 않고 이런 의미를 가진 작품임을 안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올까요?


‘흐름’을 주제로 한 비디오아트.

 

개찰구를 나오면 벽면에 흐르는 비디오아트를 만나게 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화면에 흘려보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 삶의 위안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사색의 공간이 될 수 있겠죠.   


녹사평역 내부, 시민의 정원. 


제가 가장 놀랐던 공간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지상으로 나가기 전에 작은 숲길이 펼쳐지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주말에는 시민정원사의 원예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용산구 정원지원센터 02-2199-7613)


녹사평은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뜻의 옛 지명으로 풀이 무성해 조선시대까진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0년 12월 개통한 녹사평역에만 그 이름이 남아있는 것이죠.


자연채광이 따사로운 녹사평역 천장

 

승강장이 제법 깊은 녹사평역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거대한 돔 형식의 자연채광창을 볼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태양의 고도에 따른 빛을 끌어들여 내부에서 빛의 자연스런 확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찾은 날은 날씨가 화창해서 따스한 느낌이 한가득 쏟아져 내렸습니다. ‘댄스 오브 라이트’ 라는 이 건축예술은 녹사평역 갤러리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하네요.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안국역


최근 새롭게 변신한 역 이야기를 하자면 안국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9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독립과 관련된 유적이 많은 안국역 근처 지역! 그래서 안국역은 ‘3.1운동 100년역’으로 꾸며졌습니다.


 

안국역 ‘100년 하늘문’


안국역 4번 출구로 출입하는 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거대한 유리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해 청사 대문과 닮은 꼴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100년을 창조해낸 사람들로 쌓아올린 ‘100년 기둥’


개인적으로 안국역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100년 기둥입니다. 대한민국 100년을 창조해낸 모든 사람들의 영혼이 이 기둥 안에 담겨 빛나는 느낌이죠.


기둥 주변에는 잠시 앉아 쉬며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독립운동의 역사와 접속하며 잠시 충전하고 쉬어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100년의 역사를 담은 ‘100년 강물’.


지하 2층으로 내려오면 100년의 역사를 연대 별로 정리한 듯한 100년 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맞은편에는 100년간 변해온 헌법의 역사를 볼 수 있죠.


앞서 언급했듯 안국역 주변에는 대한민국 독립과 관련된 수많은 유적과 터가 남아있습니다. 안국역을 중심으로 그 역사의 현장들을 정리해 놓은 ‘3.1운동 청색지도’도 100년 헌법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새긴 의자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 내리면 독특하게 생긴 의자를 볼 수 있습니다. 높다랗고 하얀 의자 등받이에 빼곡하게 무엇인가 적혀있는데요. 바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입니다.


3.1운동은 남녀노소,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전 국민의 10분의 1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거대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빈자리까지 생각한 의자를 보니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숙연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도어에 새겨진 독립운동가들의 명언


스크린도어에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의 명언과 얼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늦춰지며 글귀를 읽게 되는데요. 가슴에 와 닿는 한 구절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바쁘게 움직이고 늘 치이기만 했던 지하철역!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보니 어떠신가요?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이렇게 일상 속에서 역사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확산되길 기대해 봅니다.  

정책기자단|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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