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m 옆 주민도 모른 수소발전소 건설...환경단체들은 도대체 뭐하나?/우후죽순 발전용 연료전지 '급제동'
270m 옆 주민도 모른 수소발전소 건설...환경단체들은 도대체 뭐하나?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추진 강행
인천 동구에 건립 예정 발전소 인근 주민들
“두달 만에 졸속 허가”
시설 100㎿ 이상만 환경영향평가
중소규모는 ‘구멍’ 곳곳서 마찰
“주민도 모르는 수소 발전소가 웬 말이냐, 즉각 철회하라” “1만8,072명 투표, 96.7% 압도적 반대, 수소 발전소 꼭 막아내겠습니다”
9일 오전 인천 동구 송림풍림아이원 아파트단지. 단지 바깥으로 아파트 부녀회 등이 내건 현수막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에서 270여m 떨어진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ㆍ지게차 출고장 한쪽에 들어설 39.6메가와트(㎿)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동네 미관을 해치면서까지 현수막을 내걸게 만든 배경이다. 현지 주민들도 모른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추진을 강행하면서 비롯된 불만의 표출이다.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3월27일 인천시청 앞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소연료전지는 제작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미세먼지 주원인인 질소산화물(NOx) 배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건설, 삼천리가 지난해 8월 특수목적법인으로 만든 인천연료전지는 같은 해 12월, 인천 동구로부터 발전소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지만 이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됐다. 주민들은 올 들어서도 발전소 건립 백지화 등을 포함한 광장 궐기대회에 나서면서 집단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엔 ‘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조직, 시민단체와 함께 발전소 건립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깜깜이로 추진된 발전소에서 질소산화물과 소음, 진동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대위 측은 “2017년 6월 한수원 등이 인천시, 동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가 나기까지 두 달 밖에 안 걸렸다”며 “내 집 200m 앞에 발전소가 생기는데도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와 인천연료전지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논의를 가졌지만 접점 찾기에 실패한 상태. 하지만 인천연료전지 측은 13일부터 공사 재개에 나서기로 하면서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된 연료전지 발전소 갈등은 불투명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다.
산자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연료전지 발전소는 47곳(발전시설용량 322㎿)에 이른다. 정부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2022년까지 5배(1,500㎿), 2040년까지 50배(1만5,0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도 10여곳(150㎿)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와 전남 장흥산단엔 2023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200㎿)의 연료전지 발전소가 각각 설립될 계획이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서 건립 과정 또한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되고 있지만 중ㆍ소규모(100㎿ 이하)의 발전소 경우엔 사실상 비공개로 추진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조차 연료전지 발전소의 추진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례가 태반인 이유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연료전지 발전소는 대부분이 중ㆍ소규모다. 연료전지 발전소 설립을 둘러싼 논쟁이 전국 곳곳에서 감지되는 배경이다.
9일 인천 동구 송림풍림아이원아파트 인근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환직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료전지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설립 절차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객관성 또한 보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주민 피해 유형과 100㎿ 이상의 발전소에 한해서만 적용시킨 환경영향평가법과 전기사업법 등을 문제로 꼽고 있는 까닭이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이 나오지만 소량”이라며 “일본 경우 가정에도 0.7킬로와트(㎾)짜리가 몇 십 만대 보급돼 있는데, 밀폐된 실내가 아니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선 절차와 과정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발전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전혀 안돼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와 정부가 ‘깨끗하니 괜찮다’라고 단편적으로 이해하다 보니 분노하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생길 텐데,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는 100㎿ 이상보다는 더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깨끗하다고는 하지만 발전소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본다”며 “실제 협의 주체인 지자체와 대화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한국일보
우후죽순 발전용 연료전지 '급제동'
전기위원회, 제229차 회의서 7개 全사업 심의연기
발전사업자 배경해석에 촉각…후속사업 지연될 듯
우후죽순 들어서던 발전용 연료전지에 급제동이 걸렸다. 전국적으로 발전사업허가 신청이 폭주하자, 전기위원회가 그 배경과 영향을 들여다보겠다며 당분간 심의를 미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미미한 국내산업 부양효과에도 불구하고 높은 보조금(REC 가중치 2.0)을 받아 최근 2~3년간 급팽창해 왔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열병합보다 저렴한 LNG요금제를 신설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기위원회는 지난달말 개최한 229차 정례회의에서 SK D&D가 신청한 ‘청주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안)’ 등 7건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신청을 무더기 심의연기했다. 같은날 상정된 새만금 육상태양광 등 11건의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이 이견없이 통과된 것과 비교된다. 전기위가 특정 전원(電源) 사업을 일괄 심의보류한 것은 지난해 농어촌공사 수상태양광사업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LNG발전소 유휴부지에 설치된 발전용 연료전지
위원회는 지난 3월 개최한 직전 정례회의 때도 삼천리의 남양연료전지사업 등 3건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승인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당국허가를 받아 국내에 설치된 연료전지는 발전용만 600MW에 달한다. 업계는 이미 허가를 받았거나 신청 예정인 예비사업도 800MW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수립된 수소경제 로드맵의 2040년 내수 연료전지 보급목표는 8000MW에 육박한다.
전기위 사무국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위원회 차원의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신규허가를 전면 중단한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당일 회의서 일부 위원들이 신청이 쇄도하는 배경을 궁금해 했고, 다른 위원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차기회의서 짚고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허가를 해주더라도 정책적 배경이 무엇인지, 큰 틀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고 해주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위원회는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230차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연료전지 주무부서인 신에너지산업과 등의 정책 브리핑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전회의서 심의연기된 7건의 연료전지사업이 재논의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 심의연기를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한 위원회 차원의 속도조절 조치로 해석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전기위는 이전에도 대규모 수상태양광과 일명 염해농지로 불리는 농어촌간척지 전용사업을 심의보류했다.
전기위가 외산기술 종속, 산업화 부재, 온실가스 배출, 비(非)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연료전지의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하게 될 경우, 이전보다 신규 사업허가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위원회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보조금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연료전지가 앞으로도 자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산업육성에 기여하는지, 온실가스는 덜 배출하는 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라며 "최근 민원까지 늘고 있어 이를 총체적으로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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