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가드레일 업계 히든 챔피언 VIDEO; MOA Caris between Uzbekistan Government
도로 가드레일 업계 히든 챔피언
유철 카리스 대표
우즈벡 사업 수주 발판 개도국 진출 박차
플라스틱(PVC) 도로 가드레일 업체 카리스를 운영해온 유철 대표(58)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 러브콜이 쏟아지는 덕분이다.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도로공사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는가 하면 4월에는 우즈베키스탄 도로교통청과 가드레일 설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1961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중퇴/ 1997년 중앙리빙샤시 상무/
1998년 삼성하이랜드 대표/ 2002년 우리엘텍 대표/ 2016년 카리스 대표(현)
지난 4월 29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그룹 사옥에서 만난 유철 대표는 “이번 본계약 체결로 우즈베키스탄 도로에 설치할 플라스틱 가드레일 10만㎞ 분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 진출도 머지않았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계약으로 카리스는 플라스틱 가드레일을 전량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즈베키스탄 도로교통청과 플라스틱 가드레일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트란스 율쿠릴리시’를 설립했다. 도로교통청 인근에 1만평 규모 공장 용지까지 확보한 상태. 연내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생산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공장 설립 비용 320억원 중 20%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직접 내기로 해 자금 부담까지 덜었다. 우즈베키스탄 도로 10만㎞에 가드레일을 설치할 경우 향후 20년간 총매출만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카리스 매출은 50억원 안팎으로 올해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유 대표가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게 된 계기는 뭘까.
“우즈베키스탄은 도로 노면 포장이 불량해 교통 인프라가 아직 열악하죠. 아비드 치아디로프 우즈베키스탄 도로교통국 장관직무대행이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도로가 깔끔하게 정비된 것을 눈여겨봤다고 합니다. 저도 때마침 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우즈베키스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친분이 있던 박현기 한국우즈베키스탄발전협회장 도움으로 우즈베키스탄 정부 측과 미팅 기회를 잡게 됐죠. 플라스틱 가드레일 가치를 높게 본 우즈베키스탄 정부 요구와 맞아떨어져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냈습니다.” 유철 대표 얘기다.
우즈베키스탄 도로 일부에 설치된 가드레일은 주로 중국산 금형으로 된 철제 가드레일이다. 중국산인데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해 카리스가 만든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중국산보다 30%나 저렴하다. 무게도 카리스 제품이 훨씬 가볍다. 철제 가드레일은 1m당 무게가 21㎏이지만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8㎏에 불과하다. 유 대표는 “성인 남성 혼자서도 충분히 들어올리는 무게라 직선뿐 아니라 곡선주로 설치도 쉽다. 철제 가드레일과 달리 녹이 슬거나 부식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리스가 만든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한밤중 스스로 빛을 내는 것도 독특하다. 광촉매 물질을 담아 최대 8시간 자체 발광하는 덕분이다. 햇빛이나 차량 전조등 빛을 흡수한 가드레일이 한밤중 빛을 내 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즈베키스탄 도로에 가로등이 많지 않아 정부도 흡족해했다”는 것이 유 대표 얘기다.
플라스틱 제품이라 탄성이 좋아 철제보다 충격 흡수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차량 인명 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유 대표가 강조한 매력이다.
“차량이 철제 가드레일에 충돌하면 날카로운 철판이 차량 안을 뚫고 들어와 2차 피해까지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리브구조’로 불리는 충격 흡수 구조입니다. 차량이 부딪히면 가드레일 내부의 갈빗대 구조가 부러지며 충격을 흡수해 탑승자 부상을 최소화하죠. 절단면으로 인한 부상 위험도 없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도로 안전 투자비용도 늘어난 만큼 점차 저희 제품 가치가 빛날 것으로 봅니다.”
유철 대표는 어떤 계기로 플라스틱 가드레일을 개발하게 됐을까.
그는 1990년대부터 안 해본 사업이 없었다. 유리창이 창틀에서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특허기술을 개발해 제법 큰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기술을 모방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곧장 다른 아이템을 찾아나섰다. 한참 사업 구상을 하던 도중 도로 위에 끊임없이 이어진 가드레일을 보고 문득 ‘철제 가드레일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플라스틱 가드레일 개발에 나섰다.
막상 제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저렴한 비용에 높은 강도와 PVC 특유의 탄성을 갖추려는 욕심으로 각종 화학 소재 연구에 나섰다. 온갖 화학약품뿐 아니라 왕겨, 야자수 가루, 감자녹말 등 식자재까지 넣어 이런저런 제품을 만들어봤다. 플라스틱 가드레일 개발을 위해 10여년간 수없이 실험하며 제품 개발에 힘썼다. 이 덕분에 2012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가드레일을 개발하게 됐고 2016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유철 대표는 유사 제품이 쏟아질 것을 대비해 서둘러 플라스틱 가드레일 특허를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도로연맹 엑스포’에서 ‘혁신제품상’까지 수상했다. 이 상은 가드레일 분야의 최고 상으로 불린다. 올 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R52 장영실상까지 거머쥐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플라스틱 가드레일 마케팅에 나섰다. 전남 여수와 화순, 경기 화성, 제주 등 10여곳에 가드레일을 직접 설치했다. 유 대표는 “해안가 지방도로는 아무래도 바닷바람이 거세 가드레일이 부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이런 걱정이 없어 주요 지자체마다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카리스가드레일/[비앤핏] 인덕원pt 인덕원헬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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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가드레일 관련 일화도 하나 소개했다. 지난해 오픈한 경기도 포천 레이싱 경기장 ‘레이스웨이’에서 안전점검 도중 큰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180도에 이르는 코너 구간에서 차량이 한 바퀴 돌고 시속 120㎞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 빠른 속도로 정면 충돌한 만큼 대형 인명 사고가 우려됐는데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차량 앞부분만 찌그러졌고 운전자도 멀쩡하게 스스로 빠져나왔다. 이 덕분에 카리스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사람을 살리는 가드레일’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남 영암, 강원 인제 등 주요 레이싱 경기장마다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해외 진출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 가드레일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그림을 그린다.
향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베트남, 이란 등 신흥국 가드레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국내에서 코스닥 특례 상장도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플라스틱 가드레일뿐 아니라 PVC 방음판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인 만큼 중소기업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 ‘중앙아시아 가드레일 1등 기업’을 넘어 ‘글로벌 가드레일 시장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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