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SOC] 도서관·체육관 건설 반대…지자체 '웃픈' 속사정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지속적으로 유지·관리 운영이 훨씬 힘들어"


사후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공공 재원으로 생활형 SOC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치적 포퓰리즘 비난 면치 못해


   최근 정부에서는 생활형 SOC사업에 향후 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OC 사업은 사회기반시설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을 말한다. SOC 사업이 토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어, 생활형 SOC 사업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제안하고 있는 것 같다. 생활형 SOC 사업이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동네)에 꼭 필요한 커뮤니티 시설, 도서관, 체육관 등을 건설하는 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생활형 SOC 사업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함정, 즉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활형 SOC 사업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훨씬 힘들고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각 지자체에 생활형 SOC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건설 이후 지속적인 유지·관리는 지자체 몫이다. 즉 건설 이후 유지·관리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 




최근 서울에서는 재건축사업, 도심재개발사업 등에서 민간 사업자들이 용적률 상향 등을 받기 위한 공공기여시설로 체육관, 도서관 등 각종 생활형 SOC를 건설해주겠다는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구에서는 유지·관리가 어렵다며 체육관·도서관 등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생활형 SOC를 건설해주겠다고 해도 지자체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복지정책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생활형 SOC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건설했는데, 지금은 이 시설들이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공공시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는 공공시설에 민간 사업자를 유치해 유지·관리를 위탁하면서 공공시설을 수익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법·제도도 이러한 민간 사업자 유치를 장려하기 위해 PPP(민관협력사업)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사가현 다케오시에 위치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이다. 인구 약 5만명인 지방도시 다케오시는 시립도서관을 운영·관리하기 어려워 일본의 대표적인 북카페 민간 사업자인 쓰타야 서점을 유치해 도서관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민간의 우수한 경영으로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지역 내 최고 관광상품이 되었다. 또 일본에서는 2017년 도시공원법을 개정해 도시근린공원에 카페, 레스트랑 등 민간 수익시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Park-PFI(공원민간유치사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도심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파크는 40년 전에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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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시설을 수익시설로 활용한다는 개념이 없으며 법·제도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생활 SOC 사업은 개발 단계에 국한하지 않고 사후 관리 문제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해 본다. 지자체 특성에 따라 굳이 공공 재원으로 건설하지 않아도 민간 개발과 연계한 생활형 SOC 건설이 가능한 경우에는 민간 개발과 연계를 통한 공급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공공 재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중요한 내용이다.


 둘째, 향후 생활형 SOC는 계획 초기 단계부터 시설의 사후 유지·관리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사후 관리에 민간 부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시스템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많은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후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공공 재원을 통한 생활형 SOC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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