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하고 무슨 원수 졌나?.."원전 건설시장 훨씬 큰데 해체산업 키운다는 정부"
원전하고 무슨 원수 졌나?.."원전 건설시장 훨씬 큰데 해체산업 키운다는 정부"
산업부, 원전해체硏 설립 MOU
전세계 원전건설시장 600조
해체시장도 550조 달하지만
대부분이 폐기물 처리비용
국내 해체기술 아직 걸음마
지역경제 파급효과 미지수
부·울·경에 연구소 쪼개 설립
총선 의식한 `나눠주기` 논란
원전해체산업의 허브가 될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가 2021년까지 부산, 울산 접경지와 경주에 각각 들어선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대체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그 전진기지인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원전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내세운 해체산업이 전 세계적으로도 걸음마 단계여서 당장 탈원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원전 업계와 지역 경제에 얼마만큼 경제적 효과를 볼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련 곰퉁이 정부
국민들 탈원전 우세 여론 불구
왜 탈원전해야 하는지 설명도 못해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15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왼쪽부터 이선호 울주군수,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강길부 의원(무소속·울산 울주), 정재훈 한수원 사장,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 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했다고 밝혔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설계수명 종료 시점에 따라 2030년까지 총 11기가 해체 대상이 되며 단계적으로 해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원전(30기) 해체 시장만 총 22조5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453기의 해체 시장은 550조원에 달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 1기를 해체할 때 통상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폐기물 처리비용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해체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쓰레기봉투와 쓰레기매립지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산업 육성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원전산업에 비할 바가 못된다. 게다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발주를 앞두고 있는 원전은 210기로 가동 중인 원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장 규모는 600조원에 달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는 원전 주기상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사업일 뿐 원전산업을 대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시장 규모나 경제적 효과 면에서 원전산업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원전산업 대신 해체산업 육성에만 나서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전 해체산업이 전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인 데다 관련 해체기술 자립도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현재까지 상업용 원전 해체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8기만 진행됐을 뿐이다.
결국 상당 기간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전 해체는 설계 작업에서 시작해 원전의 방사선 수위를 낮추는 제염, 건물 해체, 폐기, 용지 복원까지 이어지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국내 첫 해체 대상이 될 고리1호기만 해도 2022년 해체가 시작돼 완료 시점은 2032년으로 예상된다. 당장 일감이 떨어져가는 원전업계는 해체산업 육성을 반기면서도 여전히 신한울 3·4호기 재개 등에 목을 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은 애초 연구소 유치를 신청했던 지역을 모두 걸치게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구소 입지 선정이 지역 간 `나눠 먹기`에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수로는 원자로 형태와 폐기물 종류 등이 경수로와 달라 별도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운영에 여러 지자체가 얽히면서 향후 중복 투자,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불 보듯 뻔해 비효율만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그동안 연구소 단독 유치를 희망하던 부산 기장군은 이날 MOU 체결식에 불참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지역 간 희비가 엇갈렸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역 간 나눠 먹기 식으로 연구소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밀실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임성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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