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향 못잡은 건설사들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올해 방향 못잡은 건설사들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주택∙해외∙SOC로…건설사 생존 셈법 제각각
"국내외 건설시장 여건 녹록지 않을 것"
건설업계가 올해 1년을 어떻게 꾸려나갈 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엔 대체로 괜찮은 실적을 거둔 편이지만, 올해는 국내외 건설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 실적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화학설비나 발전소 건설사업의 경우 ‘큰 손’인 중동 산유국들의 정세가 관건인데, 올해 발주 물량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미국 경제 상황에 따른 금리와 환율 변동 같은 거시 경제 여건과 최저임금 인상 같은 국내 정책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굵직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주력 사업부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국내외 수주 여건에 따른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THE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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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상장사들의 경우 지난달부터 줄줄이 2018년 경영성적표를 공개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 등 2018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5개사의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감률은 회사마다 엇갈렸지만, 순이익은 모두 늘었다.
건설 프로젝트 수익성이 좋아진 삼성물산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7년보다 20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해외사업 관련 환차손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순이익은 44% 증가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도 2018년 순이익이 직전해보다 각각 34%, 15% 증가했다. 2017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GS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건설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됐던 해외 사업들이 대부분 마무리된 덕도 있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경쟁이 격해지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무리하게 떠 맡아, 수 년에 걸쳐 공사를 마무리하고 손실을 반영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자사 강점을 극대화하는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모처럼 국내 아파트 건설 시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 반포주공아파트 3주구 재건축 시공사 재입찰에 발을 들였다. 마찬가지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GS건설도 서울 재건축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대신 플랜트나 토목 등 다른 건설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회사들도 있다.
현대건설은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의 인지도가 쌓인 중동과 아시아시장에서 건설사업을 대거 따내는 게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안에 착공할 계획인 통합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시공도 현대엔지니어링과 나눠 맡는다. 현대차그룹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GBC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제치고 최고층 건물 타이틀을 가져오게 돼, 회사 이름값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주택 재개발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조선일보DB
SK건설은 올해 매출에서 국내와 해외 비중을 50 대 50으로 잡고, 전체 매출의 50%는 플랜트 사업부에서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머지 50%는 건축 사업부와 토목 사업부에서 책임질 계획이다. 국내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SK건설의 올해 분양계획을 보면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한 건도 없다. 광명·부평·수원 등 수도권에서 3건, 광주·대전 등 지방에서 2개 현장을 분양하는데 그친다.
한화건설은 도로와 철도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따내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건설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건설과 지역균형개발을 위한 지방 교통망 확충 등 대규모 SOC 건설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 자금여력과 시공능력을 두루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일감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은 줄어든 주택 부문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과 같은 SOC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한빛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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