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철거' 밀어붙이는 정부, 가뭄 극복 장치부터 밝혀야..."자칫 대재앙 우려 "/정치논리로 무너뜨리는 4대강 보/공주보 주민들 "우리를 물로 본 결정… 철거 저지 투쟁"
'보 철거' 밀어붙이는 정부, 가뭄 극복 장치부터 밝혀야..."자칫 대재앙 우려 "
[사설]
환경부가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곳 중 3곳을 해체하고 2곳은 상시 개방하겠다고 발표해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발표 직후부터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보 인근 주민의 걱정과 반대는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주민들에게 5개 보는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를 제공하는 주요 수원(水源)이다. 성급한 보 해체가 자칫 인위적인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 철거 계획은 지난해 11월에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 전문위원회 및 기획위원회’의 결론에 따른 것이다. 수십 년씩 관찰·연구해도 부족할 수 있는 치수와 수자원의 유지 관리를 이렇게 석 달 만에 결론 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더구나 이 위원회의 민간 인사 중에서는 드러내놓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이들이 적지 않아 “애초 보 철거를 전제한 전문위원회가 아니었나” 하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경제성 따져 해체한다지만… 보 개방할 경우 편익은 계산 안해
http://news.donga.com/3/all/20190223/94252349/1
edited by kcontents
보 철거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점, 비용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경제성 문제를 포함해 과학적·실증적·객관적 공론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정치논리 배제가 큰 관건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항구적인 가뭄극복책이다. 경제발전에 따라 생활·산업 용수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는 어느덧 만성 물부족 국가가 됐다. 지난해 여름의 최악 폭염, 가뭄 같은 기상 이변도 잦아졌다. 필요한 만큼의 수자원을 양적으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강물은 주변 지천과 지하수 수위까지 높여 농업용수 걱정을 덜어준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뭄 폭염 때마다 농민들이 날벼락 맞게 할 수는 없다.
수질을 따지다가 가뭄 재난을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질 악화도 보 때문인지, 급증한 오염요인 탓인지, 계절적 현상인지 장기간에 걸쳐 따져볼 게 많다. 향후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 조사에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보 해체 문제는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전에 오류가 바로잡히고, 근본적 가뭄대책도 마련되길 바란다. 부족하면 수입도 못 하는 게 수자원이다.
정치논리로 무너뜨리는 4대강 보
환경부 조사평가위,
금강·영산강 洑 5개 중 3개 철거 결론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 중 3개를 철거하고 2개를 상시 개방하는 안(案)을 22일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이날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를 철거하고, 공주보를 부분 철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보를 철거하지 않는 백제보·승촌보도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해 금강·영산강의 모든 보를 사실상 무용화하기로 결론을 냈다. 각각 2000억~3000억원을 들여 설치한 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7년 만에 없애겠다는 것이다. 3개 보를 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816억원이다.
정부가 22일 공주보(洑)를 비롯한 금강과 영산강의 3개 보를 철거한다고 발표하자 농민 등으로 구성된 공주보철거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공주시 농민들 "洑철거 말라" - 정부가 22일 공주보(洑)를 비롯한 금강과 영산강의 3개 보를 철거한다고 발표하자 농민 등으로 구성된 공주보철거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주보가 해체되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며 보 철거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정부는 각각 2000억~3000억원을 들여 설치한 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7년 만에 없애기로 결정했다. /신현종 기자
조사평가위는 이날 "경제성 분석, 수질·생태, 이수·치수, 국민과 지역 주민의 인식 조사 등 각 부문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자료를 보면 수질 평가 지표에는 보 설치 이후 개선된 지표가 포함되지 않았고, 경제성 평가 지표에는 인과 관계에 의문이 드는 항목들이 다수 발견됐다. 정부 설문 조사에서는 보 지역 주민의 40% 이상이 '보가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 없다'고 한 주민(36%)보다 많았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보 철거를 강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 개방 평가를 높일 수 있는 지표들만 선택적으로 반영해 보 허물기를 강행했다는 인상이 짙다"고 했다.
현 정부는 전전(前前) 정부에서 이루어진 4대강 사업을 적폐로 규정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고, 16개 보 중 6개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도록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지고, 홍수·가뭄 피해 방지 효과가 있다는 등의 연구가 나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4대강 보를 연 지 21개월 만에 보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밀어붙이기식으로 4대강 보에 대한 철거를 결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정부가 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 순기능에는 눈을 감고 정치 논리를 앞세웠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도 그렇게 내린 것 아니냐"며 "(4대강 사업이) 태생적으로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던 만큼, 처리 방안을 결정할 때 같은 과오를 범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가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4대강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철거에 착수한다면 공주보 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3/2019022300083.html
공주보 주민들 "우리를 물로 본 결정… 철거 저지 투쟁"
[4대강 보 철거]
철거 대상 지역 가보니
"큰돈을 들여 지어서 지역에서 잘 쓰고 있는 공주보를 철거한다니 말이 됩니까."
22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 봉황동 이통장협의회 사무실에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지휘부 2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오전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공주보 일부 철거 발표가 나오자 비상 소집된 것이다. 공주 시민·사회단체 10여 곳이 모인 투쟁위는 이날 발표에 "말이 안 되는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투쟁위는 회의를 마치고 세종시 환경부를 항의 방문하고 청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금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공주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주보를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창석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장은 "주민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공주보 철거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 가운데 3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22일 공주보 주변에 보 철거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공주보 철거반대추진위원회는 정부 결정이 나오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에는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서명서가 놓여 있다(오른쪽). 정부 설문조사에서 공주보 인근 주민 51.6%는 '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가 필요 없다'는 주민은 29.5%였다. /신현종 기자
공주시의 모든 이·통 단위 마을 383곳이 모인 이통장협의회는 공주보 철거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2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공주보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토마토, 대파 등을 키우는 농민들은 "공주보 개방 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도 "소에게 먹일 물이 없다"면서 철거를 반대한다.
4대강 보 철거 추진 일지
상시 개방이 결정된 충남 부여 백제보의 김영기 농민 대책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약속했던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백제보 개방을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는 철거가 결정되면서 보를 활용한 관광레저 분야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죽산보 죽산수변공원 옆 부지(1만2000㎡)에서는 나주시가 20억원을 투입해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내려진 철거 결정에 나주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보 철거 공사 때 중장비가 드나들면 캠핑장은 준공해놓고도 장기 폐장을 해야 할 신세다. 22일 찾아간 죽산보의 관광용 황포돛배는 불완전 운항 중이었다. 2012년 9월 죽산보 상류 영산포 선착장에서 운항을 시작한 황포돛배는 보 완전 개방 이후 수위가 낮아져 멀리 떨어진 하류로 선착장을 옮겼다. 30년 넘게 인근에서 홍어를 판 강모(69)씨는 "멀쩡한 죽산보를 없앤다는데 기가 찬다. 황포돛배를 강탈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죽산보 상류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이 결정됐다. 수막 재배를 하는 미나리와 시설 하우스 농가에서는 "농사철에 맞춰 최소한 승촌보의 관리 수위는 6m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권은 "국가 파괴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만든 보를 해체하려는 목적은 보수 정권 지우기이자, 근대화를 해체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보수정권이 한 것을 전부 부인·부정하면 본인들이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를 구성했다. 특위 위원장은 공주보가 있는 충남 공주·부여·청양군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이 맡았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물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금강의 물을 생명수로 농사짓는 농민들과 식수로 사용하는 금강 유역 주민들은 무슨 죄냐"며 "환경부 결정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보 철거 작업에 착수한다면 공주보 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나주=조홍복 기자 공주=김석모 기자 이슬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3/2019022300092.html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