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강바닥, 주민들 “철거 안된다”...전문가 “수질에 무지한 코미디”
바싹 마른 강바닥… 주민들 “철거 안된다”
철거 발표 임박설 나도는 금강 세종·공주보 가보니
작년 보 개방조치후 물기 말라
강물은 없어지고 자갈만 쌓여
주민들은 철거반대 서명 운동
지난 17일 오후 세종시 대평동 학나래교 부근 둔치를 통해 접근해 들어간 금강은 먼지가 풀풀 날렸다. 강은 자갈 깔린 사막처럼 삭막했다. 지난해 2월 2일부터 전면 개방 조치로 물을 완전히 빼낸 뒤 자정계수가 8배나 좋아졌다고 정부가 발표한 금강 세종보 현장은 정부 얘기와 딴판이었다. 환경부는 이달 안에 세종보를 포함한 금강·영산강 유역 4대강 보 5곳에 대한 처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언론은 5개 중 일부가 철거될 것이라고 보도됐다.
정부 ‘자정계수 향상’ 주장에
전문가 “수질에 무지한 코미디”
정부의 보 개방 조치로 물을 뺀 지 1년여가 지난 17일 금강 세종보 상류는 물이 바싹 말라 자갈밭을 연상시킨다.
1864억 원을 들여 만든 높이 4m, 폭 360m 규모의 금속제 가동보는 1년 넘게 누워 있는 상태다. 보 하류 강바닥은 유량이 없는 데다 긴 겨울 가뭄 탓인지 바싹 말라 있었다. 바람이 불자 모래바람이 일었다. 수초 역시 물기를 머금지 못한 듯 검붉은 색으로 바싹 말라 있다. 보 상류에는 물이 고여 있었지만, 개방 이전 넘실대던 강물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수량이 적었다.
세종보 입구 둔치에는 ‘행복도시 둘레길 안내판’이 보였다. 제2코스인 ‘금강 나룻길’은 강 주변을 도는 길(총연장 19.7㎞)이지만 둘레길을 걷는 시민은 찾기 어려웠다. 이 일대는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며 지정한 ‘금강 8경’ 중 7경에 해당하는 곳이다. 보 주변에서는 설과 추석 같은 명절 때 민속행사가 펼쳐지던 곳이지만 보를 개방한 뒤 경관이 망가지면서 올해 설에는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세종시의회의 한 의원은 “거의 1년 내내 강바닥이 드러나는 모습에 강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자정계수 향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의 장단점을 살펴 탄력적으로 대응해야지 일괄적인 철거 정책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뭐? 잘쓰던 공주보 부순다고?"...383개 마을이 철거반대 운동 전개
https://conpaper.tistory.com/75255
세종보에서 19㎞ 하류에 있는 금강 공주보(공주시 우성면)에는 정부의 철거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 주변 농민들이 철거 반대 현수막을 수십 개 내걸었고, 공주 시내 마을별로 철거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관할 자치단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충남도의 국장급 인사는 “환경부에서 전혀 귀띔을 해주지 않아 답답하다. 자치단체의 의견 조회도 아직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보의 개방과 철거문제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공주·백제보의 경우 농업용수 고갈에 상당한 영향을 주므로 농사에 지장에 없도록 융통성 있게 가야지 극단적 조치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보를 전면 개방한 이후 금강과 영산강의 자정능력이 향상되고 강을 찾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개체 수도 증가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특히 수계 전체 수문을 전면 개방했던 금강과 영산강은 자정계수가 각각 최대 8.0배, 9.8배 상승하는 등 보 개방 시 하천의 자정능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의 본류에 자정계수를 들이대면서 수질개선 운운하는 건 수질·생태에 무지하거나 코미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세종·공주 =글·사진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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