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수원, 폐쇄 결정한 월성 1호기 핵심장비 '시뮬레이터' 개조…혈세 낭비 논란


[단독] 한수원, 폐쇄 결정한 월성 1호기 핵심장비 '시뮬레이터' 개조…혈세 낭비 논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용으로 제작중이던 시뮬레이터를 월성 3호기용으로 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뮬레이터는 원자력발전소(원전) 근무자들이 원전 운전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상 원자로 주제어실 등의 장비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비상상황을 실전처럼 훈련·대비할 수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는 2022년까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하자, 2016년 월성 1호기용 시뮬레이터를 캐나다 회사에 발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자 월성 1호기용 시뮬레이터는 사용처를 잃었다.



한수원의 원전 시뮬레이터 시연 모습./한수원 홈페이지


원자력업계는 한수원이 궁여지책으로 월성 1호기용 시뮬레이터를 월성 3호기용으로 개조하고 있지만, 월성 3호기 역시 수명연장에 실패할 경우 혈세만 날릴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시뮬레이터 제작을 의뢰한 캐나다 L3는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월성 1호기용 시뮬레이터를 월성 3호기용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당초 월성 1호기용 시뮬레이터 개발비로 1350만달러(150억원)를 썼으나, 월성 3호기용으로 개조하면서 개발비가 1612만달러(180억원)로 증가했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중인 원전 23기 중 월성 1호기와 동일한 중수로 원전은 월성 2·3·4호기 등 3기뿐이다. 중수로는 캐나다가 전파한 방식으로 원전 가동 도중 수시로 연료를 교체한다. 반면 경수로 원전은 원전 가동을 중단한 채 연료 전체를 한번에 교체한다. 우리나라가 주력해왔던 방식은 경수로이며, 한수원은 20기의 경수로 원전을 운영중이다.

전문가들은 월성 1호기가 중수로 원전이기 때문에 시뮬레이터를 개조해도 가동연한이 20년이 넘은 월성 2·3·4호기에 쓰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과거 한수원이 계속운전을 허가받은 월성 1호기에 설비(시뮬레이터)투자를 했다가 폐로를 결정하면서 예산낭비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월성 3호기가 수명연장에 실패해 오는 2028년까지만 가동될 경우, 시뮬레이터를 해외 원전 운영회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중수로 원전은 전 세계적으로도 숫자가 많지 않고 이미 해외 원전 운영회사들도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매각을 추진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투입된 7000억원(설비교체 등) 외에 추가로 혈세를 날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설성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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