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신규 원전 '신고리 5·6호기'..."여객기 충돌해도 문제 없어"
마지막 신규 원전 '신고리 5·6호기'..."여객기 충돌해도 문제 없어"
지난 2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5호기 건설 현장. 지름 50m의 둥근 원통(원자로)을 두께 6㎜의 내부철판(CLP)과 두께 137cm의 철근 콘크리트로 감싸는 외벽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앞에는 원자로의 지붕인 돔(dome)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돔 작업이 끝나면 2300t급 크레인이 돔을 들어올려 원자로 천장을 덮게 된다. 아파트 24층 높이의 원전 윤곽이 완성되는 것이다. 5호기 옆에 위치한 6호기는 아직 바닥을 다지는 기초공사 중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은 지난해 말 기준 42.14%. 분주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된 영향으로 당초 목표(43.11%)에는 못미친다. 총 사업비 8조6254억원이 투입돼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 ‘APR1400’ 원전이다. 기존 1000MW(메가와트)급 원전보다 40%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대형 여객기가 충돌해도 원전이 붕괴되지 않도록 안전성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국내에서 보는 마지막 원전 건설 현장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를 추진하면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신고리 3·4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고리 5·6호기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뻔 했던 원전이다. 2014년 9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정부가 사업 백지화를 추진했었다.
원자력업계와 지역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해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재개 여부를 공론화를 추진했다. 1조6000억원이 투입된 공정률 29.5%의 신규 원전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조사를 진행한 결과 ‘건설재개’로 결론이 났고 공사재개를 권고했다. 공사 재개를 지지한 비율은 59.5%.
공사가 지연되면서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공론화로 공사를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비용,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은 돌이킬 수 없겠지만 더 이상 공사가 지연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추가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고리 4호기, 1년 넘게 시운전만…"하루 손실 20억원"
신고리 5·6호기 옆에는 신고리 3·4호기가 보였다. 4호기는 흰 연기를 내뿜었지만, 이는 시운전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일 뿐이다. 종합공정률이 99.6%에 이르렀지만 2017년 사실상 완공 후에도 1년이 넘도록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경주·포항 지진 등 안전성이 운영허가 지연의 이유다.
신고리 4호기 주제어실에는 발전소 운전 관련 총책임자인 발전팀장, 원자로 차장, 터빈 차장, 안전차장 등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6개조가 1년 넘게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시운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리 4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신고리 3호기는 2016년 12월 20일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통상 1년의 시차를 두고 쌍둥이원전이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신고리 4호기이 상업운전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원안위는 다음달부터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심의 절차와 함께 운영허가가 나더라도 6~8개월간 연료주입, 시운전 기간을 감안하면 연내 가동은 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신고리 4호기는 안전성보다는 원안위의 허가가 늦어지면서 가동이 안되고 있다"며 "합당치 않은 이유로 허가가 늦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신고리 4호기를 가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하루 20억원인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 (발전단가가) 비싼 LNG를 수입하면 국가적으로도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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