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된 타워 크레인 이야기
좀 된 타워 크레인 이야기
한노보연 선전위원 흑무
신축공사 현장 타워 붕괴 사고
2010년 10월, 합정동 서교자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서 60여 m 높이의 대형 타워크레인 2대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타워크레인 노동자 문모 씨(48)가 조종실과 함께 추락해서 사망했고, 건물 7층에서 외벽작업을 하던 정모 씨(34)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떨어져 숨졌다.
이후에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어디가야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합정동 사고 이후에 대한 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인다.
2013년 7월 1일부터 자립고 이상 시 벽체 지지방식 의무화
와이어로프지지방식,안전에 취약하고 붕괴 등 위험에 노출
안전저널
타워크레인 벽체 지지방식 의무화
https://www.kcwu.or.kr/news/1456
“현장의 자재를 제 위치에 가져야놓는 것이 타워크레인의 작업이에요. 그런데 타워크레인이 할 수 없는 작업을 시킬 때도 있어요. 목적 외 작업이라고 하는데 말뚝을 뽑으라거나 그런 거요. 건설현장은 법을 지키는 곳이 없어요.” 동주 씨의 말이다. 2011년 기준으로 과거 5년간 사고로 세상을 떠난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160명에 이른다.
타워크레인 벽체지지방식
와이어지지? NO! 벽체지지? YES!
“타워크레인은 안전을 위해 탄성이 강한 철을 쓰죠. 부러지는 게 아니라 휘어져요. 타워크레인은 보통 1-2m정도 심는데요, ‘자립고’라고 해서 혼자 설 수 있는 높이가 있어요. 기종마다 다 다르고요. 자립고 이상 올라가면 다른 장치를 쓰죠, 와이어 같은.”
늘 궁금했다. 젓가락 같은 타워크레인이 어떻게 서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와이어로프로 그 높고 무거운 타워크레인이 제대로 설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와이어 방식을 많이 쓰죠. 하지만 벽체지지방식으로 바뀌어야 해요. 2003년에 태풍 매미가 왔을 때 타워크레인 50여대 정도가 전도되었는데, 대다수가 와이어지지방식이었어요.”
벽체지지방식? 처음 듣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벽체에 묶는 거예요.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타워크레인을 아파트가 지지하는 형식이 되는 거죠. 와이어지지방식보다 더 튼튼해요. 그런데 건설사에서 그렇게 잘 안하죠. 벽체지지방식으로 하면 작업 반경이 와이어방식보다 좁아지거든요.”
건설이나 제조업이나 똑같은 이야기.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원가절감, 비용절감을 말하며 더 위험하게 일하게 만들고 위험의 결과는 그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건설노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와이어지지방식은 안전성의 문제로 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전체의 70% 정도가 와이어지지 방식을 쓰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와이어 설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FM(정석)대로 하면 와이어 설치에만 1억 이상 들어요. 그러니 와이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거죠. 사고 나면 타워크레인 기사는 물론이고 밑에서 일하던 사람까지 다치게 되는데……. 게다가 장비 살피는 것 까지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떠넘겨요. 장비 살피는 것 까지 어떻게 합니까. 임대회사나 원청(건설사)에서 해야죠.”
타워크레인의 와이어 지지와 벽체지지방식/기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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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사고가 계속되다보니 공사 전 벽체지지방식 설계를 법제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태풍 산바가 올라왔을 때 고용노동부는 전국 사업장(타워크레인 전도, 고층 건축공사장 비래사고 우려 사업장 등)에 철저한 사전대비를 주문하며 태풍 등에 의한 타워크레인의 붕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크레인 지지를 현행 벽체지지 또는 와이어로프지지 방식에서 벽체지지 방식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벽체가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건설현장에서는 벽체지지방식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60~120m 높이, 0.3평의 공간
“타워크레인 기사 월급은 목숨 값이에요. 사고 나면 죽는 것 말고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높이에, 그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혼자 일하잖아요.”
그 높이까지 올라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동주 씨에게 물었다.
“한 두 시간 정도? (네에~?) 하하하. 농담이고요.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죠. 계속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까 허리, 무릎도 안 좋고 레버 작업을 하니까 손목, 어깨도 안 좋죠.”
밥은? 타워크레인에서 혼자 먹어야 하나?
“에이, 아니죠. 다들 내려와서 먹어요. 하루 종일 혼자 일하는데 밥까지 혼자 먹으면 비참하죠.”
쉴 때 쓸 돈까지 벌어야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임금은 보통 250만 원 정도. 타워크레인 기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사람들은 얘기하지만 일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일과 일 사이에 보통 5개월 정도 쉬게 된다고 한다. 주 40시간 노동이기는 하지만 일을 할 수 있을 때, 쉴 때를 대비해서 바짝 벌어놓아야 하니 죽기 살기로 잔업, 특근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11년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건설노동조합에 실시한 조사에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실업(대기)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균 3천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어렵게 쟁취한 주40시간이지만 쉴 때를 생각하면 40시간 일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조건인 것이다.
시공사 - 타워크레인 임대회사 - 타워크레인 기사?
“공사를 발주할 때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포함되어 있어요. 시공사가 선정되면 시공사는 타워크레인 임대회사와 임대계약을 하죠. 임대회사는 다시 타워크레인 기사와 계약을 하고요.”
요즘 뉴스에 50대 건설사의 부채 규모가 무려 158조에 이르고 8곳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시대가 끝나고 건설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층 건물을 많이 짓기에 여기저기 타워크레인이 많이 필요한 한국이지만, 전체 타워크레인 중 가동되고 있는 타워크레인은 3분의 1정도, 임대업자들은 장비를 놀리느니 싼 값에 계약을 하더라도 장비를 돌리려고 하고, 당연히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임금 또한 낮아지는 것이다.
그나마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되면서 조금 달라진 것도 있다.
“예전에는 아무나 타워크레인 임대업을 했어요. 핸드폰만 들고 있으면 인맥 가지고서 타워크레인 임대회사 사장님이 되는 거예요. 무분별하게 타워크레인이 설치되고, 전국에 몇 대인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거죠……. 안전의 부분에서 제약받을 수 있는 규정이 산업안전보건법밖에 없었어요.”
동주 씨를 만나 묻고 자료를 찾으며 건설, 그 중에서도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저것은 타워크레인이다!’라는 것 말고는 타워크레인 노동에 대해 워낙 아는 것이 없었던 터라 여전히 내가 더듬는 곳이 코끼리 다리인지 코인지 구분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는 거지 뭐~’ 라고 나의 조급함과 부끄러움을 달래본다.
저 앞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내 눈 앞으로 조금 더 다가온 느낌이다. 그간 <일터>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노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고자 기획한 코너인 「A~Z까지의 다양한 노동이야기」가 ‘반짝반짝 빛을 내는 듯하다’고 말하면 너무 자화자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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