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인력 구조조정 나서는 건설업계..."소탐대실 리스크 안고 있어"/국내 규제에 막히고 해외시장 치이고… 출구 못찾는 건설업계


툭하면 인력 구조조정 나서는 건설업계..."소탐대실 리스크 안고 있어"


해외건설 봄바람 전망

저유가 국면이 부른 새로운 현상 

해외사업부 축소한 국내 건설사

일감 몰려오면 어찌 하려나


   해외건설 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낯선 전망이다. 하지만 ‘저유가 장기화’를 예상한 산유국들이 ‘석유가 아닌 다른 것(석유화학 등)’에서 수익을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건설업계엔 ‘발주바람’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내 건설사가 이런 숨은 호재를 누릴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설업계의 소탐대실 리스크를 분석했다. 




“해외건설 수주가 관건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건설업종 이슈다. 골자는 재건축 규제와 대출 규제 등 정부 부동산정책에 따라 국내 주택건설 수주 물량이 가파르게 감소한 탓에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다. 


일부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인력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HMG 저널


지난해 10월부터 저유가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엉뚱한 전망이다. 저유가가 지속된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외건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해외건설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덴 이유가 있다. 




먼저 저유가의 장기화다. 셰일오일이 등장한 이후 국제유가는 예전처럼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오르기 힘들다. 더구나 세계 각국은 환경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등 탈脫석유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업계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석유만 팔아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중동의 산유국은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중동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사빅(SABIC) 지분 인수를 위해 약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화학과 같은 ‘석유를 이용한 다른 산업’에 눈을 돌리겠다는 거다. 당연히 일반적인 저유가 국면과 달리 새로운 설비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저유가 국면이 설비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해외건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이유는 시장의 다변화다. 중동 중심이던 해외건설 시장이 최근 인프라 투자를 한껏 늘린 러시아ㆍ베트남ㆍ태국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태경제협력기구(APEC)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지역 해외건설 수주 비중은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43.0%를 차지했다. 2016년 37.4%보다 5.6%포인트 늘었다. 전통적인 해외건설 발주시장이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메나(MENAㆍ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비중은 같은 기간 36.5%에서 26.5%로 10.0%포인트 줄었다. 



저유가 장기화와 설비투자

해외건설 실적이 신통치 않은 국내 건설업계엔 긍정적인 소식이다. 새로운 시장만 잘 뚫으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계약은 321억 달러(662건 계약)로, 2012년 649억 달러(620건 계약)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국내 건설업계가 이런 호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느냐다.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원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실적이 부진하자 플랜트 부문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건설부문에서 만 4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기본급만 받으며 2개월씩 순환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 부서를 대상으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고 있는 대림산업은 플랜트 사업부문의 몸집을 크게 줄였다. GS건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플랜트 부문의 유휴인력을 주택부문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내세우지 않은 곳이 많지만, 분위기상 플랜트 부문 인력들은 좌불안석인 게 사실”이라면서 “일부에선 무언의 압박도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C씨는 “비용 줄이기식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면 일감이 늘어났을 때 대응이 늦어질 확률이 높다”면서 말을 이었다. “해외 플랜트 발주량이 늘어나면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져 리스크가 커진다.”




전례典例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00명 가까이 인력을 줄였다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급작스럽게 늘자 경력자를 급하게 수급했다. 



해외건설 인력, 내보내거나 돌리거나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건설업은 좋은 인력과 그 인력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에 의해 이뤄지는 산업”이라면서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경영이 어려우면 사람부터 자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해외건설 시 공사관리능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설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침체기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늘 이런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리스크를 키우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해외건설 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력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한 건설업계는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일감이 몰려오는 데 정작 일을 제대로 할 만한 고급 인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서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리스크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출처 : 더스쿠프(http://www.thescoop.co.kr)




국내 규제에 막히고 해외시장 치이고… 출구 못찾는 건설업계


작년 이어 경기둔화 직격탄

올 투자 전망 -2.7% 절망적

경제성장률 6년만에 최저 


   지난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가 여전히 계속되는 정부의 주택 산업 규제 압박과 해외건설 시장의 더딘 회복세로 불황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이 출혈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악순환만 되풀이돼 불황의 늪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22일 한국은행의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 규모는 240조9617억원으로 직전해 251조784억원 대비 10조1167억원(-4.0%) 줄었다. 





건설투자는 2017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 예산 중 사회기반시설(SOC)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2%(23조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4.4%(19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는 19조8000억원으로 작년보다 7000억원이 늘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3조6000억원이 적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2.7%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 경기 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이미 불황에 대비해 작년 12월부터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에 나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을 실시해 2015년 8000명에 육박했던 직원들이 56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 매각에 실패한 대우건설은 명예퇴직, 희망퇴직제를 상시 운영하면서 2017년 말 5800여명이었던 직원을 작년 3분기 기준 5410명까지 감축했다. 해외 플랜트 수주 감소로 현장이 축소되면서 주로 계약직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작년 10월부터는 플랜트 부문 위주로 2개월 단위의 유급 휴가제(대기 휴직제)도 시행 중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부터 전 부문을 대상으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희망자 신청 안내 공고문을 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GS건설은 사내 교육을 통해 일손이 남아도는 해외 플랜트 인력을 최근 현장이 급증한 주택사업 부문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다.


해외 수주도 여전히 더디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건설업계의 연간 해외 누적 수주액은 3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2015년 461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초 목표치는 450억 달러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정부의 주택 산업 규제가 이어지고 해외건설 시장 회복세가 더딘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정부가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SOC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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