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죽으면 되살리지 못한다. [고영회]

특허권, 죽으면 되살리지 못한다.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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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 죽으면 되살리지 못한다.

2019.01.18

지식재산권 제도에는 일반법 상식과 다른 것이 여럿 있습니다. 일반 상식과 다르기 때문에, 일반법 상식을 기준으로 으레 그러러니 짐작하고 움직이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특허제도에서 기한은 목숨이다.>

특허권을 획득하거나 권리를 유지할 때 여러 가지 기한을 지켜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특허 절차에서 기한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되고, 포기하여 소멸한 권리는 거의 되살리지 못합니다. 특허 등록결정을 받은 뒤 일정 기한 안에 등록료를 내야 하며, 특허권이 생긴 뒤에는 해마다 특허료를 내야 권리가 유지됩니다. 이들 기한을 넘기면,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말고는, 권리는 영원히 없어집니다. 일상에서 돈을 내지 않아 권리가 정지되더라도 밀린 돈을 내면 다시 권리가 회복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특허권에 관련된 일에서 기한이 명시돼 있을 때 ‘나중에 챙기면 되겠지’하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기한 꼭 챙겨야 합니다.

<특허청이 잘못 안내하더라도, 특허청은 책임지지 않는다.>

권리 유지에 관련된 주요 날짜는 특허청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려줍니다. 일반 우편, 등기 우편, 그리고 신청한 사람에게는 휴대전화로 알림쪽지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때 특허청이 잘못 안내하는 일이 간혹 생깁니다. 특허청이 안내한 기한을 믿고 그 기한 전에 처리했는데, 실제로는 특허청이 기한을 잘못 안내한 것일 때, 특허청 안내를 믿고 처리한 사람은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특허청이 잘못 안내했더라도 구제를 받지 못합니다. 잘못된 안내를 믿고 잘못 처리됐더라도 그 불이익은 권리자가 져야 합니다.

제가 겪은 사건이었습니다. 외국인이 출원한 특허에서 심사청구할 시한을 특허청이 잘못 안내했고, 대리인이었던 필자는 특허청이 안내한 날짜를 기준으로 외국 출원인에게 알려주었고, 출원인은 안내에 따라 심사청구하겠다는 뜻을 알려왔고, 특허청이 알려준 기한 안에 심사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특허청은 심사청구서를 기한이 넘었다고 하면서 반려했습니다. 특허출원 중이던 사건은 죽어버렸습니다. 그 뒤 행정심판, 행정소송, 항소를 거듭하면서 다투었지만 끝내 뒤집지 못했습니다. 참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특허 절차에서 특허청이 안내하더라도 특허청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안내 내용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뜻입니다. 차라리 안내하지 않았으면 원망도 하지 않으련만. 달리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도를 꼭 그렇게 운용해야 하는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국내 특허권자를 위한 특허관리인제도를 마련하자.>

우리는 자주 이사합니다. 특허권자는 이사할 때마다 특허권 등록 주소를 바꾸어 두는 게 좋습니다. 주소를 바꾸어야 하는 것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때 특허청이 특허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리더라도 특허권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끝내 특허권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허권 가치를 평가하여 담보로 활용할 수 있고, 특허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도 혜택을 주는 정책도 있습니다. 이렇게 권리를 활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특허권이 죽으면 재앙이 시작됩니다.

특허관리인 제도가 있습니다. 특허관리인 제도는 재외자(외국에 주소를 둔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재외자는 국내에 없기 때문에 권리 관련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여 강제하는 제도이고, 대개 그 사건을 처리한 변리사가 특허관리인으로 지정됩니다. 내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제도를 내국인에게 넓혀 적용하자고 제안합니다.

특허관리인은 대리인의 일종입니다. 특허권자가 특허관리인을 지정해 두면 권리와 관련된 알림(심판 소송 특허료 안내)은 특허관리인에게 전달됩니다. 만약 특허권자와 연락되지 않더라도 특허관리인은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길을 찾습니다. 지정할지 말지는 특허권자가 선택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특허권은 한 번 죽으면 어떤 뒷배경으로도 되살릴 수 없습니다. 특허권이 죽기 전에 챙기겨야 합니다. 본의와 다르게 권리가 소멸하지 않도록 국내 특허관리인제도를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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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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