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된 숲이 민둥산 됐다" / 태양광 또 화재.. 올해만 71곳 불탔다
#1 400년된 숲이 민둥산 됐다"…농촌마을까지 할퀸 `태양狂`
"경관 훼손·반사광 피해 커"
주민 태양광 설치 반대에도
돈된다 소문에 묻지마 투자
기로에 선 태양광
태양광 과속 몸살 앓는 국토
지난 23일 찾은 경북 상주시 외서면 가곡리 태양광 발전소 공사 현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울창한 산림이 400년 된 농촌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지만 태양광 발전시설 인허가가 나면서 지금은 산이 절개돼 황토 빛깔을 띤 민둥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현재 이곳 5만5000㎡ 용지에 설비용량 3.2㎿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건설 중이다. 대략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수월한 지자체 인허가 따려
`발전용량 쪼개기` 편법 동원
태양광산림파괴 7년새 48배
경북 상주시 외서면 가곡리에 위치한 총 5만5000㎡ 용지에 설비용량 3.2㎿ 규모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소 공사현장. 현재 산이 잘려 나간 채 기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환경 훼손과 홍수 피해
우려로 반발하고 있다. [우성덕 기자]
공사장 인근 백전2리에는 총 33가구 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주민 터전 위협하는 태양광 발전 물러가라`는 현수막 수십 개가 붙어 있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주민 엄조상 씨(53)는 "태양광 발전시설 때문에 조용한 농촌 마을이 엉망이 됐다"며 "경관 훼손도 문제지만 환경문제에 산사태 우려까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마을 뒷산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 것은 사업주 4명이 일명 `쪼개기` 수법을 동원한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3㎿ 이상 발전설비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이하는 기초자치단체 소관이라 상대적으로 인허가를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공사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줄로만 알았던 주민들은 지난 8월 태양광 시설 인허가가 났다는 소식에 일손도 놓은 채 상주시청 등에서 태양광 건립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한 주민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할 계획"이라고 분개했다.
전국에 휘몰아친 태양광 광풍으로 인해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수익성을 앞세운 사업자들의 경제 논리가 태양광 투자 열풍을 부추기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림 파괴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고 주민들과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건수(발전용량 3㎿ 미만)는 2만7001건으로 지난 한 해 전체 허가 건수(3만872건) 대비 87%에 달했다. 2016년(7665건)에 비해서는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산업부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발전용량 3㎿ 이상인 태양광 발전 사업 허가 건수도 올해 10월 기준 23건으로 벌써 지난 한 해 전체 인허가 건수(11건)의 2배를 넘어섰다. 2016년만 하더라도 산업부가 인허가를 해준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태양광 인허가가 급증한 것은 소위 `돈 되는` 사업이란 소문에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특히 여태껏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하면 임야에서 숙박업소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잡종지로 지목 변경이 가능해 발전사업자가 아닌 부동산업자가 활개를 쳤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100㎾ 용량의 발전소를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가동하면 한 달에 1만800㎾의 전력이 생산돼 보통 월 200만원가량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액 대비 10% 정도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간에 투기꾼들이 가세하며 수익률을 크게 과장하거나 태양광 발전이 끝난 뒤 부동산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허다해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느슨해진 인허가 기준도 태양광 발전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2016년 10월까지만 해도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한국전력에 검토 의견을 넣고 배전 선로 등을 감안해 허가를 진행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한 기초자치단체 태양광 인허가 담당 공무원은 "산업부 고시가 개발 입지 타당성 검토 없이 전기사업 허가 여부만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태양광 발전 허가 실적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인허가 부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산림 훼손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주시는 올해 9월 말까지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 건수가 480건이어서 담당 공무원이 매일 10건 이상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산림 훼손도 극에 달해 지난해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면적은 2010년에 비해 48배나 급증한 1434㏊에 달했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양광 발전사업 임의 분할을 방지하기 위해 소규모 발전사업 허가 시 사업의 적정성 검토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전기사업허가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 절차를 규정하는 법령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임성현(팀장) / 전경운 기자 / 양연호 기자 / 최현재 기자 / 광주 = 박진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매일경제
#2 태양광 또 화재.. 올해만 71곳 불탔다
소방시설 기준도 따로없이 발전시설 늘리는데만 급급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7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난 8월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전수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여전히 화재가 이어지면서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3시 56분쯤 경북 영주시 장수면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불이 나 33㎡(10평)의 샌드위치 패널 건물과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등을 태웠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밤이나 날이 흐릴 때 내보내는 장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기저장판 등이 모두 타 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태양광 발전소 시설은 1500kWh 규모로 2017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지난 2일 오후 경북 영주시 장수면의 태양광발전 시설 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일어난 불을
소방대원들이 끄고 있다. /영주시
태양광 발전 시설 화재는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는 충남 태안군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리튬이온 전지와 내부 등을 태웠다. 또 지난달 6일에는 울산 북구 한 운동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접속함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는 올해 6월 기준으로 43만622곳까지 늘어난 상태다. 동시에 태양광 화재도 늘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태양광 발전기 화재가 71건 발생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집계된 태양광 시설 화재는 총 321건이다. 이 중 90% 이상이 전기적 또는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 관련 소방 시설 기준이 따로 없는 데다 구체적인 원인 파악이 안 돼 있다"며 "소방 당국으로서는 불이 나면 끄는 것 말고는 따로 예방책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 내 주요 장비인 고가(高價)의 ESS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발전 시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ESS 관련 화재 사고 10건 중 9건이 올해 발생했다.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SS 설치 규모는 2016년 225MWh→625MWh(2017년)→1182MWh(2018년 6월 현재)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ESS 화재 사고는 보급 확대 등 양적 성과만 추구한 결과"라며 "무리한 보급량 확대보다 본래 목적에 맞게 보급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재가 줄지 않자 산업부는 지난 8월 "현재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소를 전수 점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0년 이상 가동 중인 노후화 설비 175곳에 대해서는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에너지공단과 합동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 외 발전소는 '태양광 발전설비 체크리스트'를 배포해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하는 ESS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축전(蓄電) 상태의 ESS는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 취약 장비"라며 "ESS 관련 안전 규정이나 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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