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타면제' 수십조원 토건사업으로 경제 살리기?

정부, '예타면제' 수십조원 토건사업으로 경제 살리기?


지자체 사업제출 현황으로 본 예비타당성조사

예타면제 해준다고 하자 70조원 사업 제출한 지자체


   국내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정권이 가장 먼저 유혹을 받는 정책이 대규모 SOC사업, 일명 토건사업이다. 과거 정권들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든 여러 토건 사업을 벌여왔다. 정권의 토건사업으로 가장 뇌리에 박혀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지만, 노무현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김대중 정부도 모두 수많은 토건사업을 진행했다.


선심성 공약 내세우면 안돼...나중에 책임은?

예타면제 가능 사업 선별해야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최근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이같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난 11월 정부는 광역지자체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2개씩 제출토록 했으며, 지자체들은 총 37개 사업, 총사업비 70조6344억원(동부간선도로확장사업 미포함)의 사업을 제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사업으로 선택받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1월 중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제출한 대표적 사업 내역을 살펴보자(전체 내역은 맨 아래 표 참조). 부산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1조2000억원)를 신청했다. 인천은 GTX-B노선 건설사업(5조원), 대전은 4차산업 특별시 조성(2조3000억원), 강원은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1조1646억원), 전북은 무주~대구 고속도고 건설(4조8578억원), 경남은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5조3000억원), 제주는 신항만 개발(2조8000억원) 등을 내밀었다. GTX-B노선의 경우 예타 면제가 됐다는 기사까지 나왔으나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며 지역주민들이 예타면제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사업의 예타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가 줄을 잇고 있다.


12월 들어 전북지역 주민과 단체들이 연달아 새만금 국제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물론 제출된 사업 중 과거 예타가 통과됐으나 여러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다시 예타를 받는 사업도 있는 등 모든 사업이 허무맹랑한 사업은 아니다. 또한 제출된 모든 사업이 선정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지자체의 반발, 지역 형평성 등 지자체별 1개가 선정될 가능성은 높다. 아니 이중 1/3만 선정된다고 해도 삽질정부, 토건정부로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재해예방을 내세워 예타를 면제 받았다. 당시 정부는 기존 예타면제 항목이던 ‘재해복구 항목’에 ‘재해 예방’을 새로 끼워 넣는 꼼수를 부렸다. 기존에는 공공청사의 신·증축 사업, 문화재 복원사업 등 면제 항목이 5개에 불과했으나 2009년 시행령 개정으로 면제 항목을 10개로 확대했다.




예타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기 전 사업이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단계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500억 이상 사업이나 국고가 300억원 이상 지원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흔히 말하는 b/c(경제성)가 1이 넘느냐 안넘느냐가 바로 예타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존에는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으나, 타당성조사는 이미 사업이 확정된 이후 실시되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국가사업은 특성상 규모가 수천억원·수조원에 달하며, 한번 시작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만금간척사업이었다. 노태우정부의 무분별한 개발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엄격한 절차의 정립하고 필요함을 강조하며 ‘예비타당성조사’ 단계를 도입해 신규 사업 착수에 신중을 도모키로 한 것이다. 예타 제도 도입이전인 1994년∼1998년 사이 타당성조사를 거친 33건의 사업 중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사업은 한 건에 불과할 정도였다. 각 사업부서에서 타당성을 조사하다 보니 당연히 자신들의 사업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예타는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은 모두 타당성이 없으니 무산시키는 제도일까.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발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사업임에도 타당성이 나오지 못해 추진되지 않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지역민 편익 증진 등 단순히 경제성만으로 사업 추진 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농촌 시골마을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버스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ㆍ정책성ㆍ지역균형발전 고려해야

그럼 여기서 확인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 예타가 정말 경제성만을 평가할까? 아무리 필요한 국책사업이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일까? 오늘 팩트체크에서는 많은 예타 대상 사업 중 건설부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 3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이중 건설부문은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를 가중치로 적용해 타당성을 판단한다. 단순히 사업이 적자냐 적자이지 않냐를 판단하는 경제성 분석은 전체 분석의 최대 50%인 셈이다.


경제성분석은 비용-편익 분석으로, 편익/비용비율(B/C)가 1이 넘는지를 분석한다. 정책성 분석은 정책의 일관성 및 추진의지, 사업추진상의 위험요인, 고용효과 등으로 구성되며, 지역균형발전은 지역 낙후도,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으로 구성된다. 지역균형발전은 아래와 같은 지표간 가중치가 부여된다.




이같은 각각의 분석을 진행한 이후 AHP(분석적 계층화법)라는 종합평가가 실시된다. 경제성분석과 정책성분석 결과를 종합해 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도출하는 단계이다. AHP가 0.5가 넘으면, 사업의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0.45-0.55구간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0.49는 타당성이 있고, 0.51은 타당성이 없다고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국도77호선(신지∼고금) 건설사업(832억원), 국도35호선(태백~미로1) 건설사업(567억원) 등이 경제성분석(B/C)가 0.8수준이었으나 AHP가 0.5를 넘겨 예타를 통과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예타 제도 도입이후 경제적타당성(B/C)가 1을 넘는 사업은 총 306건이었으나, 최종 타당성 결과를 받은 건수는 405건으로 나타났다. 99건은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정책성분석과 지역균형발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이다.



물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792억원, 경제성 0.85, 예타통과)처럼 이해가지 않는 타당성 결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좋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현재 예타 제도는 경제성 분석이 다가 아니다. 경제성분석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사업의 진행 가능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AHP가 도입된 것은 2003년부터다. 이전에는 경제성 평가만 하다 보니 지역사업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03년에는 정책성분석에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포함시켰고, 2006년부터는 지역균형발전이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됐다.




예타제도의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더 늘리자는 주장도 있지만,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수십년간 요금을 지불하거나 운영비 지원으로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마냥 경제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들처럼 토건사업 주도 성장을 외칠 정도로 경제문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십년간 국가 경제와 미래 청년세대들의 삶을 담보로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지역균형발전을 핑계로 70조원 사업의 예타면제를 요구하는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세금이 자신들의 호주머니 돈은 아니다.


< 지자체 제출 예산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현황 >

지역

사업명

사업비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

-

부산

경부선 철도 지하화

1조 2000억원

부전역 복합 환승역

2700억원

대구

대구철도 산업선

1조원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건설

6900억원

인천

GTX-B 건설사업

5조 9000억원

강화-영종 평화고속도로 사업

1000억원

광주

인공지능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조성

1조원

광융합산업 맞춤형 제조혁신 플랫폼 구축

8000억원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

8000억원

4차산업 특별시 대전

2조3000억원

울산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

8964억원

울산 공공병원 건립사업

2500억원

세종

종합운동장 건립

4200억원

세종-청주 고속도로

8013억원

경기

전철7호선 도봉산 포천연장(옥정-포천)

1조391억원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

1조1646억원

강원

제2경춘국도 건설

8613억원

제천-영원 고속도로

1조1646억원

충북

충북서철도 고속화(청주국제공항-충주-제천)

1조4500억원

중부고속도로 남이 호법 확장

1조원

충남

충청사업문화철도(보령-조치원)

1조8700억원

수도권 전철 천안-독립기념관 연결사업

2600억원

중부권 서산-울진 동서횡단 철도사업

4조원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9700억원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

2343억원

무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4조8578억원

전남

완도-고흥 해안관광도로

9008억원

신안압해 화원 연도교 사업

4265억원

여수화태-백야 연도교 사업

5277억원

경북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초항-동해)사업

4조원

동해안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 사업

7조원

중부권 서산-울진 동서횡단 철도 사업

4조원

경남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5조3000억원

부산 제2신항 건설

10조원

제주

제주 신항만 개발

2조8000억원

제주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

3800억원

                                                                                    총계 70조6344억원


최승섭기자 뉴스톱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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