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화학자의 쓴소리 “현실 무시한 탈원전·에너지정책 반대” / 한국도 6개월이면 핵무장 할 수 있다!
#1 老 화학자의 쓴소리 현실 “20년째 정책 잘못 되풀이...무시한 탈원전·에너지정책 반대”
교수협의회,
탈원전 정책 절차적 정당성 없다'
‘에너지 전환, 법적·윤리적 문제 투성이’.
‘탈원전 정책 국민에게 물어라’, ‘탈원전 정책 절차적 정당성 없다’, ‘에너지 전환, 법적·윤리적 문제 투성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 제시 후 반대 진영에서 터져 나온 주장이다. 다소 정치적이며 과격하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원자력학회와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의 주장이다.
에교협 회원은 약 220명을 넘는다. 원자력 관련 전공자들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50여명, 나머지 120여명이 비원자력계열 자연대와 공대 계열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에교협 공동대표 3명 중 주축인 이덕환(64·사진) 서강대 화학과 교수를 12월 중순 서강대 교정에서 만났다. 평소에도 거침없는 입담과 논리로 정부와 과학기술계에서 ‘쓴소리’를 마다 않는 그가 원자력학회와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배경이 궁금했다. 화학자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살아온 이 교수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뭐가 안타깝고 답답했을까.
"다른 국가는 어떻게 한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 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습니다. 단적으로 한국은 수십년 동안 투자한 결과로 세계적인 수준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하루 아침에 버려도 되는 건지 한번더 들여다보자는 겁니다."
이 교수는 ‘무슨 이득을 보시겠다고 에교협 회장까지 맡아 활동하느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늘 그렇듯 차분하고 담담히 논리를 전개해 가며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며 "탈원전도 합리적으로 도출된 결론이라면 전혀 반대할 생각도 없지만 지금처럼 현실을 무시하고 미래 비전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정책과 탈원전은 반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탈원전 논의가 워낙 정치적인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에교협이 갑자기 에너지 문제를 제기한다는 얘기도 많은 것 같다.
"20년 전부터 한국 에너지 정책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도 에너지 정책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탈원전 이전에 에너지 정책 왜곡에는 정유산업이 있었다. 정유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키우면서 유종간 가격정책을 합리적으로 가져갔어야 했는데 유류세 때문에 가격이 왜곡됐다. 쉽게 말해 외국의 경우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동차 시장이 왜곡됐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박탈됐다.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한국이 세계 6위권이지만 왜곡된 유류세 정책으로 국내 에너지 소비 시장도 왜곡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만 보자면 원자력학회와 에교협 등만 외롭게 탈원전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솔직해져야 한다. 원자력계는 1950년대 말부터 전력이 필요했던 정부가 만들어준 온실에 수십년 동안 갇혀 있었다. 2010년 이후 원전에 설치된 부품 문제가 지적됐을 때 좀 더 겸허해졌어야 했다. 현재 과학기술계에 원자력에 대한 우군이 거의 없다.
원자력 분야만 놓고 봤을 때 화학자이긴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 굉장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 투자한 분야고 가장 성공한 분야다. 그런데 무너지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화학회, 물리학회조차도 관심이 없다. 이 현실이 안타까웠다.
에교협을 이끌고 가며 과학기술계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게 꿈이다. 단순히 원자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자력계가 잘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사이에 과학기술계 전체가 와해되고 있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탈원전 논의가 정치적 의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에교협에 대해서도 정치적 색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활동비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누구한테도 지원받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구성돼 자발적으로 활동한다. 공동대표들이 돌아가면서 돈을 내 운영위원회를 운영한다. (12월 중순) 현재 회원이 220여명인데 내고 싶은 사람한테서만 한달에 5만원씩 회비를 받는다. 토론회나 성명서 한번 발표하는 데 필요한 장소를 빌릴 때 쓰는 돈 외에는 쓸 비용이 거의 없다. 회비를 안내던 회원들도 토론회 한번 하고 나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낸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에너지 선택권이라는 게 없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우리한테 에너지 선택권이 굉장히 많이 생겨났다. 자동차만 해도 휘발유나 경유, LPG 중에서 합리적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정부의 왜곡된 유류세 정책과 잘못된 통제로 시장이 왜곡됐다.
전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석탄, LNG,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지만 그 선택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원자력에 국한해서 보자면 원전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되는 국가들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 원전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들까지 다 포함해서 통계를 내고 통계가 의미하는 바대로 가자고 한다. 정부도, 국민도 우리가 뭘 갖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런 게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얘기다."
―탈원전 반대측 주장으로만 보자면 원전의 위험성이나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중요한 문제들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비행기를 예로 들어보자. 항공사고는 발생 순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어찌보면 원자력과 비슷하다. 국제사회, 정부, 민간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운용되는 것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원전에 대한 안전은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할지에 대한 의지가 정부와 사업자, 민간, 국민들에게 있는가의 문제다. 다행히 한국은 40여년간 치명적인 사고가 한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원전 안전 기술도 갖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정부가 관리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결국 탈원전의 가치만 부각되면 원전 안전 관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지고 이는 완전한 탈원전까지 가는 몇 십년 동안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 탈원전 정책을 떠받칠 수 있지 않을까.
"신재생에너지 관련 논의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많다. 한국 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력은 2가지 한계가 있다. 중국산보다는 비싸고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진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태양광, 풍력이 유리한 곳은 땅이 넓고 조건이 좋은 국가다. 인구밀도가 높고 땅값이 비싸 태양광 패널값보다 땅값이 더 드는 한국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의 가장 근본적인 단점은 ‘간헐성’이다. 필요할 때 발전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 그런데 리튬이온배터리로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태양광, 풍력에 쓸 수 있는 ESS를 완성하려면 상온 초전도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 태양광, 풍력은 극도로 제한된 자원일 수밖에 없다.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태양광 패널 수명이 현재 약 20년이다. 20년마다 패널을 바꿔야 한다는 얘긴데, 만일 초기에 10조원이 들었다면 20년 뒤에도 똑같은 비용을 쓸 것인가. 이 문제에 답을 해줘야 한다."
―에교협의 목표는 무엇인가.
"에너지 선택권과 한국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의사결정의 합리화다. 탈원전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우리 현실을 톡 까놓고 공개하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비전 있는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김민수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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