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신성철 총장 논란 美장비 사용시간 축소 발표 의혹... "그 배경에는 누가?"
과기정통부, 신성철 총장 논란 美장비 사용시간 축소 발표 의혹... "그 배경에는 누가?"
美로렌스버클리연구소 공개 이용기록 분석
과기정통부 "이용시간 연간 2주" 주장
2017,2018년 연간 160일 사용 기록
연구자들 "1년에 2주 썼다는 과기부 주장 납득 안가"
신 총장 지원 의미 의도적으로 축소 의도
신성철 KAIST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거액의 돈을 송금하고 제자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 넘어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에 대한 감사 이유로 제시한 핵심 근거인 X선 현미경 장비(XM-1) 활용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주장이 미국 측의 공식 기록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감사 주체인 과기정통부가 일부러 이 기록을 누락한 채 신 총장에게 불리하게 공개한 것인지, 아니면 미처 단순히 기록을 발견하지 못하고 감사를 진행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문미옥 과기부 차관이 진두 지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의 X선 광학센터. 신성철 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해 2013년부터 22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이 연구센터에 보내 절반 가량을 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LBNL 제공
탈원전·과학계 소용돌이 뒤엔 문미옥 차관이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19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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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와 신 총장 측 간에 벌어진 진실 공방 중 하나는 미국 연구기관에 거액의 사용료를 냈지만 장비 사용 실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DGIST가 송금한 금액으로 LBNL의 X선 현미경 XM-1의 장비 사용시간을 최대 50%까지 확보했다는 신 총장 측의 주장과 실제 사용 시간은 1년에 2주 이내밖에 안 된다는 과기정통부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DGIST 총장 재직 시절 LBNL에 XM-1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연구비 거액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거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5년 이전에는 XM-1 사용 실적이 전혀 없었고 이후에도 1년에 단 2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DGIST가 XM-1 장비 사용이 적었지만 거액의 연구비를 보냈으며 결국 LBNL에서 일하는 신 총장의 제자인 임모 박사를 불법 지원하는 재원으로 쓰였다는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동아사이언스는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2년 반 동안 LBNL의 방사광 가속기인 고등광원(ALS)에서 44개 빔라인(방사광 송출구) 중 하나인 XM-1을 사용한 연구자 이름과 할당 날짜가 기록된 일정표를 확보해 분석했다. 일정표는 ALS 홈페이지를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분석 결과 DGIST는 이 기간 동안 1년간 평균 160일이 넘는 장비 이용 시간을 독점 확보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이 1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의 질의 응답시간에 “장비 독점 이용 시간을 50%까지 확보하는 조건으로 운영 분담금을 냈다”는 신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며 “DGIST가 우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 기간 동안은 사용 실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매년 최대 사용한 기간은 2주 이내였다”고 말한 내용을 뒤집는 것이다. 손 감사관은 당시 브리핑에 참가한 기자들 앞에서 "DGIST가 돈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 정책이었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ALS XM-1 장비 이용시간을 분석한 결과. DGIST의 이름으로 할당된 시간
2년치를 분석했다. 전체 시간은 160일이 넘었고, 이 가운데 LBNL 소속 두 한국 연구원의 시간을 모두 제외해도 100
일이 넘었다. 국제공동연구가 많은 분야인 만큼 국외 이용자의 신청도 전체의 20% 정도 있었다. 가장 보수적으로
생각해 국외 이용자 시간까지 모두 제외하고 정말 국내 연구자가 신청한 시간만 계산해도 연간 79~84일씩 사용했다
는 결과가 나온다.
ALS의 일정표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면, 2018년의 경우 DGIST의 재량으로 국내외 연구자에게 할당한 장비이용일은 총 176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LBNL의 정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신 총장의 제자 임 모 박사 이름이 단독으로 적힌 경우와 LBNL에서 2018년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 모 박사 단독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모두 ‘개인 연구’나 'LBNL 단독연구'로 가정하고 제외하더라도 총 장비 이용일은 117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2017년도 비슷했다. DGIST에 할당된 날은 총 167일로 이 중 임 박사 단독으로 사용한 날을 모두 제외할 경우 116일로 나타났다. 2016년의 경우에는 이 일정표가 만들어진 뒤인 8월 이후 5개월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총 이용 일수는 77일로 나타났다. 이중 임 박사 단독 신청을 빼도 DGIST에 할당된 날은 56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보면 어느 경우든, 연간 2주(14일) 이내로 사용했다는 과기정통부의 주장보다는 더 많은 날이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배정받은 시간이 많지만 전체 이용기간이 2주에 불과하다며 말을 바꿀 수 있지만LBNL 기록과 여러 연구자들의 증언들을 들어보면 실제 이용시간은 과기정통부 측 주장을 훨씬 넘어선다.
일정표에 기록된 연구자 이름과 이름 약자를 하나하나 기관 및 사업단 홈페이지를 확인해 추적한 결과, 최근 2년 반 동안에만 국내에서는 DGIS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고려대, 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최소 12~15명의 연구자가 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임, 제 박사 포함. 약자가 비슷한 사람을 동일인으로 치면 12명, 모두 다른 사람으로 치면 15명).
국외에서는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중국 칭화대, 영국 리즈대에서 7팀이 장비 이용시간을 DGIST로부터 할당 받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외 연구자는 2017년 32일, 2018년 38일을 써서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다. LBNL에서 일하는 임 박사나 제 박사와 공동연구를 위해 장비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2017년 4월 6일간 DGIST의 장비이용시간을 활용했던 세르지오 몬토야 태평양우주해전시스템센터 연구원은 임 박사 및 제 박사와 공동으로 논문을 써 올해 9월 물리학술지 ‘피지컬리뷰B’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임 모 박사가 겸직교수로 있던 DGIST 신물질과학전공의 실적으로도 잡혔다.
과기정통부 측은 사건 초기부터 LBNL의 법률 준수와 회계기준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하면서도 신 총장 측이 국가계약법을 어기는 과정에서 LBNL이 써준 문서가 활용되고 있으며 임모 박사에 부정으로 연구비가 넘어갔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등 LBNL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비쳐왔다. ALS 일정표가 혹시 신 총장에게 유리하게 조작됐을 수 있음을 감안해 연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에서도 실제 이용 시간을 거의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XM-1 장비를 실제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A모 연구자는 “연구자의 일정에 따라 일부 조정이 될 수도 있지만, XM-1을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는 모두 이 일정표를 보고 시간에 맞춰 LBNL에 간다”며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간만 잡아두고 실제로는 장비를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A 연구자는 “만약 DGIST가 할당해 주는 장비 사용시간을 얻지 못하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개별 신청을 통해 장비 이용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경쟁이 무척 세서 항간에는 '장비 이용 시간 얻기가 네이처 자매지에 논문 내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시간을 확보해도 보통 3일, 많아도 5일에 불과해, 대부분 미리 시료 제작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오고 와서는 밤을 지새우며 실험한다. 이런 상황인데 유리하게 확보된 장비사용시간을 안 쓰고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소속 장비의 운영 현황을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하고 있다. 자료: 미 로렌스버클리연구소
XM-1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B모 연구자는 “담당자와 상의 뒤에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는 판단이 들자 곧바로 장비 이용 허가가 났고, 공동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며 “문서화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매우 편리했으며, 이런 공동연구 협력이 늘어나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 연구자도 “보통 실험을 세 번은 해야 논문에 쓸 만한 데이터를 얻는다”며 “길게는 몇 주 동안 머물며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은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XM-1 사용 시간 조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증언은 앞서 이달 16일 매일경제신문이 한 과학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나왔다. 이 과학자는 "2016년 이후 1년에 2주만 XM-1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2주간 XM-1을 사용했다는 것은 최소 한두 달 이상 국내 연구원이 미국에 체류하며 LBNL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정표는 ALS 홈페이지를 꼼꼼히만 살펴보면 누구나 찾아 확인할 수 있는 공개된 데이터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공식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부의 주장만을 근거로 장비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고 공개한 셈이 되면서 부실 감사, 표적 감사 논란을 또 다시 불러오게 됐다.
신 총장이 다른 분야 연구비를 임모 박사에 지원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과기정통부가 LBNL로부터 공식 이용기록을 확보했는지 여부와 함께 공식 기록을 이용하지 않고 이번 감사의 핵심 논란거리인 장비 이용 시간이 적다고 판정한 배경이 무엇인지 한편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장비 이용시간이 적다는 이야기는 신 총장이 불필요하게 LBNL에 막대한 연구비를 송금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강력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공식 입장을 묻고자 손 감사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손 감사관은 받지 않았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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