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사업 안갯속에 "현금 쌓는 건설사"
내년 주택사업 안갯속에 "현금 쌓는 건설사"
아파트 공급물량에 주택사업 이익 증가 덕분
5대 건설사 이익잉여금 18조,
현금·현금성 자산도 9조
대형 건설사에 돈이 쌓이고 있다. 최근 2~3년 새 늘어난 아파트 공급물량에 주택사업 부문의 이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내년 이후 주택사업 부문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의 배당성향을 끌어올리기 위한 주주권 강화 행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불확실성에 꾸준히 유보
17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상위 5개 건설사의 이익잉여금은 18조48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경상 영업활동 등을 통해 생산 결과로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본으로 대체하지 않고 남아있는 자본 계정이다.
상위 5개 대형건설사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말 15조9149억원에서 지난해 17조2094억원, 올 들어 다시 1조3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3년째 결손을 기록 중인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증가 규모가 더욱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921억원, 3분기 말 기준으로 -379억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대부분 늘었다. 삼성물산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5조2108억원이었으나 2017년 5조7554억원, 올해 3분기까지 6조2885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건설의 이익잉여금도 2015년 4조987억원에서 2017년 4조8132억원으로 늘었고 올 들어 5조원을 넘어섰다. 대림산업 역시 2015년 3조6725억원에서 올해 4조9838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했다. GS건설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2조5000억원에서 2017년 2조3000억원으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2조4000억원대를 회복했다.
현금ㆍ현금성 자산 또한 상당하다. 상위 5개 건설사의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조3030억원.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5380억원으로 지난해말 2조9931억원보다 줄었지만 2015년 2조664억원보다는 5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1조9774억원에서 2조3238억원으로, 대우건설은 5390억원에서 8220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림산업 역시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2조원을 밑돌았으나 올해 2조12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2조4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GS건설만 차입금 상환 등으로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내부 유보를 늘리거나 현금을 쌓고 있는 배경에는 내년 이후 주요 사업부문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플랜트, 인프라 등 덩치 큰 사업부문의 성과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주택부문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투기지역 지정, 분양가 규제 등의 규제 정책으로 수도권 주요 사업장의 분양 연기가 많아졌고 지방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분양물량이 올해보다 1만가구 적은 27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주택부문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건은 결국은 수주인데 이 수치만 보면 대부분의 사업부문이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증권가에서는 2019년과 2020년 대형 건설사의 주택부문 이익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년 동안 현대, 대우, 대림, GS,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가 공급한 분양물량은 36만가구로 연평균 11만가구를 웃돌았다. 10년 평균인 4만가구의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부문 실적이 2019년과 2020년에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분양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9·13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21일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1차로 구
성동구치소 부지와 경기도 광명, 의왕 등에 3만 5천 호를 공급하고 신도시도 4, 5곳을 조성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도심.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에 일각에서는 견조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배당에 인색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HDC산업개발 주식 5% 이상을 취득하면서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템플턴자산운용의 지분투자 목적은 경영참여다. 지난해 기준으로 태영건설, 대림산업, 서희건설의 배당성향은 7~8%대에 그친다. 현대건설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5% 수준이었지만 올해 7%대로 떨어지고, GS건설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배당성향이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권 강화 분위기와 함께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은 건설사를 상대로 한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지배주주의 지분비율이 낮고 배당에 인색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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