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행정부까지 국제망신?] 과기정통부, 국제문제 자초하고 결국 남 탓

 

[이제 행정부까지 국제망신?] 

과기정통부, 국제문제 자초하고 결국 남 탓 


KAIST 이사회, 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일단 유보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민낯

예전엔 없던 전례 생겨

모든 게 어설퍼


   14일 KAIST 이사회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의결을 유보하기로 하면서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발 물러서는 셈이 됐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홀대받는 대통령 닮은 꼴?

세계 과학계, 정치적 개입 논평

세계적 석학을 자기편 아니라고 내치려해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이날 이사회 직후 전화통화에서 “애초에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유보하기로 한 결정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은 관련 실무 부서인 미래인재정책국의 입장인 것이고 감사관실은 감사관실대로 감사를 마무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KAIST 당연직 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돼 있다.


 신성철 KAIST 총장


신성철 KAIST 총장 부당 수사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가세..."한국 과학계가 항의하고 있다" South Korean scientists protest treatment of university president accused of misusing f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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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무상 제공키로 한 연구장비(XM-1)에 대한 사용료를 제자 임 모 박사의 인건비에 쓰이도록 하기 위해 부당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과기정통부는 DGIST 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바탕으로 신 총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이어 이틀 뒤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과기정통부는 참고자료를 통해서도 “과기정통부는 KAIST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교육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과기정통부는 본 사안이 검찰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 모든 의혹과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설픈 감사·성급한 조치에 스스로 ‘표적 감사’ 의혹 키워

정작 과기정통부는 어설픈 감사와 성급한 조치 등으로 전 정권에서 임명한 신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표적 감사를 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의혹을 스스로 샀다. LBNL 측은 DGIST와 공동연구 계약 당시부터 운영분담금을 받고 현물인 XM-1 장비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현물 투자’를 아예 ‘무상 사용’으로 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손 감사관은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돈을 지급하는 것은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에 어긋난다”며 “연구재단에서도 분명한 규정위반이라고 확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조사를 받은 다수의 DGIST 교수들이 일관되게 “LBNL로부터 운영분담금을 요구받은 적 없고 총장의 지시로 송금했다”고 한 증언이 핵심 증거 중 하나로 제시됐지만, 박노재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은 8일 전화통화에서 “교수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LBNL과 DGIST 간의 계약서 역시 DGIST 교수들 쪽에서만 받았고, LBNL에는 공식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손 감사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임 박사에게 e메일을 통해 계약서를 요청했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오히려 논란을 더욱 키우는 셈이 됐다. 임 박사는 신 총장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달 10일에는 박 감사담당관이 본보에 “LBNL 측으로부터 계약서를 확보했다면 우리에게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소한의 교차 확인도 없이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사회가 끝난 뒤 낸 입장문에서 신 총장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것은 과기정통부 측이었다. 앞서 13일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도 재차 확인했듯이 과기정통부는 LBNL측에서 DGIST에 두 가지 계약서와 협약서를 써주면서 신 총장과 DGIST가 국가계약법을 어기는데 도움을 줬고, LBNL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DGIST 송금액이 임 박사에게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언급함으로써 언론사들로 하여금 LBNL에 직접 교차확인과 팩트체크하도록 유도했다. 미국 연방법을 준수한다는 미국 국립연구소가 국내 비리와 연결돼 있다고 과기정통부가 스스로 밝힘으로써 신 총장을 둘러싼 의혹을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게 한 셈이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정작 자신들의 감사 진행과정이 부실했음이 확인되자, 신 총장이 일부 보수 언론들을 끌어들여 언론 플레이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보수 언론에 비판적인 여론의 힘에 기대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기정통부는 감사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사전에 일부 언론과 과학계 고위 관계자에게 정보가 새어나간 것을 방치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번 결정 유보로 총장 직무정지 의결안은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 의결될 예정이다. KAIST 관계자는 “정기 이사회는 내년 3월에 예정돼 있지만 필요에 따라 그 전에 임시 이사회가 열릴 수도 있다”면서도 “총장 직무정지 의결 건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던 KAIST 교수협의회 등 과학기술계 단체들은 “이사회의 유보 결정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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