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신기술, 30년간 854개 지정 불구 "공개 심사 단 한 건도 없어"

건설신기술, 30년간 854개 지정 불구 "공개 심사 단 한 건도 없어"


30년된 건설신기술제도 신뢰성 '휘청'

보링그라우팅업계 "진보성·신규성·

현장 적용성 낮은 기술 통과 '문제'"


   건설신기술 심사 결과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공개되지 않았다. 건설신기술 지정으로 얻는 혜택이 큰 만큼 심사과정 등이 투명·공정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비공개, 합리적·공정한 평가 방법···문제 없다" 강변


건설 신기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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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링그라우팅업계가 건설신기술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 평가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공개로 심사가 진행돼 업체 로비력 등에 따라 건설신기술 지정이 가능하다는 우려다.




지난 1989년 처음 도입된 건설신기술제도는 건설 기술 경쟁력 강화 및 민간의 기술 개발 투자 유도를 위해 기존 기술을 개량하거나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기술로 지정하는 제도로, 이달 3일까지 총 854개가 건설신기술로 지정됐다.


건설신기술은 제도 도입 이후 약 30년 동안 건설기술 발전을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다른 신기술제도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치면서 공신력 또한 확보했다. 


하지만 국토부는가 올해 10월에 2016년 11월 지정했던 건설신기술 제801호(물 발파공법)를  지정 취소하면서 관련 업계에 충격을 줬다. 개발자가 스스로 요청해 취소된 사례를 제외하면 국토부 직권으로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정 취소를 놓고 건설신기술 심사를 위탁 받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으로 불똥이 튀었다. 철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신규성·진보성·경제성 등 심사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오류가 있을 경우 심사과정에서 걸러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최근 보링그라우팅업계가 집단 반발하는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보링그라우팅업계는 건설신기술 비공개 심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장심사 등 심사위원과 업체가 접촉할 수 있는 요소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마음먹기에 따라 로비 등을 앞세워 건설신기술 지정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가서도 사후에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깜깜이’ 심사로 진행되는 점도 불만 요소다. 신청인이 제시한 자료와 발표 내용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후에라도 공개된다면 심사의 전문성, 공정성과 위원의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썬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보링그라우팅업계 관계자는 “그럴듯한 설명에 물리학적으로 맞지도 않는 기술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1차 심사를 통과한 것 자체로 건설신기술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괜찮은 기술이었다면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응원하지만, 기술적 퇴보를 가져올 80년대 기술이 첨단 기술로 포장되는 현실에서 같은 기술자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업계는 보링그라우팅분야에서 건설신기술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비 및 공기 증가뿐 아니라 이미 ‘항만 및 어항공사 전문시방서’에 포함된 요소들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반발에도 국토진흥원은 건설신기술 심사위원단 명단의 비공개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청인과 심사위원간 접촉 및 로비 문제는 우리 손을 떠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진흥원 관계자는 “신청인과 심사위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때문에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건설신기술 현황 (2018년 7월 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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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토부 역시 건설신기술 심사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술의 평가기준 및 평가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지금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기술정책과 관계자는 “심사 관련 서류의 비공개는 관련 행정규칙에 따라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심사는 진흥원에서 담당하는 일이고, 규정을 위반했으면 합당한 책임지면 끝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래토록 제도를 운영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늘의 ‘비공개’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입낙찰분야에서는 비공개 심사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턴키 설계평가위원, 설계심의위원 등을 공개하고 있어 건설신기술 심사와 대조를 이룬다. 이를 통해 집중 로비 대상이 되는 위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공정한 심사를 유도했다.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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