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불황] 안팎에서 새는 '바가지'..."주택 침체에 해외 수주도 빨간불"
[건설불황] 안팎에서 새는 '바가지'..."주택 침체에 해외 수주도 빨간불"
내년 전망 ‘시계 제로’
주택사업 선전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건설업계가 내년에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저유가 탓 발주 어려워
주택 사업도 전망 어두워
당장 내년부터 국내 주택·사회간접자본(SOC)사업 전망을 장담할 수 없고, 해외는 저유가 탓에 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굵직한 플랜트 발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해외 사업 부진을 국내에서 상쇄한 건설사로선 주택사업 전망이 어두워진 게 치명적일 것 같다.
주택 일감이 줄어들고 해외 건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건설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DB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 클럽’이 예상되는 회사가 늘어날 정도로 대형사들이 선전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그동안 현대건설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GS건설과 대림산업이 모두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환호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전망이 당장 ‘시계 제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9년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내년 건설지표는 올해보다 수주, 기성,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하고, 이런 추세는 202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건설수주는 137조원으로 올해보다 7.9% 줄고, 건설투자는 2.8% 감소한 238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년 SOC 예산을 최소 25조원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18조5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2.3% 감소한 수치다.
국내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전국 주택 공급량은 올해보다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탓에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청약시장마저 부진에 빠졌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건설업계가 이를 만회하려고 하지만,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정비사업을 따내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외시장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내년 해외건설 수주는 올해와 비슷한 3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11월말 현재 해외 수주 실적은 254억9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 수주텃밭으로 꼽혀온 중동에선 86억4154만달러 수주에 그쳐, 오히려 전년의 82% 수준에 불과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해외건설 수주는 양질의 프로젝트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위원은 "우리 건설업체는 과거 싸고 질 좋은 ‘가격 대비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했지만, 최근엔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밀리는 상황"이라며 "선도 기업들의 밸류체인 확장과 지역 다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건설업계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의 내년 매출액은 주택 매출 감소분을 해외 플랜트가 방어하지 못하면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이익의 경우 해외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기저효과 때문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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