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투입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시설 20년 후 철거..."부지 원상복구"
6조원 투입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시설 20년 후 철거..."부지 원상복구"
발전설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재생에너지 메카'?
새만금개발청
"2042년 산업용지 등 당초 목적대로 개발 예정
향후 토지개발 사업자 없을 땐 재생에너지 설비 유지할 수도"
폐태양광 처리 비용 수백~수천억원
정부가 '재생에너지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새만금 간척지 태양광·풍력 발전설비가 설치 20년 후에 철거된다.
2일 안충환 새만금개발청 차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만금 내 공유수면에서 진행하는 개발사업은 '20년 사용 후 원상복귀'를 전제로 한다"며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사업지도 20년이 지나면 산업용지 등 당초 토지 목적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만금개발청의 이 같은 입장은 재생에너지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설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재생에너지 메카'?
정부는 2022년까지 새만금 전체 면적의 9.4%인 38.29㎢ 땅에 초대형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관련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클러스터의 핵심인 태양광·풍력 발전설비가 20년 후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 기업을 유치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가 있어야 관련 업종의 기업이 모여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전설비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은 큰 불안 요소"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목표에 맞춰 급하게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20년 사용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면밀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정부가 주민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새만금 태양광을 밀어붙이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원상복구가 원칙이지만 20년 사용 후에도 해당 토지의 용도에 맞게 개발하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유지시킬 수도 있다"며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2016년 말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향후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연구원 박사는 "20년 뒤 철거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건데 만약 철거하면 태양광 설비 10%에서 생산되던 전기는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폐태양광 처리 비용 수백~수천억원
태양광 설비는 설계 수명이 보통 20~25년이다. 정부가 새만금 태양광 발전을 2022년 전력 생산 시점으로 예상한 만큼 2042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새만금 태양에너지 건설비와 폐기 비용 추정 그래픽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폐모듈 1㎾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0.1t 정도다. 2042년 새만금에서 28만t의 폐모듈이 나온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이 추정한 '폐태양광 처리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알루미늄은 팔고, 나머지는 매립하는 경우가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 경우 2020년 기준으로 매립시설, 철거, 매립시설 운용 등에 폐태양광 ㎾당 2만2423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2.8GW를 처리한다면 627억원 정도다. 재활용 없이 단순히 매립하거나, 재활용 비율을 최대한으로 늘리면 이 비용은 1100억~2300억원으로 추산된다.
태양광 모듈은 유리가 69%이고, 알루미늄 11%, 실리콘 셀 11%, 구리 1%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명이 다한 태양광 설비는 이용 가능한 물질을 분리해 재생 가능한 것은 판매하고, 재생이 불가능한 제품은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폐태양광은 90%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재활용하는 데 그만큼 처리 비용이 든다. 가전제품은 재활용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태양광 폐모듈은 회수·수거·재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절차가 없어 지금은 일반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전수용 기자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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