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亞외환위기 이후 최대낙폭..."건설업계 '초비상'"


건설투자, 亞외환위기 이후 최대낙폭..."건설업계 '초비상'"


폭염과 주52시간제 시행, SOC예산 감소 등 여파

건설투자 마저 다시 감소시켜


정부 부양책 약발 없어


   올해 3분기 건설투자가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분기별 기준으로 최대 낙폭을 보여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동아시아 등 해외 건설 시장을 둘러싼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 각축전이 뜨거운 가운데 폭염과 주52시간제 시행, SOC예산 감소 등의 여파로 건설투자 마저 다시 뚝 떨어지며 공멸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6.4%로 역성장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 다음 해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는 ▲민간 소비 ▲정부 지출(중앙·지방정부 지출)▲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순수출 ▲기업의 고정·재고투자 등과 더불어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이다. 건물건설투자(가계의 거주투자(아파트 등 주택구입) +기업의 건물투자)와 토목건설투자 등을 합산해 구한다. 


건설투자 역성장은 올해 3분기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짓고 ▲교량, 도로 등 SOC를 깔거나 보수하며 ▲가계가 주택을 구입하고 ▲이삿짐 업체, 도배 업체 등이 제공한 서비스 등을 불변가격으로 곱한 총액이 전분기(2분기) 대비 더 줄었다는 뜻이다. 서민 일자리 등 민생경제에 주는 영향이 큰 건설경기가 현정부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는 현정부 들어 강화된 재고·신규 주택 시장 규제로 가계의 거주투자, 기업의 건물투자 등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주택구입은 대표적인 건설투자 항목이다. 가계가 주택을 사들여 주거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측의 설명이다. 가계가 구입하는 주택, 이 주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취득세, 등록세 등 부대비용,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아 생기는 수익 등도 포함된다. 


여기에 7~9월 맹위를 떨친 폭염, 주52시간제 시행 등도 건설투자 감소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SOC예산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SOC예산은 지난 2009년만 해도 25조5000억원으로 정부예산의 8.4%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25조1000억원(8.6%)▲2011년 24조4000억원(7.9%) ▲2012년 23조1000억원(7.1%)▲2013년 25조(7.2%) ▲2014년 23조7000억원(6.7%) ▲2015년 26조1000억원(6.8%)▲2016년 23조7000억원(5.9%)▲2017년 22조1000억원(5.5%) ▲2018년 19조(4.4%)다. 


건설투자증가율은 올해 1월(14.4%)만 해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2월 -1.5%, 3월 -5.7%(잠정치)로 두 달 연속 역성장을 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2분기 성장률도 –2.1%에 그쳤다.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연간으로 전년 대비 10.3%에 달했다. 건설투자는 박 정부 출범 2년차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투자 증가율은 ▲2013년 5.5% ▲2014년 1.1% ▲2015년 6.6% ▲2016년 10.3% ▲2017년 7.6%로 상승추이를 보였다. 건설투자가 매년 쑥쑥 커진 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연한 축소 등 규제를 대거 푼 영향이 컸다.




문제는 건설투자가 앞으로도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설부문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한국경제 쇄신의 기치로 내걸고도 무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빚내서 집사라는’ 신호를 주면서 성장률에 연연해온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목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민생안정의 목표가 상충하면서 현정부가 직면한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은 건설투자가 올해 -0.2%, 2019년 -2.6%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할 수록 건설경기가 뒷걸음질하는 난제를 현정부가 받아든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건설업체들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17개 건설단체는 앞서 지난 10일 국회 각 당 대표, 정책위 위원장, 기획재정·국토교통·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 등 정치권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SOC가 답입니다” 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전달했다. 호소문에서 이들은 “SOC예산은 1조원 중가할 때마다 1만8000여개의 일자리 창출과 2조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일으키는 규모가 큰 산업으로 현 경제위기와 고용절벽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SOC 예산확대가 절실하다”며 내년 SOC예산을 25조 이상으로 증액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SOC예산이 줄어서 건설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SOC예산 증액을 호소했다. 올들어 주택경기 하강, 해외수주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형사들의 먹을거리가 늘어나야 현정부가 중시하는 서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지 않겠냐는 뜻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SOC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20조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협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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