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단거리 육상망 육상 HVDC 송전선로 추가 건설 논란
한전, 단거리 육상망 육상 HVDC 송전선로 추가 건설 논란
8차 송변전설비계획 계통연계 계획안에 576km 추가 반영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단거리 육상망
경제성이 낮고 계통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부적절 지적
"국민이 대가 치를 것"
한국전력공사(대표이사 사장 김종갑)가 전남 강진군에서 출발해 각각 충북 옥천군과 경북 고령군으로 연결되는 총연장 400km의 육상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건설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한전은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 영양군까지 150km 구간을 HVDC로 잇는 등 약 600km 대용량 육상 송전선로 확충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력당국은 신한울 원전~경기 가평 및 신한울~경기 남부(미정)로 이어지는 2개 노선 HVDC 건설계획과 육상~제주구간 제3 해저 HVDC 건설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인 설비발주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HVDC는 경제성이 낮고 계통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단거리 육상설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7일 본지가 입수한 '8차 송변전설비계획 계통연계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2024년부터 전남 강진군과 경북 고령군을 연결하는 길이 약 200km, 송전용량 500kV의 HVDC를 건설해 전남 일대 발전력 4GW(4000MW)를 경북 수요지로 수송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강진군에서 충북 옥천군을 잇는 동일용량 HVDC도 동시 추진키로 계획을 세웠다.
대용량 HVDC 송전선로 건설계획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전은 신군포~신광명을 26km 지중으로 연결하고, 경북 구미와 영양군 사이 150km를 3GW 수송용량의 가공 초고압송전선으로 잇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HVDC 송전선로는 강원~수도권 신규 추진 2개 노선(8GW)을 포함해 육상에서만 약 1000km가 추가 건설된다.
전력당국 내부 HVDC 건설계획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한전은 송전망 확충 명분을 기존 공용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전력수송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과 충북내륙으로 이어지는 대용량 송전선로는 신강진~신광주~신남원~신옥천 345kV 노선 뿐이다. 또 전남·광주와 대구·경북을 구간을 잇는 345kV도 선제적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VDC의 경우 건설단가는 교류 송전선로 대비 7~8배 비싸지만 필요 시 지중화가 가능해 주민반대로 수용성이 떨어지는 지역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경제적 타당성이나 계통 안정성도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대량 구축하는 장기계획을 수립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거리 전력수송이나 대륙간 전력융통을 위해 HVDC를 건설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 계획처럼 200km 안팎 육상을 HVDC로 연결하는 전력망 구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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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전문가들에 의하면 직류송전은 반도체 소자를 사용해 고장확률이 이론적으로 교류 대비 월등히 높은데다 변전소에 해당하는 변환소 고장 시 고장기간 전력수송이 불가능해 GW단위 송전중단에 따른 광역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같은 기술로 건설된 육상~제주간 HVDC는 연간 십수차례씩 정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도 HVDC는 발전소 인근에 변환소를 설치할 경우 발전소 축진동주파수와 공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데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인버터를 통해 계통에 접속하는 전원이 늘어날수록 간섭현상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여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한전은 GE와 합작사를 설립해 외산 HVDC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최신 선진 기술대비 낙후된데다 기술이전 계약 시 국내 계통에 해당 시스템을 일정용량 이상 필수적으로 건설하는 독소조항이 담겨 한전이 경제성이나 계통 안정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HVDC증설 일변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전력당국 한 내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HVDC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제대로 된 기술이전도 없이 십수조원을 들여 짓는데도 지금처럼 여러 설계결함이 감춰진 채 추진되는 건 큰 문제"라면서 "이미 한전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너무 많이 가버렸다. 학계, 기업, 정부조차 문제를 알고 침묵한 대가를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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