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건설 백지화'..."로펌, 수천억 손해배상 면하기 어려워"
한수원 '원전건설 백지화'..."로펌, 수천억 손해배상 면하기 어려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일방 취소
(2017년 3월 진통 끝에 허가 받아)
"정책 변경은 불가항력 해당안돼"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하면,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법률 검토 결과가 나왔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국민 재산으로 최대 수천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것이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완공 조감도(좌측), 이미지 우측은 기존 한울 원전.
신한울 3,4호기 신규 원전 2기 발전사업 허가…2023년 준공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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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한수원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와 관련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한수원은 정부 정책에 의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거나 지체될 경우가 '불가항력'에 해당해 이에 따른 손해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태평양은 "정부가 원전 관련 정책을 변경해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더라도, 이는 두 계약 당사자의 의무 자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불가항력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 정책 변경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한수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원자로 설비와 터빈 발전기 등 주(主) 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에 4927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은 지난 2015년 산업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됐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3호기는 2022년 12월, 4호기는 2023년 12월 준공 예정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5년 11월 한수원에 본계약 체결 전 원자로 설비 사전 작업 착수 승인을 요청했고, 한수원은 곧바로 이를 승인했다. 이때 이미 본건설 작업이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이 담긴 탈원전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간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원의 '신규 원전 사업 종결 방안'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은 현재까지 계산 가능한 금액만 6407억원에 이른다. 한수원은 울진군에 대한 지원 사업비 1400억원과 주 기기 사전 제작비 3230억원(한수원 추정) 등은 추가 발생 예상 금액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한수원 추정액보다 1700억원 많은 4927억원이 투입됐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들의 자재 보관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작년에만 자재 보관 비용으로 55억원이 들었다. 업계에선 "원전 업체 등의 소송으로 향후 손실이 1조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는 이뿐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중에 중단된 천지 1·2호기는 부지 매입 비용 등 885억원이 투입됐다. 한수원은 7000억원을 들여 새것처럼 보수한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도 결정했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1조원이 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윤한홍 의원은 "이번 법률 자문 결과로 탈원전 정책으로 불거진 원전 산업계의 피해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이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이 입증됐다"며 "향후 불거질 탈원전 피해에 대해 한수원 이사는 물론 일방적인 원전 중단 지시를 내린 청와대와 산업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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