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헬멧 법..."안 지켜도 되는데 왜 만드나"
자전거 헬멧 법..."안 지켜도 되는데 왜 만드나"
필요없는 법 불필요한 행정 시행 논란
맘에 안들면 잡아가려고?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사설]
법이 생겼는데 이를 지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다.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 데다가 안 지켜도 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안전모(헬멧) 착용에 대한 이야기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발효로 어제부터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제 시골길, 동네 골목, 공원을 포함해 어디에서나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불법 행위다. 그런데 처벌 조항이 없어 안 썼다고 경찰서로 붙잡혀 가거나 범칙금을 내지는 않는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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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 개정은 전기자전거 활성화 문제에서 비롯됐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별도의 면허 취득 없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면서 반대 측이 위험성을 물고 늘어지지 못하게 헬멧 착용을 법안에 담아 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의 구분 없이 의무화가 됐다. 국회에서 이렇다 할 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언론 보도로 이 내용이 국민에게 알려졌고,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자 최근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법 조항을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로 변경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 ‘착용하려는 노력’이 의무가 되도록 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향후 이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시행되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노력을 했지만 착용하지는 못했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헬멧까지 비치하기는 어렵다. 가져가는 시민이 많아서다. 서울시청은 유실 헬멧을 보충하는 비용 마련이 힘들고 다른 사람 땀 묻은 헬멧은 쓰지 않으려는 시민이 많다고 판단해 비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민이 ‘합법적’으로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려면 헬멧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자전거 이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호주에서 헬멧 착용 의무화 뒤에 자전거 이용자가 급감했다는 사례연구 결과도 있다. 법이 법다워야 법치가 이뤄진다. 안 지켜도 그만인 법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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