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자 '흉기 된 태양광'...왜 정부는 사전 대책 없었나?


태풍 오자 '흉기 된 태양광'...왜 정부는 사전 대책 없었나?


바람에 날려 주택·전봇대 파손

이동·탈부착 안돼 점검 불가피


설치는 용이하지만 관리 부재 드러나


   태풍 솔릭의 상륙으로 태양광발전 설비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강풍에 취약한 태양광 패널이 도심 등 인구 밀집지역에서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태양광 패널 설치와 관련한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태풍 솔릭이 서해안을 거쳐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지만, 이날 오전 7시 현재 태양광 시설에 추가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정책의 핵심이 태양광발전이다. 강풍을 동반한 이번 태풍이 이미 설치된 태양광 시설물에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전망이 컸다. 실제로 23일 제주도를 거친 태풍은 제주시 삼양동 주택가에서 태양광 패널을 날려 버렸다. 초속 40m에 육박하는 강풍에 태양광 패널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 등이 한꺼번에 뜯겨나가며 이웃 주택으로 날아갔다.




태양광 패널이 전봇대까지 두 동강을 내며 이웃 주택에 피해를 준 것을 두고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 설치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향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농어촌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의 다가구·공동주택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태풍 솔릭 상륙을 계기로 이에 대한 안전규제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태양광발전 설비는 38만6000여 개에 달한다. 도심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는 서울에만 약 3만4000여 가구다.


이미 설치된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도 불가피하다. 아직 기술적으로 넓은 판상형 태양광 패널을 태풍과 같은 기상조건을 피할 수 있도록 ‘이동식’ 혹은 ‘탈부착식’ 등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전규제가 강화되면 태양광발전 설치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이미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들에 대한 일제 점검과 이에 대한 안전 보강 후속조치로 인해 유지 비용도 늘어나, 태양광발전 사업이 당연히 수익을 보장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바람이 초속 30m만 돼도 태양광 패널이 견디기 어렵다”며 “태양광 시설물에 대한 안전 규제가 지자체마다 마련돼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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