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800기 송전망 없어 `무용지물

 

태양광 800기 송전망 없어 `무용지물`

 

탈원전 재생에너지 대책 허점

"정부시책에 맞춰 수백억 투입해 태양광발전소 지었는데…" 분통

 

    전남지역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을 개시한 A사, B사 등은 정작 전기 소비가 많은 '대목' 여름철이 됐지만 대표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손을 놓고 있다. 발전소를 돌린다고 해도 전기를 한국전력에 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기 위해 한전에 전기설비 이용신청서를 냈는데, 한전이 인근 지역 전력망 보강을 이유로 접속 지연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시책에 맞춰 이 지역에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태양광발전 투자가 이뤄졌는데 인프라스트럭처 미비로 가동을 못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재생에너지원 지역 전력망 이용 전달 프로세스. 800기의 태양광이 지역 전송망 부재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LG C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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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정작 태양광 발전의 계통 접속이 불가능한 지역이 속출하고 있어 수백억 원을 들인 태양광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한전의 계통 설비 증설 추이가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현(現) 신재생에너지 송전 계통 용량 초과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모두 2401㎿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송전 계통에 연결되지 못해 전기 생산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9%인 2398㎿는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가 주력으로 보급하겠다고 강조한 태양광 발전이다. 이전 정부 때인 2016년 말 기준 태양광 계통 초과 용량(494㎿) 대비 4.6배나 폭증한 수치다. 

 

일반적인 대형 태양광 발전 설비 1기가 3㎿인 점을 감안하면 800기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태양광 업체가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선로를 통해 변전소까지 전기를 보내야 한다. 변전소까지 송전선로 구축 비용은 모두 업체 부담이다. 그러나 전기를 생산해도 한전의 변전소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변전소로 보낼 수 없는 경우(계통 접속 불가)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기는 기본적으로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하면 바로 송·배전선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닿아야 하는데 중간 설비가 미비해 전기를 생산해도 보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B사 관계자는 "한전으로부터 '주변 변전소 증설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결국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한전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해 에너지 전환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올인하면서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계통 설비 추가 구축에는 신경을 덜 썼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욕만 앞섰고, 한전은 몰려오는 물량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됐던 셈이다.

 

태양광 발전의 계통 접속 불가 사태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전라권에서 극심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계통 접속 불가 태양광 발전 용량은 전라권이 2109㎿로 전체의 87.9%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작년에만 변전소를 42개 늘렸고 올해도 52개를 신설할 계획으로, 특히 전남 지역 접속 불가 용량 2109㎿ 중 1500㎿는 조기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더 늘어날 신규 물량의 접속 가능 여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심각한 계통 접속 불가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변전소·송전탑·변압기 등 관련 설비가 지역 주민에게 기피시설로 낙인찍혀 있어 새로 세우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급격한 탈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억지로 메우려다 보니 미처 고려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에너지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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