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관] 12개의 돛을 형상화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VIDEO: Fondation Louis Vuitton
[세계의 미술관] 12개의 돛을 형상화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Fondation Louis Vuitton
건축물의 걸작
현대건축의 고난도 기술 접목한 프랭크 게리의 최첨단 건축물
엘스워스 켈리,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 등 현대미술 작품 전시
패션의 아이콘 루이비통이 드디어 파리 불로뉴(Boulogne) 숲 안에 미술관을 지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뉴욕 타워 등을 건축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피터 마리노가 리모델링한 루이비통 샹젤리제 본점을 지나 파리 중심가를 벗어나 어느새 불로뉴 숲에 위치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 도착했다. 2014년 오프닝 전시에 12개의 돛을 형형색색으로 수놓았던 다니엘 뷰렌의 설치 작품을 영상으로만 감상했던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을 직접 마주하게 되니 설레었다. 멀리서 바라본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오후 햇살 아래에 구부러진 대형 유리판들을 얼기설기 엮듯 독특한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대형 우윳빛 유리판들은 청명한 날씨로 인해 눈부시도록 반사되어 시시각각 변화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의 정면/사진=Foundation Louis Vuitton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Fondation Louis Vuitton
http://kr.france.fr/ko/discover/12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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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건축술로 구현된 12개의 유리 돛… 자연의 변화 시시각각으로 담아
12개의 돛을 형상화한 이 거대한 건축물은 아클리마타시옹 공원(Jardin d' acclimatation)의 대자연을 캠퍼스로 자유분방하게 세워놓은 포스트모던 건축의 표상이었다. 대형 유리판들을 휘어서 각을 세워 만든 유리 돛들은 서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햇빛에 반사되어 대자연 아래 유유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여러개의 조각품들을 연합하여 빚어낸 응집된 결정체였다.
루이비통 로고를 새겨 넣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의 정면/사진=Foundation Louis Vuitton
돛 모양의 구부러진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된 특수 강화유리는 조각의 개수만 무려 3584개에 이른다고 한다. 프랭크 게리에 의해 직접 디자인된 도안에 맞춰 특수 제작된 구부러진 유리판들은 신소재인 섬유 강화 콘크리트와 현대건축의 고난도 기술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였으리라. 이와 같은 유리 건축의 공법은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프랑크 게리의 도전에 의해 지어진 최첨단 건축이었고, 건축계의 혁신이며 혁명이었다.
건물 파사드에 새겨진 루이비통 로고는 가히 사업의 귀재 베르나르 아르노다운 발상이었다. 로고 디자인 역시 프랑크 게리가 했다. 루이비통 재단의 CEO이며 LVMH 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프랑스 백만장자 베르나르 아르노의 탁월한 안목과 재력이 겸비되어 있었기에 혁신적인 건축물 탄생이 가능하였으리라. 영국에 화상계의 거물이며 파격적이고 엽기적인 컬렉터 찰스 사치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명품 패션계의 거물이며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컬렉터 베르나르 아르노가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안목이 만든 패셔너블한 미술관
2014년 10월에 오픈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어느새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의 줄 틈새에서 까다로운 검색대를 거쳐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목재와 철재, 구부러진 하얀 유리의 절묘한 구조체는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복잡하였고, 익숙하지 않은 비정형 구조물과 공간들은 어딘지 낯설게 다가왔다. 총면적 3500㎡에 다다르는 이 미술관은 지상의 11개 상설 전시실을 비롯해 지하의 특별 전시실과 1층에는 레스토랑, 기프트 숍, 서점, 대강당이 있다. 옥상에는 4개의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 2층과 3층에는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의 소장품인 크리스티안 볼탄 스키, 피에르 위게,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지하에 설치된 울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사진=Foundation Louis Vuitton
미술관 동문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프리즘 형태 43개의 노란색 기둥을 세워놓은 수직 공간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 제목은 ‘Inside the horizon’으로 울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이다. 물에 반사된 43개의 기둥은 굴절 효과를 배가시켰다. 미술관 지하 전시실 복도에서도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연결해놓은 산책로가 있었지만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문을 폐쇄해 놓았다. 2014년 오프닝 때 설치된 샛노란 컬러의 수직 기둥들의 확장 효과는 지하 전시실의 분위기를 살렸다.
지하 특별 전시실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국 작가 윌리엄 켄트 리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도 초대되었다. 남아공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다양한 주제들은 내 마음을 울렸고, 마음에 와닿아 두 차례나 서울관을 방문했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 켄트리지의 다른 작품들과 영상 작품을 볼 수 있음에 반갑고 기뻤다.
울리퍼 엘리아슨, 엘스워스 켈리 등 재기넘치는 설치 작품 주목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20세기와 21세기의 유명 작가와 신예 작가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대표적인 컬렉션으로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미셀 바스키야, 길버트 & 조지, 제프 쿤스의 작품 등이 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오픈 후 주목을 받은 전시로는 엘스워스 켈리의 설치 작업 ‘Spectrum VIII’과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엘스워스 켈리가 미술관 건물의 강당을 위해 12개 돛 형상의 건축물 안에 12개의 컬러 스펙트럼 커튼을 설치한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는 아티스트에게는 자연스러운 발상이었으리라.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오프닝 때 설치했던 다니엘 뷰렌의 작품/
사진=Foundation Louis Vuitton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는 미술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과 버려진 운동화와 식물을 수집해 물탱크를 만들었다. 그는 2013년 런던 새클러 갤러리의 초대전과 2017년 9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루프탑에서 기상천외한 조각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그 외 전시로는 자네트 카디프 & 조지 밀레, 사라 모 리스, 타린 사이먼, 세리스 윈 에반스 등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세간의 이목을 끈 작가들을 꼽을 수 있다.
옥상 야외 테라스로 나오니 곳곳에 놓인 의자에 눕거나 질펀하게 바닥에 앉은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파리의 청명한 하늘을 마치 돛단배 위에서 마주하듯 나른한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난간에 기대어 멀리 라데팡스와 에펠탑을 조망하며 일탈을 누렸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 레스토랑 ‘프랭크’에서의 달콤한 케이크와 에스프레소 더블은 미술품 감상과 비견될 만한 즐거움이요, 낭만이다. 프랑크 게리가 만든 금붕어 형상의 샹들리에 아래 긴 테이블에서의 휴식은 프랑스 패션을 선도하는 루이 비통을 곱씹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5/20180305023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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