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맥스터' 건설 미뤄지면 월성원전은 '올 스톱'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맥스터' 건설 미뤄지면 월성원전 '올 스톱'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내
건식저장소도 턱밑까지
2019년 포화…추가 건설 시급
21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들어선 현장. 몇 단계의 보안절차를 거치며 들어선 이곳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를 임시보관하고 있는 조밀건식 저장시설 ‘맥스터’가 자리하고 있다. 월성원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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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ori-gamsi.or.kr/xe/report_pds/1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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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원전(경수로)은 수조 속에 보관하는 습식방식을 쓰고 있다. 월성원전은 천연우라늄을 쓰는 중수로여서 사용후핵연료 배출량이 많다 보니, 열과 방사능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조에 6년 보관 뒤 건식으로 옮기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원통형 흰색 구조물이 촘촘하게 세워져 있는 콘크리트 사일로, 캐니스터다. 높이 6.5m에 직경 3m에 달하는 내부에는 연필심처럼 사용후핵연료가 직경 1m 용기에 담겨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중심으로 1m 두께로 콘크리트가 둘러싸고 있으며 규모 6.5의 지진도 견딜 수 있다. 캐니스터 한 기마다 540다발씩 총 16만2천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들어차 있다. 가장 먼저 채워진 캐니스터가 1992년 4월 17일이고, 마지막이 2010년 4월 14일이다. 캐니스터 중간쯤에는 작은 문을 있는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용후핵연료를 꺼낼 수 없도록 봉인해둔 것이다. 플루토늄이 섞여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나중에 중간 저장시설이나 최종 처분장으로 옮길 때 반드시 IAEA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사선량 측정은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까지 이뤄진다.
출처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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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압력관을 교체한 뒤 봉인된 4개의 원통형 모양의 보관시설을 지나면 조밀건식 저장시설 ‘맥스터’가 나온다. 창고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원통형 저장용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은 것이다. 콘크리트 벽두께만 1m에 이른다. 열을 식히는 방식은 자연적인 공기순환방식이다. 방사선 외부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통풍구 안쪽을 지그재그 형태로 설계했고, 캐니스터보다 2.7배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 방사능 측정 결과 0.3마이크로시버트(μ㏜)가량이 나왔는데, 자연 방사선 수치가 일반적으로 0.1~0.3μ㏜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는 평가다.
맥스터 안에 들어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적어도 6년 이상 원전 내 수조 속에서 방사선과 열을 식힌 뒤 옮겨진 것이다. 연료봉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느냐고 묻자, 월성원전 측은 “우라늄을 연료봉에 담아 37개씩 다발로 묶은 뒤 원통형 바스켓으로 포장하고 또다시 60㎜ 두께 철판으로 한 번 더 둘러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맥스터 하나에 사용후핵연료 바스켓이 40개 들어간다. 맥스터 7개 가운데 4개가 가득 찼고, 2019년 포화된다. 맥스터는 사용후핵연료를 넣고 4t이 넘는 뚜껑을 닫는 방식이다.
맥스터 주변에 포화상태를 대비해 추가로 7개를 건설할 부지가 마련돼 있는데,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허가를 내 주지 않아 텅 빈 상태다. 맥스터 건설을 위한 안전성검사에만 18개월이 소요되는 등 대략 2년 정도의 공기를 감안했을 때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착공이 이뤄져야 한다. 한수원 측은 조만간 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주민과의 수용성 협의, 안전설비 보완 등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됐다고 했다. 맥스터 건설이 미뤄지면 정부의 탈핵 정책과는 무관하게 이곳에 자리한 중수로 4기(월성1호기는 조기폐쇄 결정)는 저절로 멈추게 된다. 중수로 1기가 약 700㎿ 전력을 생산한다. 4기면 대구경북 전력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양이다.
만약 추진 중인 맥스터 7기가 들어서면 포화연도가 8년가량 연장된다. 이후 뒷산 부지를 이용해 14기를 더 건설하면 2043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보관이 가능하다는 게 월성원전의 설명이다.
캐니스터와 맥스터에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앞으로 고준위 방폐장이 지어지면 원자력환경공단으로 넘어간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준위 처리와 관련된 문제는 기술보다는 주민 설득이 가장 어렵다”면서 “매년 75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 데다 방사능도 최소 10만 년은 넘게 간다는 걱정 때문에 주민들이 한수원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원전이 돌아가는 한 결국 고준위 처리에 대한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방법은 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의를 통해 찾고 있다”고 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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