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스티븐 추(Steven Chu)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 위해선 원전 유지해야”
노벨상의 스티븐 추(Steven Chu)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 위해선 원전 유지해야”
아직 기술적으로 탈원전으로 가기엔 일러
한국 정부, 탈원전 정책 재검토해야
“미세먼지 문제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전을 유지해야 합니다.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 중인 독일의 경우, 전력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리면서 탄소 배출이 늘었고 대기 질도 악화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KAIST 제공
노벨물리학상(1997) 수상자인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스탠퍼드대 석좌교수·사진)은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 기술적으로 탈원전으로 가기엔 이르다며 이처럼 제언했다. 추 전 장관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독일과 같은 전처를 밟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단계적으로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해 LNG의 비율을 지난해 18.8%에서 2030년 37%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LNG가 석탄화력보다는 덜 해로운 편이지만 초미세먼지(PM2.5)를 생성하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완전한 청정에너지로 볼 순 없다”며 “전력 수급의 안정성과 경제성, 환경 영향, 현실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원별 적정 비율(에너지 믹스)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세계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원자로 기술이 뛰어난 한국이 신재생에너지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며 “원자로 기술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미국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값 비싼 발전 단가를 감수하며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 정부가 목표한 ‘2060년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자연적 조건이 열악한 한국에서 현실 가능성이 없는 희망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며 “캘리포니아에서조차도 신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실 가능성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적절히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리히터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더 높아진 상황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겪으면서 세계 곳곳의 원전은 지속적으로 안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오염으로 인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화력이나 LNG 발전이 원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비중을 60%에서 0%로 줄인다고 했지만 현재는 재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추 전 장관은 “원전이 신재생에너지 때문에 홀대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전 역시 더 나은 청정에너지로 가는, 또 다른 중간 단계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자로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데, 산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평화적인 핵 사용, 안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 전 장관은 KAIST가 주관한 특별 대중강연과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 이상희 전 과기처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의 에너지 정책 대담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직후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노벨상 수상 과학자 중 최초로 행정부에 입성해 관련 정책을 이끌었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연구와 이를 통한 신산업 창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명과학과 의학, 물리학 등 다방면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추 전 장관은 “과학적인 배경은 원자력과 관련 없지만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고 추진해 왔다”며 “이해 당사자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지만, 정책을 결정할 때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에게만 의견을 물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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