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문턱에 선 건설산업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3D산업 이미지 씻을 기회로 활용
R&D 투자·시험기회 제공 확대해야
대학 학장으로 있는 여교수 한분이 지난 추석연휴 동안 대학의 교육 운영에 관심을 갖고 미국의 몇몇 대학들을 둘러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인상적인 것은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공학·경영·회계 등 여러 전공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기업적 프로젝트가 대학마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라고 했다. 특별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교육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 했다.
그렇다. 지금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가 기술과 시장, 그리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그동안 경험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갈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구조도 완전히 새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건설산업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발전을 이끌었고 최근에도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저부가가치의 노동집약적이며 더럽고 위험하며 어려운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는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단기술을 곳곳에 접목해 매력이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년 4월 경제산업성에서 빅데이터 활용 및 규제 개혁 등을 담은 ‘신산업 구조비전’을 내놓았다. 국토교통성에서는 건설산업의 성장 열쇠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판단해 올해 3월 도로 등 인프라 시설과 도시 등을 대상으로 20개의 ‘생산성 향상 혁명프로젝트’를 확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로봇기술 등을 건설 현장에 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있어 우리보다 훨씬 발 빠르다. 그 결과 3D프린터·드론·슈퍼컴퓨터 등 일부 요소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윈섬(Winsum)이라는 회사는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인 3D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5층 주택을 건설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을 건설산업에도 획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이웃 국가들에 비해 점점 뒤처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해 스위스연방은행에서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용이한 국가를 평가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25위였다. 적응능력교육과 인프라 그리고 기술에서는 각각 19위, 20위, 23위였으나 법적 규제와 노동구조의 유연성에서는 각각 62위, 83위로 아주 낮은 평가를 받았다. 노동구조의 유연성은 중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며칠 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 포럼에서 무엇보다도 법적 규제 개선의 시급성이 역설되었던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실정이다. 방향에 대해서도 아직 뚜렷한 국가적 메시지를 찾기 힘들다. 그나마 최근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건설산업은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도입하기보다는 익숙한 과거의 기술과 방식을 고집하는 성향이 강한 특징이 있다. 또 발주자, 원도급자, 공사 종류별 하도급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보니 이를 보호하거나 제한하는 규제도 많다. 그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분야라는 얘기다. 따라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이 실제 프로젝트에 접목되어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투자도 유인하고 시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간과 시설물을 만들고 유지해나가는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우리 주변은 모든 것이 연결된 지능화된 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하나의 물리적 상품만으로 이루어지던 건설시장은 복합적으로 융합된 다기능을 가진 상품시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시티도 한 예이다. 아마 현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간과 시설물들이 새로운 수요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건설산업 혁신을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미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케이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