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국제전과 강치다방 [신아연]


www.freecolumn.co.kr

독도 국제전과 강치다방

2017.11.01

“아, 글쎄 제가 이번에 독도에서 강치를 봤다니까요. 사진에서 보듯이 매끈하고 귀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강치였어요.”
“에이, 그럴 리가요. 일본 강점기 때 일본놈들이 다 잡아 죽인 강치를 어떻게 봅니까?”
“선친은 포수였어요. 하루는 선친을 따라서 강치 사냥을 나간 적이 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으셨지요. 강치는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나쁜 놈들이 씨를 말려 버렸으니...”

한 무리에서 '독도의 주인' 강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던 차에 막 관람을 마친  또 다른 무리들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아, 독도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군요. 정말 다양하고 기발해요.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엄격히는 섬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바위 두 덩이를 이처럼 가지가지의 작품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니! 더구나 이렇게 많은 외국 작가들이 참여한 것이 정말 놀라워요.”
“특히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 섬, 독도 국제 초대전’을 찾아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정보문화디자인포럼(COFOD; 회장 배성미)이 주관하는 이번 독도 국제전에는 국내 작가 251명, 해외작가 158명이 독도를 주제로 한 총 409작의 서예, 그림, 사진, 포스터, 공예, 의류, 시, 소설 등을 출품했습니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대학생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독도를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으나, 일본 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도륙으로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 강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생명소설『강치의 바다』를 출품하여 전시 및 사인회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기간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관람 소감도 다양하고 흥겹게 이어집니다. 독도전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 중에는 진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분,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을 보고 청주에서 한달음에 올라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예술의전당 인근에 사시는 분들은 마실 삼아 서너 번도 찾아오십니다. 작품 수가 워낙 많은 데다 하나하나 의미가 깊어 한 번만 와서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저를 찾아주신 손님들은 더 멀리서 오셨습니다. 파독 간호사에서 지금은 재독동포신문 기자로 활동하시는 이영남 님과 역시 파독 간호사로 출발하여 의학박사가 되신 강정희 님, 호주에서 오신 이대 선배님 등 해외 지인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제가 특별히 그분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모두 자유칼럼 애독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자유칼럼과 맺어진 인연으로 다녀가신 분은 여러분이 계셨습니다. 저로서는 뜻하지 않게 자유칼럼 독자들을 만나게 되어 기쁨이 두 배로 컸습니다. 

저는 이번 국제 독도전의 초대 작가이면서 ‘강치다방’ 마담이기도 합니다. 제 책이 놓여 있는 전시장 한 편에 차와 커피, 다과를 준비해 두고 찾아주시는 분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람객들은 독도전을 둘러본 느낌과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바다사자 강치에 대한 애도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강치 다방’에서 표합니다. 

독도에 가기 위해 여섯 차례나 시도했으나 번번이 접안에 실패했다는 사람,  단 한 번 만에 성사되었다며 의기양양한 분 등, ‘독도 가는 길’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라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울릉도에서도 두 시간이나 걸리니, 하도 멀어 독도가 정말 우리 땅이 아닌 것 같더라”는 말을 하면서 행여 누가 들을세라 주변을 경계하듯 살피는 분도 계셨습니다. 독도전에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미리 공부를 시켰다는 초등학생 4남매의 씩씩한 엄마는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독도가 있어 우리도 외롭지 않고, 우리가 있어 독도도 외롭지 않습니다. 국내외 409명 작가들이 표현한 독도를 배경으로 관람객이 경험한 독도가 전시의 색채와 입체감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동포들의 따스함과 열정과 흥, 애국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국제 독도전은 이번 주 토요일(관람시간; 오전 11시~ 오후 7시)까지 이어집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신아연

이대 철학과를 나와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자유칼럼그룹과 자생한방병원 등에 기고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생명소설『강치의 바다』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비롯, 『내 안에 개있다』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마르지 않는 붓(공저)』 등이 있다.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