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차량번호의 비밀

 

열차? 차량? 편성?

산업화 시절, 주로 육로에 의존하던 운송수단에 있어서 철도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한 번에 여러 대의 객차나 화차를 한꺼번에 끌고 철길 위를 질주하는 철도교통의 등장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철도교통의 등장은 대량 수송을 필요로 하던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철도교통의 등장 초기에는 증기기관차가 여러 대의 객차나 화차를 끌고 다녔지만, 이후 경유 또는 중유를 연료로 하는 디젤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증기기관차는 사라졌으며, 기술발달로 소음과 매연이 없는 전기기관차도 등장하였다.


기관차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만 하더라도 철도교통에서 여객열차는 기관차에 여러 객차를 연결하고 다시 분리하는 '가변 편성' 방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가감속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력차와 객차 여러 대를 고정으로 연결시켜 운행하는 '고정편성' 방식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이처럼 동력차와 여러대의 객차 혹은 화차가 하나로 이어져 운행하도록 준비된 차량을 '열차(Train)'라고 한다.


전철화가 완료되기 전만 하더라도 철도교통에서는 디젤동차(새마을호,무궁화호 일부)가 주로 운행되었으나,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전철화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전기동차가 주로 운행되기 시작하였다.


고정편성으로 연결된 차량을 우리는 '편성'이라고 부른다. 201편성, 304편성 이런식으로 부르는데 주로 수도권 전동차에서 많이 불리는 방식이다.



차량번호의 의미?

대중교통수단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수단인만큼, 운행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항공기도, 버스도, 열차도 모두 정해진 시간표의 틀 안에서 운행을 하게 된다. 믿기 힘들 수도 있지만 시내버스도 운행시간표가 있다. 차고지에서 시간표대로 배차 순서에 맞춰 운행사원이 차를 끌고 노선대로 움직이며,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수도권 지하철의 경우 워낙 자주 다니기에, 시간표없이 그냥 앞차와의 안전거리 유지해가면서 운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지하철역에는 이처럼 정해진 열차시간표가 부착되어 있고, 열차는 되도록이면 시간표에 맞춰 운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간표에 맞춰 노선별로 똑같이 생긴 열차가 운행순서에 맞춰 부여된 일련번호를 달고 운행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선별로 다 똑같이 생긴 차량 중에 내가 어느 차를 타고 있는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승용차의 경우 차종도 워낙 다양하고 생김새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K3 차량이 100대 있는데, 이 중에서 내가 탄 차량을 구분하려면 그 차량의 외형적 특징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색상은 흰색, 17인치 휠에, 썬루프 적용, 데이라이트 적용, HID전조등(물론 HID전조등은 불법이다)이 적용되었다는 식으로 외형적인 특징을 구분하면 된다. 디자인은 똑같더라도 내가 탄 차량만의 외형적인 특징을 기억하면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전동차는 그렇지 않다. 노선별로 모든 차량의 외형이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비슷한 모양의 차량이 4량 6량 8량 10량 이런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단순 외형적인 특징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해서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차량마다 부여된 고유의 차량번호로 구분하는 것이다.


전동차의 모든 객실에는 이처럼 차량번호가 부여되어 있고, 이를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차량번호들을 토대로 하여 '편성'도 부여받게 된다.



편성 부여하는 방법?

외형적으로 구분하기 힘든 쌍둥이들한테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 승용차에도 이름이 있고, 버스에도 이름이 있다. KTX열차에도 차량별로 고유번호가 있고, ITX-청춘에도 차량별로 고유번호가 있다. 일반 열차의 경우 대부분 01호기,24호기 이런식으로 차량들을 구분한다.


하지만 전동차의 경우 102편성,104편성 등 숫자+편성을 합쳐서 부르게 된다. 그렇다면 편성은 어떻게 부여되는 것일까?


위 사진을 보면 차량번호가 2018이다. 맨 앞의 '2'는 해당 차량이 소속된 노선번호이다. '2'이기 때문에 2호선이라는 의미이다. '0'은 편성내에서의 차량 위치인데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의 전동차가 8량 혹은 10량이다. 그리고 우리는 0부터 9까지 십진수를 사용한다. 10량짜리 전동차에서 10개의 숫자를 활용하여 위치를 나타내려면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모두 사용해야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선에서 10량짜리 전동차를 기준으로 맨 끝 객차는 0 아니면 9가 들어가게 된다.


보통 차량 위치를 나타내려면 차량번호의 두 번째 숫자+1을 하면 된다. 따라서 사진 속 차량은 0+1=1 이기 때문에 1번째 차량이다.


오른쪽 두 개의 숫자는 노선내에서 해당 차량이 제작된 순서를 의미한다. 두 자리 숫자로 나타내기 때문에 맨 처음 제작된 차량은 '01' 99번째 제작된 차량은 '99'이다.


한 노선에서 운행중인 차량이 100대가 넘어가게 되면 차량번호체계가 바뀌게 되는데 지하철노선에서 100대가 넘게 운행되고 있는 노선은 서울지하철 1호선 외에는 없다.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차량이 1호선에서만 100대가 넘어가게 되는데 코레일은 조금 다른 체계이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차량번호가 4자리? 6자리?

코레일의 경우 전동열차의 차량번호가 6자리다. 코레일은 워낙 관리하고 있는 차량이 많다보니 차량별 고유번호가 6자리가 되었는데, 이는 KTX부터 누리로까지 코레일의 모든 전기동차의 차량번호가 6자리이다보니, 광역전철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차량번호가 6자리가 되었다.


사진 속 차량번호를 예로 들어보자.


① 광역전철을 의미한다. 코레일의 모든 전기동차는 차량번호가 6자리인데 차량종류별로 맨 앞자리 숫자가 다르다.


② 노선번호이다. 1호선은 1, 경의중앙선은 2,3(원래 중앙선이 2, 경의선이 3이었으나 직결되면서 32만번대,33만번대 차량이 하나의 노선에서 동시 운행중), 4호선은 4, 수인선, 분당선이 5, 경춘선이 6, 경강선이 7, 동해선이 8, 소사-원시선이 9번이다.


③ 분류번호이다. 크게 본선을 운행하는 차량과 지선을 운행하는 차량 등을 구분하기 위한 번호이다.

대부분 본선운행을 하기 때문에 '1'을 사용하고 있으며, 차량댓수가 100대가 넘어가는 1호선의 경우 본선운행 차량의 분류번호를 1과 2로 확대하였다. 또한, 광명셔틀전동차는 '9'이며, 경춘선 ITX-청춘열차의 경우는 분류번호가 '8'이다.


④ 호차번호이다. 위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우리는 0부터 9까지 십진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동차의 객차 수도 대부분 10량이다. 따라서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10량짜리 전동차의 객차별 호차번호는 숫자+1을 하면 된다.

다만 4량짜리 전동차는 0-1-2-9 순서이며 8량짜리 전동차는 0~6,9를 사용한다.


⑤ 제작순서이다. KTX의 경우도 01호기,34호기 이런 식으로 불린다. 전동차도 마찬가지다. 제작된 순서대로 01번부터 번호가 순서대로 부여되는데 노선별로 외형이 비슷비슷하다보니 제작순서대로 부여된 번호를 통해 차량을 구분짓게 된다.

사진 속 차량의 경우 88이기 때문에 코레일 광역전철 1호선에서 88번째로 제작된 차량이다.


⑥ 일반승객은 상관없는 번호이다. 차량번호 옆에 1 혹은 2라고 써 있는데 이는 일정 주기가 되면 전동차를 모두 분해해서 구석구석 수리하는 중검수를 차량사업소에서 시행하게 된다. 객차를 하나하나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쓰이게 되는 번호가 바로 저 숫자이다.


막대자석에 비유해보자. 막대자석 5개를 일렬로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N극와 S극이 맞닿아야 착 달라붙는다. 하지만 육안으로만 보면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빨간색은 N극, 파란색은 S극으로 표시하여 서로 다른 자석이 달라붙게끔 해야한다.

전동차도 마찬가지다. 차량번호옆 숫자 1과 2는 자석으로 치면 N극과 S극을 구분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량번호를 알면 좋은 점?

우선, 차에다 물건을 두고 내렸을 때 차량번호를 기억해두면 찾기가 쉽다. 대부분 차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서는 이미 열차가 떠난 후다. 그렇다면 물건을 찾으려면 다음 역에서 역무원이 객실내부를 수색해야되는데 보통 시간표상 주어진 역별 정차시간은 30초~1분이다. 최대 1분동안 100미터가 넘는 객차 전체를 소수의 인원이 꼼꼼하게 수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막연하게 역무실로 가서 "방금 수원방면으로 떠난 열차에 물건을 두고 내렸습니다.찾아주세요" 라고 하면 못 찾는다. 하지만 "방금 수원방면으로 떠난 열차에 물건을 두고 내렸는데 차량번호가 XXXXXX였던것 같아요" 라고 하면 다음 역에서 역무원이 승객이 지목한 객차만 수색하면 되기 때문에, 유실물 찾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또한, 찾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객실내 비상상황 발생시에도 마찬가지다. 차량번호를 알면 보다 신속하게 상황종료가 이루어질 수가 있다.


또 하나는 약속정할 때이다. 친구랑 1호선 영등포역에 내려서 영화를 보기로 하였는데, 나는 의왕역에서 타고, 친구는 안양역에서 탈 경우, 친구에게 내가 몇 번째칸에 있는지 알려줘야한다. 물론 친밀도에 따라 같은 열차 다른 객실에 탔는데도 차에서 안만나고 약속장소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긴 있다.


하지만 알려준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막연하게 친구끼리


"야 너 전철 탔어? 어디쯤 가고 있어? 나 석수역이야"

"어 그래? 나도 석수역이야"

"어 그래? 야 너 어딨어? 너 탄 거 맞아? 너 안 보여"


이런식의 대화만 하면서 전체 객실을 방황하다보면 나도 정신없고 다른 승객들한테도 자칫 피해를 줄 수가 있다. 하지만,


"나 여기 311588이라고 써 있는 칸에 있어 너는?"

"아 난 여기 311488이라고 써 있어" 라고 하면 서로가 바로 인접한 칸에 있다는 걸 알 수가 있기 때문에 서로 방황하지 않을 수가 있다.


물론 약속정하고 안정하고의 문제는 개인마다, 또 서로간의 친밀도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필수로 알아야한다, 몰라도 된다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유실물이나 비상상황 발생시에는 너나할 것 없이 꼭 필요한 정보가 바로 차량번호이다.

김동현 기자 레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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