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나랏돈 50조는 마중물…성공 동력은 민간투자"


서명교 건설정책연구원 원장

대규모 민간투자 반드시 필요


도시집중 현상 심화·노후화 동시에 진행…패러다임부터 바꿔야

인프라 개선-사회·문화적 고민 함께 담는 사업모델 필요한 상황 

2006년 도시재생' 단어 첫 사용…재생-쇠퇴 반복 장기전략 필요

수익성 확보 위한 '주거지-도심지 결합형 사업방식' 등도 제안


   "지금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수십조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등 도시재생 뉴딜을 이끌어 나가겠지만 정부 재정만으론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대규모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서명교 건설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건설정책연구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도시재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민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동주 기자 doso7@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도시재생 성공 열쇠로 '장기적인 동력 확보'를 주저 없이 꼽았다. 그는 집무실에서 진행된 약 1시간30분간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 도시재생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우선 도시재생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도시들이 당면한 과제라고 봤다. 서 원장은 "1년에도 서울과 같은 크기의 도시 몇 개가 만들어질 정도로 도시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도시는 갈수록 노후화하고 있다"며 "인프라 개선 등 물리적 대응과 함께 사회·문화적 고민을 담은 도시재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패러다임은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재개발·재건축 등에서 도시재생으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이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매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이 사회의 화두 중 하나로 급부상한 이유다. 


정부차원 '도시재생' 단어 첫 사용

서 원장이 도시재생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그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일하던 2006년부터다. 당시 주거환경과장을 맡고 있던 그는 도시재생이 '건설분야 가치창조 10대 중점 추진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른바 VC10)에 선정되는 데 일조했다. 서 원장은 "앞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이 만들어졌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관련 연구가 전무했다"며 "VC10에 선정되면 관련 연구 활성화를 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VC10 후보에 올리기 위해선 관련 사업을 지칭할 이름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도시재생'은 낯선 단어였다. 서 원장은 우선 종이에 몇가지 후보를 적었다. '어반 리뉴얼(Urban Renewal'과 '어반 리컨스트럭션(Urban Reconstruction), '어반 리퍼비시(Urban Refurbish)', '어반 리제너레이션(Urban Regeneration)', '어반 르네상스(Urban Renaissance'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재건축, 재개발 등 기존 정비사업과는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이 낙점됐다. VC10 과제로는 '입체형 도심재생'을 포함해 ▲세계시장 선도형 해수담수화 ▲초고층 복합빌딩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미래 고속철도 ▲스마트 하이웨이 ▲U-ECO 시티 ▲중소형 항공기인증 기술 ▲초장대 교량 ▲지능형 국토정보 기술 등이 선정됐다. 


이후 국토부는 2007년 1월 '도시재생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이 사업단을 통해 2013년까지 1500억원이 도시재생 연구개발에 투자됐다.  


도시재생이 VC10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이후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 2013년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어 졌다. 국내 도시재생 사업의 물꼬를 트는데 서 원장의 공로가 작지 않은 셈이다. 




50조는 마중물…민간투자 이끌어내야

그는 도시재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민간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50조원만으로는 장기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한 곳에서 도시재생이 시작돼 완성되는 과정에도 또 다른 지역은 소퇴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 도시재생의 완성은 없다"며 "이 점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정도이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선 정부 재원 50조원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수십 배 규모의 민간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연간 10조원인 도시재생 뉴딜 예산 중 국가 재정은 2조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8조원 중 5조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하고 3조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기업 사업비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 원장은 재정을 제외한 8조원의 경우 적어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금도 회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갖춘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이른바 '결합형' 사업 방식을 제시했다. 노후 주거지에 대한 주거개선 사업 자체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도심지 도시재생과 묶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는 "주거 밀집지는 이미 용적률이 높아 한계가 있는데 이 경우 인근 도심 중심지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경우 노후 주거지 개선과 함께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A 노후 주거지와 B 노후 도심지를 하나의 사업으로 결합해 B지역에는 용적률 혜택을 줘 고층 주거시설을 지어 A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고 A지역은 용적률을 낮춰 밀집도를 낮추는 동시에 인프라 확충을 모색하는 식이다. 


서 원장은 "도시재생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지금 전체적인 밑그림을 잘 만들어놔야 지속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며 "건정연도 도시재생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 도시재생 사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교 원장]

학력 

-1984년: 한양대학교 건축학사 

-1997년: 영국 버밍엄대학교 도시 및 지역학 전공 

-2009년: 서울대학교 도시계획학 전공  


주요경력 

-1983년: 18회 기술고시  

-1989~2008년: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장·주택건설기획팀장 등

-2008년 3월~2009년 2월: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과장

-2010년 3월~2012년 2월: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정책관

-2013년 4월~2014년 7월: 국토교통부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장 

-2016년 7월~현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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