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병원역이라고요?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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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병원역이라고요?

2017.08.24

지하철은 나의 발입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 이래 지금까지 43년 간 줄곧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거미줄처럼 짜인 지하철이 시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지방 대도시에도 지하철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지하철은 노선도 엄청 늘어났고 시설과 운영방식도 많이 개선되어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통망으로 꼽힙니다. 그 편리하고 고마운 지하철을 공짜로 타면서 무슨 타박이냐 싶지만 그래도 개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몇 있습니다.

# 출입구 번호 숫자 크기 키워야

“00시에 △△역 x번 출구에서 만나자.”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하철 출구를 이정표로 삼는 일이 많습니다. 약속시간도 정확하게 지킬 수 있고, 반주도 겸해 이야기를 나누려면 역 부근의 음식점이 편리해서입니다. 전동차에서 내려 x번 출구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밖에서 그 출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네거리 모퉁이마다 출구 번호가 다른 데다 번호 표지 글자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역 출입구는 4각 기둥 맨 위에 지하철 로고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쪽으로 역 이름과 출입구 번호를 적어 놓았습니다. 그중에도 제일 아래쪽에 있는 출입구 번호는 역 이름보다 더 작은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어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그 출입구 번호를 맨 위로 올리고 숫자 크기를 키웠으면 합니다. 기왕이면 야광 페인트를 칠하면 더 좋겠지요. 역 이름은 타는 사람이나 내리는 사람 모두 미리 알고 있지만, 출입구 위치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 행선지 안내 미리, 자주 했으면 

집이 경기도 용인이어서 분당선, 신분당선, 3호선과 8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기관사 없이 무인 운행하는 신분당선은 별 나무랄 데가 없지만, 분당선 하행(왕십리→수원) 열차를 탈 때면 항상 긴장합니다. 차량기지가 있는 죽전까지만 가는 죽전행과 종점까지 가는 수원행이 교차로 운행되지만 이를 구분해 주는 안내 자막이 너무 뜸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지상에 있는 죽전역에서 다음 열차를 갈아타려면 4~8분을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 죽전~수원 간만 운행하는 급행열차 안내도 자주 했으면 합니다.

반면 3호선은 동쪽의 수서, 오금행과 서쪽의 구파발, 대화행 안내 자막만 계속 나오고 정작 내릴 역 이름은 임박해서야 알려 주어 조마조마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행동거지가 불편한 노인들은 도착역 가까이서 방송을 듣거나 자막을 보고 움직이다 미처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눈에 띕니다. 안내 자막이나 방송 타이밍이 승객들의 리듬과 맞지 않습니다. 수많은 승객을 빠르고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까지 실어다 주는 교통수단이 사소한 소프트웨어 부실로 불편을 준다면 시민은 발병이 납니다.

# 이중 역 이름 듣기 거북스럽다

서울시 지하철공사(1~4호선)와 서울메트로(5~8호선)가 8월부터 18개 지하철역을 이중 역명으로 바꿨습니다. 수익 창출, 경영 개선, 기관 홍보 등 명분으로 돈을 받고 판 것입니다. 작년 9개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23개로 이중 역명이 32개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사당(대항병원)역 마곡(홈앤쇼핑)역 신논현(르메르디앙)역 같은 듣기 거북스럽거나 생소한 것과, 종각(SC제일은행)역 합정(홀트아동복지회)역 하계(을지대을지병원)역 혜화(서울대학교병원)역처럼 이름이 길어 불편한 것도 있습니다.

수도권 교통 분담률이 30%를 넘는 지하철에서 역 이름이 명기된 표지판을 세워 주고 안내 방송까지 해 주는 홍보 효과는 엄청납니다. 그에 비해 병원 은행 쇼핑센터 복지시설이 내는 돈이 이름값으로는 너무 싸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계약 기간 3년의 사당역이 3억 7,000만 원이랍니다. 2009년 뉴욕의 가장 오래된 지하철역 중 하나인 브루클린역이 바클레이스은행에 20년 간 400만 달러(약 50억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반값 정도입니다. 성도 바꾸는 세상이니 족보 값도 싸진 모양입니다.

오래전부터 마땅찮게 여겼던 역이 있습니다. 3호선 동국대입구역입니다. 코앞에 장충단공원과 장충체육관이 있는 이 역은 장충동역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대로입니다. 환승역인데도 7호선은 이수역, 4호선은 총신대입구(이수)역으로 적어놓는 건 왜일까요.
돈 받고 파는 것은 역 이름뿐이 아닙니다. 승강장에 걸어놓는 역 주변지도에는 돈을 낸 기관 업소만 표시되어 있고, 인지도가 더 큰 곳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수익만 따지다 보면 역 이름의 정체성과 마일스톤 기능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노인 무료 승차 연령 높이자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지하철은 가히 노인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동차 양 끝의 경로 우대석은 물론, 가운데 일반석까지 노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다 싶어 대충 세 보니 80%가 넘는 때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텅 비었던 저녁 8~9시경의 경로석도 요즘은 노인들로 붐빕니다. 밥시간에 맞춰 집에 가봐야 눈치 보이고 반겨줄 이도 없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의 표상 같기도 해 씁쓸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 노인들의 무료 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주인(主因)이라고 합니다. 무료 승차 대상은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을 시작으로 △82년 65세 이상 고령자로 확대되었습니다. 이후 할인 아닌 무료는 △84년 노인과 국가유공자 △93년 장애인 △2002년 5·18민주화유공자까지 포함됐습니다. 2016년 기준 전국 지하철의 무료 승차 비율은 광주가 31.8%로 가장 높고 부산(28.5%) 대구(25.0%) 대전(21.7%) 도시철도공사(15.1%) 인천(14.8%) 서울메트로(13.8%) 순입니다.(서울도시철도공사 자료) 

서울의 경우 총 적자 3,917억 원 중 무료 승차 손실이 3,623억 원에 이릅니다. 이 중 80%인 2,899억 원이 노인 몫 적자라고 합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신분당선은 노인 무료 승차 제도를 아예 없애겠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오랜 숙제인 무료 승차 노인 연령을 높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방법은 66세부터 단계적으로 5년에 거쳐 70세로 올리는 것이 대다수의 대안인 것 같습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십 수 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보면 지하철은 사고철이 될지도 모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곰취 (국화과) Ligularia fischeri

우리 땅에 자생하는 우리 꽃이지만 북한에 자생하고 있어 
하는 수 없이 만주, 연변, 사할린, 북해도 등 주변국을 찾는 길에
남한에서 흔히 보는 꽃을 만나면 고향 지기를 만난 듯 반갑습니다.
한편, 남한에 자생하는 우리 꽃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유사 종과 변형 종 등 종원(種源)과 방계 파악이 필요하고
생태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 형질이 유전적으로 이어진 
생태형(eco type)인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참으로 어렵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찾아간 러시아 땅, 쿠릴열도,
주상절리(柱狀節理)의 장엄한 경관으로 유명한 
쿠나시르섬의 스톨브차트이 곶을 찾아가다가 만난 곰취 꽃에
눈이 휘둥그레 떠지고 살가운 정감에 가슴이 떨렸습니다.
     
어쩌다 곰취 잎 한 장 만나면 뜯기에 바쁜 나물꾼들이 많아
우리 땅에서는 제대로 화려한 꽃을 피워볼 새가 없어
깊은 산중에 가야만 어쩌다 만날 수 있는 곰취꽃입니다.
따라서 곰취가 맛 좋고 향기 좋은 나물인 줄은 알아도
화려한 꽃이 피는 줄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늘을 받친 듯 장엄하게 곧추선 
쿠릴열도 스톨브차트이 곶의 주상절리를 내려다보며 
당당하고 기세 차게 피어있는 곰취 꽃송이를 
화려한 장미 꽃송이보다 더 곱게 가슴에 담아왔습니다.
      
(2017. 8. 3. 쿠릴열도 쿠나시르섬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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