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실적 개선하려면?"
김민형 건설산업연 선임위원
"중동 넘어 지속가능한 수주구조 만들자"
2017년도 마무리를 넉 달 남짓 남겨놓은 가운데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 15일 기준 176.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한 수치다.
수주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10년간 최저치였던 지난해 수주실적에서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생각에 한 자릿수 증가율에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올해 해외건설 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무작정 반가워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증가한 해외건설 수주물량이 모두 중동 한 지역에만 국한됐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의 경우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이다.
유가가 올라 자금이 넉넉해진 중동지역의 발주처들이 플랜트와 기반시설 공사를 잇따라 발주했다. 올해 1·4분기에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하며 다소 상승세를 보였던 유가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의 수주 증가율을 기록한 중동을 제외하면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해외건설 수주액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십 수년간 많은 해외건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한계로 중동 지역과 플랜트 공종에의 편중성을 지적해왔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주 증가로 제2의 성장기를 구가했던 1990년대 말을 제외하면 우리 해외건설은 유가 등락에 따라 수주가 좌우되는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유가의 등락은 곧 해외건설 등락으로 연결되어 해외건설 수주액도 큰 폭의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부침은 결국 해외건설 호황 시 구축된 인력기반과 네트워크가 유가의 하락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나 단기간에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국가)들의 감산합의나 미국의 셰일오일 동향에 기대서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진정한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진정한 강자란 외부의 환경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제 단순히 해외건설 수주액의 단기적인 증감에 따라 일희일비하던 것에서 벗어나자. 관건은 지속 가능한 수주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건설의 선두에 나서는 기업의 전략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지원정책과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지속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중동을 넘어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곧 우리의 텃밭인 중동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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