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방향 - 21대 한국소방기술사회 손국현 부회장


“고급 기술인력 참여 위한 제도 기반 마련해야”

“소방기술 R&D 능력 향상 위해 역량 집중할 것”

“소방분야 고급기술자 생존할 가능 토대 못 돼”

“정당 대우 못 받는 소방, 책임과 제약만 엄격”


[지난기사] 2017년 6월 22일

    소방기술사는 소방의 꽃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기술 자격이다. 이 자격을 가진 사람은 전국에 900명 남짓. 이들은 소방시설의 설계부터 공사, 감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방의 대표 자격자인 소방기술사 중 약 700여 명은 한국소방기술사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손국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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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신문/FPN>은 소방기술사 대표 단체 ‘한국소방기술사회’의 21대 임원들로부터 화재 예방 정책과 직결되는 소방기술의 현주소와 문제점 등에 대한 시각을 조명하고자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소방기술사회 손국현 부회장이다. 손 부회장은 기계공학 전공을 통해 기계설비와 소방설비 분야에 발을 뻗은 전문가다. 유수 건설회사에 근무하며 소방기술사 자격과 공조냉동기계기술사를 취득했다. 대한설비공학회에서 인증하는 TAB전문기술사 1회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주)대우 해외 리비아 본부에서 현장 수주 활동을 했고 강남 코엑스 건물과 세종시 건축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건설사업 전문가들이 모인 CM(건설사업관리) 분야 대표기업 (주)아이티엠코퍼레이션건축사사무소의 전무로 재직 중이다. 주거 시설과 병원, 전시시설, 업무용 빌딩 등 현장에서 CM, 책임감리가 그가 맡은 주 업무다.


건축기술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소방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를 지난 16일 만났다. 그는 소방기술사회의 부회장직을 맡아 소방분야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소방기술의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국내 소방기술 발전을 저해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흡한 고급 기술인력 참여 기반을 지적했다. 또 참여 기술자 대가 규정의 부재 문제와 소방공사 분리발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다음은 손국현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소방기술,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소방기술은 크게 소방시설의 설계ㆍ시공ㆍ감리기술 등 엔지니어링과 소방시설을 구성하는 기기ㆍ자재의 생산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소방시설 엔지니어링에 있어 일반 건축물과 공장시설 등에 관해 오랜 기간 국내ㆍ외 유명 건설 현장에서 선진국과 합작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형 선박이나 화학플랜트 등 특수 시설은 아직도 외국 설계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시설 기기나 자재 기술에서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 상당한 국산화로 자급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그리고 독일 등 선진 화재수신반, 소방펌프, 아날로그감지기 등이 국내 시장을 선점해온 까닭에 아직 외산제품에 비해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 반도체ㆍ전자기술과 기계소재, 기계가공 기술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들 제품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그동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던 소방기기나 자재 생산 중소기업들은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성능을 인정받아 수출 길이 트였고 상당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회사도 많이 늘었다.




소방기술 발전에 있어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소방기술사와 같은 기술 인력의 투입이 초대형 또는 고층건물에만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민간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시설을 경제적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연구인력 수요가 적고 시설도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소방보다 태풍이나 홍수, 지진, 가뭄, 환경파괴 등 재해에 대응하는 연구와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고층, 초대형 건축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많이 건설되고 있다. 화재에 대한 큰 잠재적 위험이 있는 시설들이다. 기존의 크고 작은 건물에서 잦은 화재사고로 인명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대단위 생산 공장은 화재 시 생산 차질로 그 예상 손실이 너무나 크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시설의 화재 예방과 진압, 대피 등에 대한 국가와 민간 차원의 설계, 시공, 감리에 소방기술사 같은 고급 기술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시설과 연구인력, 기술개발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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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건축물의 소방시설에 관해 국가 또는 민간 보험회사가 엄격한 규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고 시 일반 시민의 재산과 인명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안전처가 소방 관련 각종 법령과 국가화재안전기준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소방시설의 설계, 시공 및 감리에 관해서는 사업자 등록조건과 참여 기술자의 등급을 건물 규모에 따라 규정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 기술자에 대한 대가 규정이 없다.


정부공사의 경우 건설기술진흥법을 기준해 정부노임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민간공사는 민간 자율의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소방시설의 부문별 전문용역업체에 대해 일반적으로 최저가 낙찰제와 일반경쟁 입찰을 통한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사 같은 고급기술자에 대한 대가도 너무나 박해 도저히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못한다. 근래에는 많은 소방기술사가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을 취득해 소방시설관리업체로 대거 이직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나마 좀 나은 대가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일시적으로 기술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현상을 빚었다.


또한 소방시설공사는 정부공사와 민간공사 대부분이 건축, 토목, 기계 등을 수주하는 업체가 소방부문도 일괄 수주하고 있다. 이후 소방공사가 전문소방공사업체에 하도급 되면서 공사비에 포함된 이익 역시 박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정부나 공공 공사의 경우 저가 하도급 심사제도에 따라 하도급 공사비가 원도급 금액의 최소 82% 이상이 확보되지만 민간공사는 하도급 공사비가 낮다. 결과적으로 실제 시공되는 소방시설은 시중에 팔리는 가장 낮은 가격의 기기와 자재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가화재안전기준과 각종 소방법령에 적합한 시험성적을 갖추고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 억지로 거부할 명분도 없어 승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소방시설 시장의 규모는 작다. 하도급 소방시설공사업체에 시설을 납품하는 업체도 경쟁이 심하기에 채산성이 낮은 사업체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국내의 수많은 소방학과를 졸업한 초급 소방기술자의 고용도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소방배관 제조 공장은 채산성이 낮다 보니 작업 인부 대부분이 동남아에서 온 저임금의 외국 기술자로 보면 된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민간 차원의 소방기술 발전에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간공사 소방시설 설계ㆍ감리 등 엔지니어링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수의계약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대형 전문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가거나 최저가 낙찰제를 통하다 보니 채산성 없는 용역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준 높은 용역 성과물을 제공하기 힘들고 최소한의 소방법령에 맞추는 정도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민간 자율의 시장경제 체제에 맡겨져 용역비를 별도로 규제할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소방기술사회 회원사 등이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협조해 건설기술진흥법의 용역에 준하는 정부노임단가로 용역금액을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담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적정 용역비를 준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건축사사무소와의 공동도급 분담이행 방식 또는 애초부터 분리발주 방식에 PQ제도를 운용하는 계약제도로 큰 틀의 합의를 통해 발주자들에게 권고하는 등의 대안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회원사 등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소방기술사가 당당하게 투입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설계ㆍ감리 결과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현재 제도는 민간공사 소방감리에 투입되는 소방기술사가 낮은 감리비 등 정당한 대우조차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건설 관련 기술자 중에서 가장 엄격한 책임과 제약을 받으면서 일한다. 혹시 잘못된 결과가 나오기라도 하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방시설공사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사부터 분리발주를 시행해야 한다. 원도급자가 아닌 소방공사업체에 이익이 돌아가게 해 기술력과 경영의 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영세 소방공사업체가 공사 도중 부도나 파산할 경우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민간공사는 특별히 소방시설공사를 분리발주 하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정부에서 정부공사 규정을 준용해 저가 하도급 심사와 같은 제도를 관할 소방서에서 권고하는 정도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방기술사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하다.

한국소방기술사회는 비영리법인으로 공익을 위해 활동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정부기관인 국민안전처 산하 소방 관련 전문가 집단이다. 소방 관련 기술과 법령, 제도, 교육 등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조율을 통해 가장 선진화되고 합리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한 조력자와도 같다.


소방기술사회는 이 분야에서 많은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잘 갖춘 분들로 구성돼 있다. 이 모든 분의 역량 결집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기술사회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소방기술과 타 시스템의 융합 기술을 개발하는 R&D 사업에 적극 동참해 나갈 계획이다.


그 예로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 건설이나 교통기술 등의 기초ㆍ응용기술개발 부분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개발 부문의 경향이 BEMS, BIM, IoT, VR(가상현실) 등의 분야로 변화하는 추세다.


건축, 기계, 전기 등 전 분야에 걸쳐 화재, 안전, 환경 등이 IT를 매체로 융합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소방 기술이 IT 기술을 기반으로 타 시스템과 융합할 경우 큰 시너지효과가 나온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방기술사회의 부회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방기술이 타 시스템과의 융합을 통해 관련 법규에 부합하고 실용성을 갖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나가고자 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소방방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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