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외국인 인권 실종
임금 떼먹고 폭행까지
5명 중 1명 “폭행 경험”…욕설도 다반사
근로시간 길지만 수당안줘…툭하면 체불
한국어로 된 이면계약서에 구제도 어려워
건설업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산업 중 하나다. 육체노동의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젊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만큼 중요한 인력들이지만 이들은 한국어를 모르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이 많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젊은 내국인이 줄어든 건설 현장의 노동 수요를 메우는 건 외국인 근로자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 장벽과
법적 지식 부족으로 인권 침해에 노출돼 있다. 이미지 출처 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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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5년 진행한 ‘건설업 종사 외국인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21.4%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85.7%는 “한국인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밝혀 내국인 근로자나 관리인들에 의해 폭행이 횡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욕설이나 조롱을 당하는 비율도 62.7%로 높았다.
물리적 폭력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어려웠다. 합법취업자의 32.1%가 ‘팀이나 현장 관리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고 답한 데 반해 불법취업자의 경우 한 명도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불법 체류 신분을 빌미로 해고나 출입국사무소 통보를 우려한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참고 넘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루 평균 법정 근로 시간보다 긴 10.5시간을 일하지만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ㆍ휴일 근로 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베트남 출신 N씨는 “근로계약서 상 근무시간은 기본 근로 8시간에 잔업 2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하루 20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임금이 체불된 경우는 39.2%로 나타났고 특히 불법 취업자의 경우 7개월 이상 체불된 경우도 12.5%에 달했다. 공사가 완료된 후 임금이 입금되기 전에 한국인 관리자가 불량 등을 이유로 수주 금액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면 그 금액을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나눠 삭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외국인고용법 시행규칙’에 수당 지급을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 지급 기준을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아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내국인에 비해 산재에 더욱 취약했다.
2016년 전체 산업 중 건설업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8.8%인 반면, 건설업에서 발생한 재해율은 29.5%, 사망율은 45.5%로 더 높았다. 이는 추락이나 끼임, 전도 사고가 빈번한 건설업 특성 상 산업재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10명 중 7명은 산재보험으로 치료비를 처리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불법취업자가 합법취업자에 비해 산재보험 처리율이 낮았다. ‘산재보험 신청 절차나 방법을 모른다(22%)’거나 ‘회사가 원해서 (12%)’ 산재처리를 포기한 경우도 상당수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 돈으로 치료비를 감당하거나 사업주가 치료비를 대주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인권위 측은 ”산재보험으로 처리 받지 못할 경우 치료비 뿐 아니라 입원 기간 돈을 벌수 없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고 서둘러 일터로 복귀해야 해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해당 현장에서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건설현장의16% 가량은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로계약서를 쓴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로 작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N씨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용센터에서 최저임금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현장에 가서 구두로 약속한 일당으로 별도의 이면 계약을 쓰지만 이면계약서는 한국어로 돼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26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근로계약 체결 및 이행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근로기준법 상 법정 근로시간 및 적정한 휴식 및 휴일 보장 대책 마련 ▷다양한 언어의 산업안전 보건자료 개발 ▷산업안전보건 관리비에 적정 송 경비 반영 ▷‘외국인 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짐’ 정비 ▷임시 주거시설의 주거 환경 기준 마련 및 관리 감독 강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 등을 권고했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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