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기술, 직원들 회사인수 직접 나서


연봉 출현

상장사 첫 종업원지주사 꿈꾸는 한국종합기술 노조의 의미있는 도전

한종 우리사주조합, 채권단 산업은행 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 압박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 쉽게 사회 양질의 일자리를 투기세력과 비양심적 자본으로 인해 잃어왔습니다."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21일 국회에서 한국종합기술의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약탈경제반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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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국종합기술  노조가 21일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이들은 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유동성 위기로 회사가 매각될 처지에 놓이자 대주주 지분 전량(67.05%)을 매수해 종업원지주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해관계로 얽힌 대기업 컨소시엄이나 인수금융, 사모펀드(PEF) 등 굵직한 자본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 시장에 1100여명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연봉을 한데 모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만약 이들 노조가 인수에 성공하면 상장사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이 발벗고 나서 일터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같은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자본의 논리로 주인이 바뀐 기업들이 점차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쫓은 광경을 목격해서다. 단순 일자리 축소 문제만이 아닌 노조 탈퇴 종용과 임금 체불, 회삿돈 횡령 등의 탈법적 행태도 부지기수였다. 삼안과 서영엔지니어링 등이 그 사례다.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대주주의 회사 운영 방식으로 이들의 기업가치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김영수 한국종합기술 노조위원장은 "엔지니어링은 인적자원의 능력과 실력에 의존해 가치를 만들어가는 지식산업인데 투기자본은 오로지 자산가치로만 회사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목격한 여러 M&A 중 사모펀드의 먹튀로 인한 폐해, 무리한 차입인수(LBO)로 자회사에 부채 떠넘기기,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 등 업종을 막론하고 피인수 기업을 마치 철저히 털어(?)먹어야 할 고깃덩이처럼 취급하는 인수주체가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장사로서 종업원지주회사가 등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오너나 대주주 측근이 아닌 근로자 중심의 회사 임원진 구성이 실적과 노동생산성, 근로의욕, 기술혁신, 직업만족도, 주가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연구 결과도 많다. 자본주의의 본고장이자 보수당 수장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조차 근로자이사제를 의무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선진국은 점차 기업문화를 노동자 참여형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기업죽이기'라는 구시대적 논리로 좀처럼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등의 움직임이 일면서 일말의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종합기술이 상장사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가 돼 실적과 주가 등에서 성공한 표본을 만든다면 한국의 자본시장을 넘어 노동자와 사용자가 상생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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